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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 CPI 흐름 우려와 기대...기준금리 레벨로 올라온 국고채 금리

  • 입력 2023-02-15 10:2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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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 CPI 흐름 우려와 기대...기준금리 레벨로 올라온 국고채 금리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1월 소비자물가(CPI)는 전월비로 예상치와 비슷한 0.5%, 전년비로는 예상(6.2%)을 웃도는 6.4% 상승했다.

전년비 상승률은 2020년 10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소폭이지만 예상보다는 둔화 속도가 느리다는 느낌을 줬다.

작년 12월 CPI가 6.5% 오른 뒤 상승폭이 0.1%p 축소된 데 그쳐 물가 둔화 '속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비 5.6%, 전월비 0.4% 올랐다. 역시 전월비로는 예상과 비슷했으나 전년비로는 전망치(5.4%)를 다소 상회했다.

근원 CPI는 작년 9월 6.6%로 고점을 찍은 뒤 12월엔 5.7%로 3개월 연속 둔화됐다. 하지만 헤드라인과 마찬가지로 둔화 정도가 0.1%p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CPI 둔화의 한계와 관련해 주거비용이 큰 영향을 줬다. 주거비용은 전월보다 0.7%, 전년비 7.9% 올랐다. 전월비 상승에서 절반, 전년비 상승에서 60% 정도 기여했다.

에너지가격도 전월비 2.0%, 전년비 8.7% 급등하면서 물가가 빠르게 둔화되는 것을 막았다.

■ 미국 물가의 둔화 '속도'에 대한 우려

미국 물가 속도 둔화에 대한 우려는 금리인상 기간 연장, 그리고 높은 기준금리의 장기간 유지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밖에 없다.

연준 멤버들 사이에선 물가 둔화 '속도'에 대한 보다 확실한 증거를 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CPI가 예상을 웃돌자 "연준이 기존 예측 보다 더욱 오랜 기간에 걸쳐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통화정책에는 두가지 리스크가 있다. 첫번째는 너무 소극적으로 나서 인플레이션을 다시 불러오는 것이고 두번째는 너무 과한 긴축에 나서면서 노동시장에 과한 고통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이 최종금리 수준이나 정확한 긴축경로 등에 너무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즉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적인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인할 때까지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CPI가 발표된 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이 정상화되고는 있지만 둔화하는 속도가 느리다"면서 실망감을 표현했다.

연준 멤버들도 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에 대해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지표를 보면서 인플레와의 싸움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점을 향해 가는 만큼 향후 추가 인상이 초래할 영향 등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킨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면 연준은 더욱 더 금리를 높이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를 우선 봐야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서도 물가 둔화 속도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시간'을 우려했다.

모간스탠리의 마이크 로웬가르트 모델포트폴리오 구축 헤드는 "1월 CPI 결과에 크게 놀랄 만한 부분은 없었지만 인플레이션이 정상 수준까지 완화되기까지는 한동안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처럼 노동시장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고 했다.

결국 시장은 올해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금리선물시장은 CPI 발표 뒤 연준이 6월까지 5.25%~5.50%로 금리를 인상할 확률을 50% 가량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3월, 5월, 6월 등 상반기 FOMC에서 금리가 25bp씩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 큰 그림의 물가 둔화는 훼손되지 않았다

다만 물가 상승률이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큰 그림은 바뀌지 않았다.

지난해 공격적인 금리인상, 해가 바뀐 뒤에도 지속되고 있는 금리인상 등을 감안할 때 물가 상승률 둔화는 당연한 흐름으로 여겨진다.

아울러 물가 안정 경로가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가더라도 금리 인상은 거의 끝물이라는 인식도 유효하다.

연준에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가 시장에 적지 않은 위로를 줬다.

하커는 "금리인상이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근접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1월 CPI는 둔화세를 이어가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다만 둔화 속도가 빠르지 않았고 식품 물가가 높은 점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현재 금리인상 지속에 따라 물가 상승률 둔화 중력이 작용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견조한 서비스 부문 지출, 중국의 성장률 확대 효과, 비철금속 같은 원자재 상승 등 물가 둔화에 대해 자신감을 낮추는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금리인상 지속으로 인하 효과들과 기업의 가격 결정력 약화, 임금 상승 압력 둔화, 통화량 증가율 둔화 등 큰 그림의 인플레는 지속적으로 둔화될 수 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CPI가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를 거스르지는 않았다"면서 "전년비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오는 6월엔 2%대 후반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하반기엔 CPI가 2%대 중반~3% 초반 수준에서 등락하고, 근원 인플레는 완만한 속도로 둔화가 진행돼 4분기에 들어서면 3%대 초반까지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근원 인플레의 2%대 복귀는 내년에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하반기가 되면 현재 5%대 보다 현저하게 완화되는 수준이 된다. 그 때가 되면 연준도 5%대 정책금리를 고수할 유인은 줄어들고 경기 리스크를 함께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물가 둔화 속도에 따라 고금리 유지 기간, 그리고 금리인하 시기 등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미국의 근원 CPI를 기준으로 보면 작년 가을부터 디스인플레이션 시대가 열렸으며, 1월 지표는 이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 기준금리 레벨로 올라온 국고채 금리...저가매수 강도 주시

금융시장은 물가 둔화 속도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가 던진 '인상 끝지점 근접 발언'에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정책금리 인상이 더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미국채2년물은 14일 10.22bp 오른 4.6387%로 뛰었다. 10년물은 4.77bp 상승한 3.7511%에 자리를 잡았다.

주식시장은 자신들이 듣고 싶어하던 말을 해준 하커 총재의 발언에 보다 집중했다. 이러다보니 금리에 예민한 나스닥은 0.57%(68.36p) 오른 11,960.15로 뛰었다. 다만 다우지수는 156.66포인트(0.46%) 낮아진 34,089.27를 기록했다.

미국 달러 가격은 국채금리가 오르는 모습에 상승 압력을 받았다. 하지만 하커 총재의 발언과 주가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락 전환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선 일단 미국 물가 이벤트가 '악재'로 판명난 만큼 가격변수들이 모두 하락했다.

금리 시장에선 미국처럼 단기구간 중심으로 금리 속등이 나타났으며, 주가지수도 조정을 받고 있다.

특히 금리시장에선 국고채 금리들이 정책금리 수준으로 바짝 붙는 모습을 나타냈다.

국고2년물 금리는 3.6%를 향해 올라갔으며, 국고3년 금리는 장중 기준금리 레벨인 3.5%를 살짝 넘는 모습도 보였다. 이 수준에서의 흐름을 두고 투자자들은 고심하고 있다.

외국인이 국채선물 시장에서 장단기 선물을 모두 팔면서 저가매수를 대기하고 있던 국내 플레이어들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국고채 금리들이 3.5%선에서 더 치고 올라가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외국인 선물 매도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 레벨에선 저가매수가 좀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역전도 꽤 해소되고 언더 발행도 어느 정도 마무리된 듯하다. 여기선 물려도 어느 정도 명분이 생겼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료: 10시 15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0시 15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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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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