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7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1분기 GDP 성적표 확인 뒤 한국 성장률은...

  • 입력 2023-04-26 13:57
  • 장태민 기자
댓글
0
자료: 한은

자료: 한은

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1분기 GDP가 발표된 뒤 경기 비관론, '상대적' 낙관론 등 성장률에 대한 관점을 수정하는 모습들도 나타났다.

일각에선 최악의 성적표는 아니었다면서 하반기 경기 반등에 무게를 싣기도 하고, 반대 쪽에선 내용이 좋지 않아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내릴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전날 GDP는 얼추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성장률은 전기비 0.3%, 전년비 0.8%를 기록했다. 일단 성장률은 작년 4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1분기만에 다시 반등해 기술적 침체를 피할 수 있었다.

■ 1분기 성적표 확인한 한국 GDP...내용 보면 0%대 성장률 각오해야?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GDP 발표 뒤 "올해 한국성장률은 전기대비 평균 0% 초반을 기록하는 가운데 연간 성장률도 0%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 연구원은 "성장세 반등은 일시적 요인 영향이 크다"면서 반등에 큰 무게를 두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의 직접일자리 정책 등 고용 회복에 따른 소비 회복, 부동산 금융 경색 완화에 따른 건설투자 반등, 재고 확충,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 편중된 수출 회복 등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및 금융 지원과 한은의 긴축 마무리 인식 등에 시장금리가 하락하며 내수 반등이 나타났다"면서 "하지만 역사적으로 민간 소득 증대가 뒷받침되지 못한 수요 회복은 일시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나타난 내수 반등은 재차 둔화될 수 밖에 없다는 관점이다. 1분기 중 확대된 재고 부담 역시 소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 경제 특성상 대외 요인이 받쳐줘야 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는 않은 분위기다. 중국 경제의 회복 역시 과거만큼 한국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중국 회복세의 구조적인 약점도 있다.

하 연구원은 "중국의 봉쇄 완화에도 대면서비스에 집중된 회복이 나타날 뿐 재화 소비 및 투자 회복은 지지부진하다"며 "1분기 중국 성장률 회복에도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전년대비 30%대 감소를 이어가는 점에서 확인 가능하다"고 했다.

■ 1분기 성적표 확인한 한국 GDP...결과와 주변여건 고려시 기존 전망치 내려야?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6일 "1분기 GDP가 예상보다 안 좋게 나온 데다 대외여건 악화를 반영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4%에서 1.1%로 낮춘다"고 밝혔다.

민간소비(QoQ 기여도 0.3%pt)와 재고증감(0.2%pt)이 성장에 기여한 반면 설비투자(-0.4%pt)와 순수출(-0.1%pt)은 성장을 제약하는 모습이었으며, 종합적으로는 좋게 보기 어렵다고 했다.

우선 내수 여건이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민간소비는 실질소득악화, 가계 이자부담 확대, 소비심리 악화(내구재 소비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 상황을 보면 한국경제 비관론에 더욱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재고 증가가 출하 부진 속에 나타나는 것이기에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며 "향후 반도체 감산 등으로 재고는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기는 수출에 의존한다. 주력품목이 B2B인 탓에 선진국 투자 사이클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외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한국 경제에 대해 낙관론을 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 연구원은 "미국 기업투자가 이미 악화된 대출태도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 향후 중소형 은행 규제 강화와 자체적인 위험관리로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6월로 예상되는 연준 금리인상 중단에 시차를 두고 Capex 여건 개선이 나타나게 될 4분기까지는 미국·선진국 투자부진 심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 수출도 이에 연동해 3분기까지는 부진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 1분기 성적표 확인한 한국 GDP...소비와 재고만 성장률을 받친 게 더 불안?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올해 내내 약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GDP 증가율은 1.3%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분기 한국 경기도 쉽지 않다. 1분기 성장을 이끌었던 가계 소비 환경은 여전히 녹록하지 않다"면서 "소비심리는 지난해 11월 저점을 찍은 후 정체돼 있으며,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실질 구매력 악화도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 가계부채는 주택시장과 연관성이 높다. 2022년말 기준 전체 가계신용에서 주택담보대출이 54.2%를 차지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가계신용지표도 지난해 3분기를 정점으로 꺾인 가운데 최근 정부 일자리 둔화세가 심화되면서 소득이 감소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세를 고려하면 금리 인상에 따른 부채 부담과 역(逆)부의효과로 인해 소비가 개선되기 쉽지 않다고 했다.

2~3분기가 관광 성수기임을 감안하면 서비스 소비는 양호한 모습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으나 그 외 소비의 유의미한 반등을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인들의 소비에 한국경제가 힘을 받을 것이란 관측들도 보이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대외수요는 중국 경기 반등에 따른 수혜 기대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1분기 중국 소매판매를 품목별로 보면 대부분이 리오프닝 관련된 소비로 내구재 소비 반등은 더디다"며 "이런 영향으로 4월 20일 누적 중국향 수출도 감소폭이 전월에 비해 크게 축소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한은의 '공식적인' 전망이나 평가가 다소간 낙관론에 치우쳐 있지 않나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한은의 한 직원은 "1분기 GDP 레벨을 보면 지난해 4분기에 깎아먹는 것을 다 회복하지 못했다"면서 "왜 윗분들이 재고 증가를 향후 성장 요인으로 해석하는지도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1분기 중 재고투자의 성장 기여도가 높은 것은 단기적으로 2분기 제조업 생산 활동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경기에 대한 지나치게 부정적인 해석을 경계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도 된다"고 했다.

■ 1분기 성적표 확인한 한국 GDP... 너무 비관적으로만 봐선 안 돼?

정부, 한은과 같은 당국이나 IMF와 같은 국제기관들은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 반등하고 내년엔 더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나 이창용 한은 총재는 상반기 경기는 상당히 어렵지만, 하반기엔 나아질 것이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상반기 어려운 상황이나 비관적 전망을 견디고 나면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좀 바뀔 것이란 견해다.

대략 전년비로 상반기 1% 내외, 하반기 2% 내외로 성장한 뒤 내년엔 2%를 훌쩍 넘는 성장률이 가능할 것이란 시각도 적지는 않다.

현재로선 한국 경제를 둘러싼 국내외 여건 모두 만만치 않지만, 변화의 모멘텀은 좋은 방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보인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경제는 대외여건 개선으로 하반기에 반등할 것"이라며 "중국인 관광객 회복 등 리오프닝 수요, IT 업황 회복과 같은 대외환경 개선에 국내 경기는 하반기에 다소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교역조건의 흐름도 국내경기가 2023년 상반기에 저점을 형성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순상품교역지수는 실질 GDP에 2~3개 분기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 해당 지수 증가율은 작년 3분기를 저점으로 2개 분기 연속으로 개선되고 있다. 국내 경기가 올해 상반기 중 저점을 형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한국경제가 상반기 0.8%에서 하반기 1.9%로 개선돼 연간 1.4%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 1분기 성적표 확인한 한국 GDP...발표 당사자 한은은 '좋아질 수 있는 부분'에 포커스

비관론에 무게를 더하고 있는 대외 여건, IT 업황 개선 부진으로 국내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2분기도 수출과 설비 투자가 가시적으로 개선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상반기까지 국내 경기는 민간소비 등으로 버티려는 모습을 보일 듯하다.

하지만 최근 사회문제가 된 '전세사태', 안심할 수 없는 부동산PF의 브릿지론 문제, 높아진 금리에 따른 생활비 부담 등을 감안하면 소비가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 의문스런 측면도 있다.

다만 어려움은 인정을 하되,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을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는 입장도 보인다. 당국은 일단 이런 입장에 가깝다.

전날 GDP 설명회에서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국내기업이 생산 조정안을 발표해 반도체 경기 개선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하반기 들면서 반도체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지난해 4분기 기준 ICT의 GDP 비중은 9.4%로 ICT경기 부진으로 비중도 조금씩 낮아진 상황"이라며 "반도체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하반기 들어서면서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감산이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재고가 줄면 반도체 경기가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근 주택거래 증가, 재고 증가 등에 대해서도 나쁘지 않은 견해를 피력했다.

신 국장은 "주택 거래가 좀 늘어나고 있다. 건설투자에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재고가 쌓이긴 했지만 재고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다른 성장 요인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한은도 이미 대내외 불확실성, IT경기 회복시점에 대한 불확실성, 중국 리오프닝 효과 지연 등으로 연간 성장률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인정한 상태다.

자료: 한은

자료: 한은

이미지 확대보기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