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7 (금)

(장태민 칼럼) 환율 급등과 시장의 위기..위기대비와 위기조장

  • 입력 2022-09-28 14:26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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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달러/원 환율이 다시 급등하면서 1,440원선을 향해 날았다.

전날 10원 가까이 속락하면서 1,420원대 초반으로 내려갔던 환율은 이날 다시 뛰었다. 환율이 점프하자 채권, 주식 가격 모두 급락했다.

무서운 환율 급등세가 이어지자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의 시대를 초월한 유행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쉼없이 회자되고 있다.

달러 독주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나도는 가운데 금융시장 전반의 환율 경계감은 여전하다.

지난 27일 주요 6개 통화를 대상으로 하는 달러인덱스(DXY)는 114까지 상승했으며, 타겟 지점이 어딘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최근 유로화 약세에 더해 파운드화의 추락이 글로벌 달러 강세에 힘을 실었으며, 원화는 이날 1,440원을 찍었다.

■ 환율로 쏠린 세간의 시선...우려와 우려의 과장된 측면

기본적으로 강달러는 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 정책에 기인한다.

여기에 유로존, 영국 등의 미국 대비 취약한 펀더멘털과 펀더멘털 추가 악화 가능성이 작용한다.

중국의 부동산 우려와 경기 회복 한계 등도 여전히 달러 독주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국 통화인 원화는 유럽, 중국, 일본 통화 움직임에 영향을 받으면서 달러 대비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뒤에도 계속 오르자 세간의 환율 급등에 대한 우려도 커져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왜 통화스왑을 체결하지 못하느냐'는 성급한 질타에서부터, 한은이 금리를 대폭 올려 금리차 확대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환율을 둘러싼 온갖 말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 집단에선 이런 감각적 반응의 자제를 당부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의 달러/원 환율 급등의 가장 큰 요인이 글로벌 달러 강세인 만큼 환율에 대한 과장된 우려나 평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진단이 많다.

외환당국의 입장도 이런 쪽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다만 올해 9월부터는 원화 약세가 상대적으로 과도한 측면이 있어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이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당국은 기본적으로 과도한 쏠림에 대해선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큰 물줄기를 돌리지는 못한다. 달러 독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상황이 됐다.

이러다 보니 1,450원 이상까지 환율 상승룸을 활짝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진단들도 적지 않다.

■ 환율 급등와 한미 금리차

환율 문제와 함께 지대한 관심사 중 하나는 한미 금리차다. 미래에 대한 근사치라도 얻기 위해선 과거를 활용해야 한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의 시계에서는 한-미 금리차와 달러화 지수가 높은 상관성을 띠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자율 평형이론으로 설명되는 유로화와 엔화의 영향이었다"고 분석했다.

한-미 금리차의 등락도 사실은 미국 금리의 영향일 공산이 크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한-미 금리차와 달러/원 환율의 궤적은 역사적으로 동일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화는 장기간 신흥국과 미국간의 국채금리차를 나타내는 EMBI global spread와 상당 기간 연동돼 왔다"며 "현재 원화는 상당한 약세지만 신흥국 위험은 2001년이나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크게 경감돼 있는 상태라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짚었다.

굳이 예외를 찾는다면 달러화 초강세가 원화를 포함한 달러 이외 통화의 동반 약세를 유발했던 2000~2001년과 올해(2022년)라고 했다. 이 때에 한해 양국 금리차와 달러/원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으며, 미국 시중금리 상승의 영향이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한미 국채 금리차 축소나 역전이 국제수지 통계로 집계되는 자본유출입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정책대응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뚜렷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평가다.

이 연구원은 "금리차 변동이 외국인들의 국내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상관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다만 내국인의 자발적인 해외투자라는 변수까지 고려할 때 금리차와 관계가 유의하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자본 이탈(capital flight)을 우려한 정책대응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환율 급등과 외채

과거 환율 폭등기엔 외채, 특히 단기 외채가 문제가 됐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원화가치 폭락은 위기 직전의 단기차입 급증과 위기 직후 급격한 순상환에서 유발됐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환율 급등기엔 당연히 한국의 외채, 특히 단기외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과거와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이승훈 연구원이 분석한 바를 보면 상반기 말 단기외채/총외채 비율은 27.8%로 위기가 도래했었던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수준인 48.5%와 53.0%를 크게 하회했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올해 상반기 말 44%로 역시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296%와 79%를 크게 밑돌았다.

그는 "1990년대에는 이 비율이 줄곧 100%를 상회했다는 점도 참고 사항이 될 것"이라며 "이 44%는 최근 시중은행 및 외은지점을 중심으로 국내 달러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차입이 늘어났다는 점이 반영된 수준"이라고 했다.

외채 내에서 차입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도 중요하다. 만약 대부분이 증권투자라면 단기간 내 회수될 가능성이 차입보다는 낮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말을 기준으로 보면 전체 외채 중 차입비중은 26%, 단기외채 중 단기차입 비중은 58%였다. 단기외채 중 단기차입 비중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7년 9월 이 비중이 80.8%에 달했고 이후 꾸준히 하락해 왔다.

이 연구원은 "한국이 경상수지 적자라면 더욱 더 해외자본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지만, 고유가 등 에너지 가격의 급상승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연초 이후 7월까지 259억 달러, 12개월 이동합 기준으로 647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외건전성이 매우 우수한 상태이며, 국내 위기 상황과 현재의 원화 약세가 무관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실 IMF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환당국은 외환보유액 축적 뿐만 아니라 위기 관리를 강화온 측면이 있었다. 지난 2010년 10월 국내은행과 외은지점이 자기자본 대비 취급할 수 있는 외환파생 순포지션의 한도를 설정했으며 금융기관의 단기성 외화부채 취급시 외환건전성부담금을 부과(2011년 8월)하기도 했다.

2015년 이후 외화유동성비율(LCR)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은행권이 상시적으로 외화유동성을 보유하도록 한 것도 안전판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을 때 기재부는 국내은행과 외은지점의 외환파생 순포지션 한도를 50%와 250%로 올려 은행 자체적인 차입 여지를 확대했고 외화 LCR 지도비율도 2019년 80%로 상향했던 것을 70%로 낮추기도 했다. 2020년 3월 미 연준과 스왑라인이 다시 가동되기도 했다.

■ 환율 급등했지만 '유동성 지표' 보면 진짜 위기 때와 비교할 정도 아니다

과거 원화 약세가 스왑 베이시스가 급격한 확대를 보이면서 달러 조달 문제를 노출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 때와도 다르다.

최근 스왑 베이시스는 2013년 5~6월 테이퍼 탠트럼과 중국 신용위기 당시 수준과 유사한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유동성 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이승훈 연구원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및 2020년 코로나19 초입의 상황처럼 -250bp 정도로 급격히 베이시스가 내려오는 것이 조달 문제에 기반한 원화 약세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는 그 때와 다르다"고 했다.

또 최근 정치권, 언론 등에서 습관적으로 '한미통화스왑 언제 하느냐'는 말을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엔 굳이 그렇게까지 예민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평가도 많다.

만약 조달 문제가 생길 경우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도 있다.

코로나19(2020년 3월)를 계기로 만들어지고 같은 해 7월 상설화된 FIMA(Foreign and International Monetary Authorities)같은 레포기구도 있다.

연준은 이 기구를 뉴욕 연은에 계좌를 보유하는 외국중앙은행 등을 대상으로 운용하고 있다. 대상 증권은 재무부의 재정증권, 중장기 국채와 물가연동국채(TIPS) 등으로 구성된다.

이승훈 연구원은 "연준과 한은은 작년 12월 23일, 600억 달러(조달금리 0.25%)를 거래한도로 두고 필요시 달러를 조달하도록 협의한 바 있다"며 "스왑라인이 없어도 활용 가능한 창구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은 간부 출신 퇴직자의 조언..."작금의 한미통화스왑 '만능론' 지나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한미통화스왑'이 급선무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일부에선 그런 분위기 과장이야 말로 잘못됐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한은 고위직을 지내다가 퇴직한 A씨는 "사람들이 (환율 급등이 초래할 위기 가능성을) 한번에 깔끔하게 해결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면서 이런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A씨는 "지금 문제가 무엇인지를 짚어야 한다. 또 한미 통화스왑 같은 게 얼마나 필요한지, 어떨게 접근할지, 그리고 사람들에게 무슨 이득이 되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과거의 경험도 있지 않느냐"고 했다.

아울러 한미통화스왑은 한국이 단독으로 주장해 체결할 수도 없는 문제이며, 미국이 필요에 의해 한국·멕시코 등 자신들과 밀접한 거래관계가 있는 나라들에게 제공하는 성격도 강하다.

오히려 한미통화스왑이 필요하다고 온 나라가 목청을 높인다면 '한국 이상한 나라다.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고 했다.

A씨는 지금 세상 일각에서 환율 급등을 외환 위기 가능성으로 연결 지으면서 한미통화스왑을 목청껏 부르짖는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물론 최근 확인한 역대 최고 수준의 월간 무역수지 적자, 한국 거시건전성의 악화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이럴 때 일수록 위기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더욱 면밀하고 차분하게 접근해야 한다.

또 한미통화스왑과 같은 특정 시스템이 마치 모든 걸 해결해 줄 것처럼 굴어선 안 된다.

최근 영국 파운드 폭락에서 보듯이 달러와 스왑라인이 있다는 사실이 나빠진 펀더멘털의 문제를 온전히 방어해주지도 못한다.

■ "지금은 위기다. 그러나 위기가 아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3,300선을 넘었던 코스피지수는 최근 2,100대로 추락한 상태다. 코로나 이후 주가 급등기에 5천선을 꿈꾸던 코스피는 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레벨로 주저 앉았다.

달러/원 환율은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두드러지는 급등세를 보이면서 1,400원 위에서도 급등 중이다. 위기의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공포의 레벨에서도 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금리는 1년전만 하더라도 누구도 생각할 없는 수준으로 뛰었다. 채권딜러들이 얼마 전까지 꿈에서도 보지 못했던 4%, 5%, 6% 금리 상품들이 세상을 메우고 있다.

돈이 남는 현금 부자들에겐 마음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고금리 상품이 풍성해져 뜻하지 않은 기회가 생긴 반면, 대규모로 돈을 빌린 대출자들은 위기에 처했다.

연준의 과격한 금리인상 등 금리에서 출발한 위기는 전 금융시장과 자산시장을 강타하고 있거나, 긴장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다만 지금은 위기이되, 위기가 아니다.

과거 금융위기를 겪어본 한 이자율 매니저는 "시장 가격변수는 위기임을 나타내고 있다. 주가 폭락, 환율 급등 와중에 금리도 폭등해 마통 금리가 심지어 6%를 찍는다"며 "1년 스왑베이시스도 절대값 170bp로 대폭 벌어지는 등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은 옛날 (IMF 위기 시절) 대우 같은 게 쓰러지듯이 기업들이 위기에 처한 것도 아니다. 스왑베이시스가 벌어졌으나 달러 자금이 말라버린 것도 아니다. 이미 대비들을 많이 해 놨다"고 했다.

그는 "다만 자칫하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금리 폭등으로 부동산이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 고금리에 가계부채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자빠질지 봐야 한다. 또 가격변수는 위기를 나타내고 있으나, 상당부분 강달러에 의한 것이며 이 시기를 잘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화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 했다.

지금은 위기이되, 위기가 아닌 시대다. 다시 평화가 고개를 내밀 수도 있고, 파국이 찾아올 수도 있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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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메리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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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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