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7 (금)

(장태민 칼럼) 은행 예대금리차 공시

  • 입력 2022-08-24 14:5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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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22일 은행연합회가 각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면서 세간의 말들이 많다.

어떤 은행이 예대금리차로 많이 남겨 먹는지, 어떤 은행이 고객 친화적으로(?) 영업을 하는지를 두고 논박이 오갔다.

하지만 대출자들의 신용을 무시한 채 단순히 개별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로 좋은 은행, 나쁜 은행 줄세우기를 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게 나왔다.

금융당국이 예대금리차 공시 강화를 내세우면서 최근 은행들은 그간 많이 받았던 비판, 즉 대출금리는 적극적으로(소극적으로) 올리면서(내리면서) 예금금리는 찔끔 올리다는(크게 내린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감각적인 게 눈에 잘 들어오는 법이다. 사람들은 5대 시중은행 중엔 신한은행이 많이 남겨먹었다느니, 지방은행 중에선 전북은행이 이익을 많이 취했다느니, 인터넷은행 중에선 토스가 크게 해먹고 있다는 식의 평가들도 하기도 했다.

평판이 상당히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은행 입장에선 이런 감각적인 평가가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예대금리차가 상대적으로 큰 은행들은 '오해'라는 사실 역시 부각시켜야 했다.

■ 평판 중요한 은행들, 공시제도 변화와 경쟁구도 속 예금금리 인상 행진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137bp로 전달(182bp)에 비해 대폭 떨어졌다.

은행들이 나쁜 평판을 얻지 않기 위해 최근 예금금리를 적극적으로 올리고 대출금리 인상엔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취한 결과다.

우선 공시 룰 강화에 따라 은행들은 다른 은행들의 스탠스, 고객의 평판 등을 크게 의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개별적으로 홈페이지 공시해 부지런한 고객의 눈만 피하면 됐지만, 이젠 은행연합회서 모두 모아 순위(?)를 정해버리니 적지 않게 긴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평가도 보였다.

아울러 이번 제도 변화를 앞두고 은행들의 손쉽게 이자 장사를 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기준금리 인상기를 맞아 은행들의 금리 경쟁도 눈에 띈다.

인터넷은행 등 일부 은행들은 점유률 확대를 위해 이번 금리인상기에 좀더 높은 수신금리를 보여주면서 적극적인 고객 유치를 하기도 한다.

케이뱅크는 24일 "아무 조건 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코드K자유적금 금리를 1년 기준으로 0.80%포인트, 연 3.70%로 인상했다"면서 "은행연합회 적금금리 비교에 따르면 우대금리 조건 없는 상품 중 1년 기준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 큰 예대금리차로 찍힌 은행들?...단순히 그렇게 봐선 안돼

워낙 감각적인 시대이다 보니 가계대출 예대금리차, 즉 가계대출 금리에서 저축성수신 금리의 차이가 큰 은행들은 찍히기 십상이라는 우려도 있다.

사실 수신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는 은행의 존재 이유다. 싼 금리에 돈을 모아 비싼 금리로 빌려주는 일, 그것이 은행이 하는 핵심 업무다.

하지만 신용이라는 게 존재한다. 은행은 본질적으로 비가 올 때 우산을 뺏어야 하는 곳이다(나쁜 의미가 아니다). 신용시장이라는 생태계가 원래 그러하다.

신용이 나쁜 사람들은 돈을 떼먹을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줄 때는 높은 금리를 물려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용이 안 좋은 사람들에 대한 대출 규모가 큰 은행들의 경우 예대금리차가 크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새희망홀씨, 햇살론 등 각종 서민지원대출은 저신용자를 위한 대출 프로그램이며, 이같은 서민지원대출 상품들을 많이 취급했다면 당연히 대출금리가 높게 나타난다.

예컨대 서민지원대출을 1조원 가까이 취급한 신한은행의 대출금리와 5천억원 남짓 취급한 하나은행의 '평균' 대출금리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중 예대금리차가 큰 것으로 알려진 은행들은 자신들의 예대금리차가 큰 큰 이유로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적극 빌려줬기 때문'이라는 점을 어필했다.

■ 공시는 강화됐는데..은행 선택 여전히 만만치는 않아

단순 예대금리차로 은행들의 '고객 친화' 정도를 평가해선 안된다.

오히려 대출금리는 좀 높지만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게 적극 빌려줬다면 오히려 서민 친화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어차피 없는 사람들이 2금융권으로 가면 더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금융당국의 '금리 공시' 확대는 일반인들에게 정보 접근성을 높여줬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아울러 공시 강화를 통해 은행들간의 경쟁심리도 강화돼 금융 소비자들의 편익이 커질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고객의 신용등급별 금리 차이 등 보다 세밀한 부분에서 다시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크게 도움을 받긴 어렵다는 지적도 보였다.

이런 복잡한 부분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인데, 사람들이 이번 공시를 통해 '평균'에만 집착하다 보면 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보였다.

■ 통계 범주의 문제..요구불예금 효과 빼고 비교하는 건 문제 있어

박리다매엔 장점이 있다. 물건을 하나 팔 때 남기는 이윤은 얼마 되지 않지만 물량을 대량으로 팔 수 있다면 이익을 키울 수 있다.

이 박리다매의 특성과 함께 통계의 기준 문제도 봐야 한다.

예컨대 은행연합회 공시로 보면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는 각각 1.62%p, 1.38%p로 신한의 비중이 높다.

하지만 은행 이익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예금은 사람들이 사실상 이자를 받지 않고 은행에 맡겨두는 돈이다. 즉 언제든 빼 쓸 수 있지만 금리 0.1% 정도로 사실상 은행으로부터 이자도 받지 않는 예금이 중요하다.

국민은행은 이 돈의 규모가 신한은행보다 더 크기 때문에 이익이 더 크다. 이번 공시 통계에서 요구불예금이 포함되지 않았기에 각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는 '전반적인 수신금리'보다 높을 수 밖에 없었다.

국민은행이 고객은행으로부터 유치한 원화 예수금이 300조원을 훌쩍 넘고 그 가운데 이자를 사실상 주지 않는 요구불예금 비중이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공시 역효과 우려 요인들

금융당국은 은행 예대금리차와 대출금리, 수신금리 공시 강화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면서 시장 자율경쟁을 촉진을 노렸다.

또 금리운용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취지에서 공시를 강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선 저신용자들의 대출을 많이 취급할수록 대출금리가 많이 올라가고 예대금리차가 높아져 남겨 먹는다는 오해에 직면할 수도 있다.

즉 은행이 저신용자 대출을 줄일 유인이 될 개연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아울러 예대금리차 공시로 수신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의 베이스가 되는 코픽스 금리가 오르고 결과적으로 대출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COFIX(Cost of fund Index)는 8개 은행의 주요 자금조달원 가중평균 금리다. 수신금리 상승시 당연히 코픽스도 오르고 이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공시 요구 등이 은행의 자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은행권의 부담도 있다. 은행도 이익이 중요한 민간 기업인데, 정부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 금융당국 "실보다 득 많은 제도...미진한 부분은 보완"

금감원은 은행들의 자율적 금리경쟁을 촉진하고 금리상승기에 금융 소비자의 금리 부담이 완화할 수 있도록 감독 업무에 만전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신잔액 코픽스 대출 활성화(3분기)를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한편 예대금리차 공시,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공시(8월말) 제도 등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시 제도에 대한 일각의 오해나 우려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금감원은 23일 "예대금리차 공시가 수신금리를 올려 대출금리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수신과 대출금리 모두 시장금리를 준거금리로 활용하므로 시장금리 상승시 이에 연동해 상승한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쟁의 미덕'을 강조했다.

올해 4월 대비 7월 금리 상승폭을 보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00bp 인상될 때 은행채 1년 금리는 124bp 올랐다. 은행 저축성수신은 105bp, 은행 가계대출은 62bp 올랐다.

금감원은 "수신‧대출금리가 시장금리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은행의 다양한 금리정책, 즉 가산금리 및 영업점 전결금리 등에도영향을 받는다"면서 "예대금리차 공시를 통해 은행의 자율경쟁이 촉진된다면 금융소비자 편익이 향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 은행의 경쟁이 강화될수록 수신금리의 상승 압력과 대출금리의 하락 압력이 동시에 커져 소비자가 이익을 볼 여지가 커진다.

금융당국은 동시에 금리상승기 금리인상 속도가 완만한 신잔액 코픽스 대출 활성화를 유도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신잔액 코픽스를 통해 소비자 금리부담 완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잔액 코픽스는 금리산정시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이 포함돼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고 변동폭이 적다.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기피 우려에 대해선 "은행별 특성이 충분히 설명될 수 있도록 신용점수별 예대금리차, 평균 신용점수 등도 함께 공시하도록 했다"고 답했다.

은행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금리산정 업무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은행권과 함께 진행중인 금리산정체계 개선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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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은행연합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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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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