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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의대증원 1,509명 승인

  • 입력 2024-05-27 15:5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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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보건복지부 의료개혁 홍보영상

사진: 보건복지부 의료개혁 홍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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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승인했다.

이로써 27년 만에 전국 의대 정원이 1,509명 증원돼 내년엔 40개 의과대학에서 총 4,567명을 모집하게 된다.

정부는 의료 계획을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자평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이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한 단계 도약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정부, '한국의료'의 한단계 도약과 혁신 주장...박민수 "의대 증원 절차 마무리" 선언

정부는 "의대 증원 등 이번 의료 개혁은 필수 의료에 종사하는 모든 의료진을 위해 의료시스템을 혁신하는 과정"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면서 의료 '개혁'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의료개혁 과제를 구체화하기 위해 이번주부터 의료개혁 특별위원회 산하 4개 전문위원회의 2차 회의를 개최한다.

28일 전달체계·지역의료 전문위원회에서는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지원방안을 논의한다.

현재의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고 숙련 인력 중심으로 중증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수가 개선과 평가 기준 마련, 인력 운영체계 개선 등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30일에 열릴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에서는 의료사고 처리 특례 적용의 전제 조건인 충분한 의료사고 감정 기회 제공을 위한 의료분쟁 조정·중재 제도 혁신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감정 결과에 대한 공신력 향상을 위해 감정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체계 등을 포함한 감정제도 전반의 개선방안을 심층 논의한다고 전했다.

박민수 복지차관은 이날 "지난 금요일 2025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승인돼 27년만에 의대 정원 증원이 확정됐다. 의대 증원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선언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으로 조속히 복귀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면서 "복귀가 늦어질수록 전공의 본인의 진로에 불이익이 우려된다"고 했다.

■ 조건 달고 '조건 없는 대화' 말하며 강공책 쓴 정부...문재인 정부 목표 이상 달성!

정부가 올해 2월 의대 증원을 발표하면서 의정 갈등이 증폭된 뒤 정부는 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했다.

하지만 그 말엔 어폐가 있었다.

의대 '증원'은 건드릴 수 없는 주제로 못 박고 '조건없는 대화'를 말했기 때문이다.

의료계 쪽에선 정부가 내건 조건 때문에 대화에 나설 수가 없었다. 의대 '증원'이 갈등의 핵심 요인인 상황에서 정부가 내건 '조건'은 대화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일단 대교협의 '승인'으로 갈등의 핵심인 의대 증원은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박민수 차관은 "의료체계의 근본적 혁신을 위한 개혁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수년간 의대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계속 부딪혀왔지만 정부는 번번히 좌절을 맛봐야 했다. 하지만 윤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보지 못한 강경대응으로 이 문제를 밀어붙였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의대 증원을 추진한 바 있었다.

문 정부는 우선 필수의료 공백 등을 이유로 2018년 '공공의대' 신설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공공의대법은 국회 소위도 통과하지 못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의대 증원 '400명'을 밀어붙였다.

문 정부는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10년간 총 4천명의 의사 인력을 추가로 양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던 것이다.

이 중 3천명은 소위 '지역의사'를 위한 숫자였다.

당시 의사들은 집단행동에 들어갔고 결국 문 정부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원점에서 재논의하자'에 의료계와 합의했다.

이후 정권이 교체됐으며, 윤 정부는 '재논의' 없이 의료계 공략에 나섰다.

윤 정부는 '원점 재논의' 대신 연초 '2천명 카드'를 불쑥 내밀면서 강공책을 구사했던 것이다.

2천명이란 수치를 금과옥조로 삼아 의료계를 압박한 뒤 의료계 대신 대학 '총장'들의 의견을 받아 수치를 조정했다.

지난달 19일 한덕수 총리는 의대 정원 2천명을 증원하되 각 대학이 처한 교육 여건에 따라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에 한해 정원 증원분의 50% 이상 100% 범위 내에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그결과 나온 내년 증원 수치가 1,509명이다.

2천명엔 못 미치지만 문재인 정부가 목표로 삼았던 400명의 4배에 가까운 증원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 정부, 증원 확정 선언

정부는 이날 의료 개혁을 지지해준 국민들에게 감사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에 의료 개혁을 위해 전진한다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이날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개혁엔 갈등이 따르기 마련"이라며 의대증원은 미래를 향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민수 차관은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완수할 것을 국민에게 약속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개혁(?) 과정에서 현장 의사들의 목소리는 배제됐다.

정부는 여론몰이를 통해 의사들을 '이기적인 집단'으로 몰아붙였다. 한국의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을 궁지에 몬 뒤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 확정'을 선언한 셈이다.

다수가 늘 옳은 것은 아니다.

다수 국민들이 의대 증원을 찬성하지만 의사 집단, 그리고 국민 일부는 이 문제가 한국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는 위험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여전히 이번 조치를 '의료 개악의 첫발'로 해석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을 의지가 없어 보인다.

정부와 국민의 승리?...교육 부실과 대학병원 어려움 지속 가능성

정부가 의대 증원 확정으로 불확실성이 없어졌다는 입장을 취했지만 현장 의대 교수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최근 의대 교수협의회는 이같은 의대 증원으로 정상적인 교육은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의대 교수들은 교수진, 의학 기자재, 각종 강의 준비 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대 증원이 옳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증원이라는 얘기다.

'의대 교육 부실화'와 의학 교육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여전히 전공의들 역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증원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교육이나 의료진 배출 문제에서 수급이 꼬일 수 밖에 없다.

또 전공의들의 '값싼 노동'에 기반해 병원을 돌렸던 대학병원의 경영 문제 해결 역시 만만치 않아 보인다.

■ 좌절한 의료계, "대한민국 의료 사망선고"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대한민국정부가 한국의료를 사망선고했음’을 알리기 위해 오는 30일 전국 권역별로 촛불집회를 개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의협은 지난 금요일 대교협이 의대 증원분을 반영한 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승인해 '의대증원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시키자 한국 의료시스템 붕괴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개탄했다.

의협은 정부의 '비민주적이고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경악한다고 했다.

필자의 지인인 한 전문의도 "많은 나라에서 부러워하던 한국 의료시스템이 사실상 붕괴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개탄했다.

그는 결국 정부가 말하는 각종 '개혁' 과정에서 의료비 부담은 늘고 돈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들의 '의료 차별화'는 더 심해질 것으로 봤다.

의대 증원만 하면 필수의료, 지역의료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으로 몰아붙였지만, 애초에 번지수를 잘못 짚은 정책이었고 했다.

"정부의 지역병원이나 공공병원 지원책은 결국 국민의 의료비와 건보료 부담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결국 의료 민영화로 갈 수 있습니다. 굳이 안 해도 될 실험을 전국민의 찬성을 내세워 하겠다고 하니 어쩌겠습니까. 지쳤습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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