Updated : 2024-05-16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와 논쟁 중인 '인하' 시점

  • 입력 2023-05-04 11:0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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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출처: 연준

사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출처: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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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FOMC가 현지시간 3일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5~5.25%로 25bp 인상한 뒤 성명서에서 '추가 긴축'을 시사하는 문구를 삭제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다만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과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장은 '흐르는 시간은 인하 확률을 높여준다'면서 인하 가능 시점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아울러 파월이 더 이상 금리 인상은 없다는 명확한 신호도 주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일단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고 보는 시각이 강한 편이다.

■ 삭제된 '추가 긴축 적절' 문구와 파월의 '연내 인하 기대' 차단

이번 회의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지난 3월 성명서에 있었던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서 일부 추가적인 긴축이 적절할 수도 있다"는 문구가 삭제된 점이었다.

FOMC는 "일부 추가적인 정책 다지기가 적절할 수 있다"는 문구를 뺀 뒤 "인플레이션이 시간을 두고 2%로 복귀하기에 적절한 추가 정책 대응의 강도를 정하는데 있어서 통화정책 긴축 누적효과, 통화정책과 경제활동·인플레이션 간 시차, 경제와 금융시장 동향을 고려하겠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버리지 않았지만, 이미 빠르게 정책금리를 올린 만큼 인상에 대해선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성명서는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어느정도 수준이 적절할 지를 결정할 때는 현재까지 올린 금리 수준과 함께 높아진 금리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차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파월은 성명서 변화에 대해 "의미 있다"고 하면서도 인하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파월은 "향후 금리동결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회의 때마다 경제지표에 기반해 정할 것이다.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이같은 전망대로라면 금리 인하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권 혼란이 가계와 기업들의 신용을 더욱 경색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인정했다. 은행사태가 경기와 노동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을 수긍했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 즉 최근 보지 못한 강도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몰고온 경제적 역풍을 고려해서 향후 정책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 '추가 긴축' 문구 삭제했으나 시장의 '과도한' 기대 차단에 애쓴 연준

FOMC는 5월 2~3일 회의 후 정책금리를 다시 25bp 올리면서 미국 기준금리는 14개월간 500bp 인상됐다.

금리는 16년래(2007년 9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연준은 1년 남짓한 기간에 금리를 500bp나 올린 뒤 '추가 긴축' 스탠스를 누그러뜨렸다.

하지만 연준은 시장이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 상황에 따라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2%로 복귀하기 위해 얼마 만큼의 추가적인 정책 강화가 적절할지 결정하는데 있어 긴축 누적효과, 통화정책의 시차, 경제금융 여건변화를 고려하겠다"고 전했다.

고용의 견조한 모습, 1분기 경제활동의 완만한 확대와 함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으며 이러한 위험에 각별히 유의하고 있다(highly attentive)는 평가도 유지했다.

파월은 향후 FOMC 회의 때마다 경제지표 변화에 따른 정책 여건 평가(a meeting-by-meeting basis based on incoming data) 의사를 나타내며 완화적 해석을 경계했다.

물가는 2% 목표보다 여전히 높고 노동시장의 타이트함도 지속되고 있어 인플레이션 하락을 위해서라면 더 긴축할 준비(we are prepared to do more)도 돼 있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은 완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상태이며 그간 통화긴축의 효과가 인플레이션 제약에 미치는 영향이 완전히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은행부문 불안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개선됐고(broadly improved),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견조하지만 신용 긴축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 도비시한 인상? 채권과 주식 반응의 온도차

미국채 금리는 단중기 위주로 급락했다. 사실상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고 본 데 따른 반응이었다.

간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8.55bp 급락한 3.3412%, 국채30년물 수익률은 2.81bp 떨어진 3.6846%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4.42bp 급락한 3.8337%, 국채5년물은 16.24bp 내린 3.3032%를 나타냈다.

성명서에서 '추가 인상 시사' 문구가 빠진 뒤 파월이 연내 금리인하는 없다는 스탠스를 취했으나 장중 급락한 금리는 재반등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하지만 주식시장 반응은 채권과 다소 달랐다. 일단 FOMC의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에 환호하다가 파월이 연내 금리인하에 대해 선을 긋자 주가지수는 낙폭을 키웠다.

주가지수가 빠진 데는 은행 사태에 대한 경계감이 이어지면서 은행주 주가 하락한 영향도 컸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70.29포인트(0.80%) 하락한 33,414.24, S&P500은 28.83포인트(0.70%) 내린 4,090.75, 나스닥은 55.18포인트(0.46%) 떨어진 12,025.33을 기록했다.

미국 채권시장은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을 적극 반영한 반면 주식시장은 파월의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 일축, 그리고 은행주 주가 하락세에 무게를 둔 것이다.

일단 연준이 '추가 긴축이 적절하다. 충분히 제약적인 기조를 유지한다'는 문구를 삭제하면서 최소한 '연속적인' 금리 인상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 상당기간 동결 구도...'추가 인상', '연내 인하' 시각도 혼재

많은 사람들의 시선은 '상당기간' 동결에 모아져 있다.

미국 현지에선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수준을 감안해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현수준인 5.0~5.25%에서 유되고 이후 내년 1분기 중 인하가 단행될 것이란 관점이 힘을 모았다.

골드만삭스는 "당분간 가파른 물가 하락세를 기대하기 어렵다. 향후 연준은 성장에 대한 우려가 금리인하를 정당화하는 시점이 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간은 "이번이 마지막 금리인상이라는 힌트를 제공했다"면서 "연준의 '충분히 제약적'(sufficiently restrictive) 문구 삭제는 정책금리가 해당 수준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도이체방크와 BoA는 "은행권 불안 등에도 불구하고 점도표 전망치 수준으로 올라온 금리와 여전히 높은 물가를 감안할 때 연말까지 금리인하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연내 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는 관점이나 연준이 더 올릴 수 있다는 관점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UBS는 연준이 9,11,12월 3차례에 걸쳐 금리를 100bp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HSBC는 6월 25bp 인상과 함께 최종금리 5.5%(상단기준)를, 씨티는 6월과 7월 2회 추가 인상 전망 속에 최종금리 5.75%를 제시했다.

국제금융센터 윤인구 연구원은 "연준이 연말까지 현 금리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라며 "은행권 불안의 전개 방향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계속해서 은행사태 전개방향이 관건

최근 미국 은행 부문이 다소 안정을 찾았다는 견해가 우세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 역시 커 보인다.

경기와 관련해선 향후 은행들의 대출 태도 회복 등도 중요하다.

BoA는 "은행들의 기업대출(C&I loans) 약화, 연준 긴급대출 프로그램 잔액 감소 대부분이 국내 은행들이 아닌 해외 기관들의 거래(FIMA Repo) 감소에 기인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은행부문 불안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미국 은행 시스템은 견조하다"고 강조했으나 동시에 "신용 긴축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타낸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이번엔 미국 은행 팩웨스트뱅코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팩웨스트뱅크코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정규장 종가(6.42달러)보다 50% 넘게 폭락해 3달러 밑으로 추락했다.

팩웨스트가 매각을 포함해 전략적 옵션을 취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 보도된 영향이다.

이 은행은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지점 70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산 규모는 440억달러 수준이다.

은행 사태의 전개방향이 연준의 금리 결정에도 계속해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준도 이번 FOMC에서 신용여건의 제약(credit tightening), 특히 중소형은행 신용여건과 대출동향을 중요하게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5월 8일 공개 예정인 2분기 대출행태 서베이(SLOOS)가 더욱 긴축적인 대출행태를 시사할 것이라는 발언까지 고려한다면, 앞으로 입수될 데이터는 금리 추가 인상보다는 동결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자들은 나름대로 은행사태의 진정 여부에 대해 낙관론, 비관론을 피력하면서 연준이 취할 행동을 예상하고 있다.

채권 바닥의 큰손 제프 건드락은 "연준이 금리를 안 내리는 이상 지역은행 위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단 미국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의 6월 금리동결 가능성을 90% 가까운 압도적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자료: 연준 통화정책방향 스테이트먼트, 출처: 연준

자료: 연준 통화정책방향 스테이트먼트, 출처: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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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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