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7 (금)

(장태민 칼럼) 대출금리 급등과 정부의 항변

  • 입력 2021-11-18 15:5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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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올해 하반기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자 이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 8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추가 인상이 예고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대출금리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었지만, 총량규제 등에 따른 수급 요인으로 금리가 크게 뛴 측면도 있었다.

청와대 게시판엔 금리 상승의 불합리함과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대출 금리 급등에 대한 언론 보도 등이 일부 측면만 보도해 분위기를 호도한 부분이 있다고 항변했다.

대출금리 등 시중금리 상승엔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진입 등 통화정책 변화와 함께 급박한 대출 규제에 따른 수급 요인이 공히 작용했다.

■ 대출자들은...이상 대출금리 급등 비판

하반기 들어 대출금리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6월 이후 9월까지 은행의 신용대출, 주담대 금리는 각각 40bp, 27bp 오른 4.15%, 3.01%로 나온다.

연초 이후 각각 65p, 42bp 올라 하반기 상승폭이 컸음을 알 수 있다.

상호금융의 경우 6월 이후 신용대출 금리가 30bp, 주담대가 11bp 오른 것으로 나온다. 연초 이후로는 각각 10bp, 19bp 올랐다.

사람들의 아우성이 심화됐던 10월 통계까지 포함하면 상승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0월에 취급한 대출 평균금리는 11월말에 집계돼 발표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은행채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대출금리가 급등한 면이 있었다.

아울러 대출 총량규제로 인해 특정 은행으로 대출이 쏠리면서 고금리를 물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았다.

최근 주담대를 받았던 A씨는 자신의 사례를 이렇게 얘기했다.

"저의 경우 9월에 가능했던 주담대 금리가 3.2% 정도였으나 10월엔 3.7%를 요구해 깜짝 놀랐습니다. 결국 은행에 항의해 금리를 좀 깎긴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은행들을 압박해 대출 공급을 줄여버리니, 대출이 가능한 은행은 더 많은 이익을 챙기고 대출자들은 피해를 봤습니다."

집값을 누르기 위한 정부의 대출 규제에 공인중개사들도 적지 않은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 양천구에서 영업하는 B 공인중개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미 계약이 다 된 상황인데, 갑작스런 고강도 대출규제로 잔금 대출이 안 나올까봐 걱정하는 등 최근 난리가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금리 수준은 고사하고 대출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판이었어요. 이러다 보니 분명 주담대 금리는 더 뛴 측면이 있어요. 일부 은행은 이를 이용해 먹은 것이고요."

■ 정부는...금리 상승의 글로벌 요인, 정책요인 강조

대출금리는 대출 준거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는 식으로 책정된다.

최근엔 대출의 준거금리로 많이 쓰이는 은행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금리가 크게 오른 바 있다.

준거금리가 올라 전체 대출금리가 상승한 건 어쩔 수 없지만, 대출을 받은 사람들 사이엔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과하게 책정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A씨도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탰다.

"지난 10월엔 단기간에 대출금리가 너무 급등해 은행에 심하지 않냐고 항의했더니 결국 그들이 깎아줬습니다. 이는 애초에 일부 은행이 정부 대출 옥죄기 정책에 따라 금리를 과하게 책정했던 셈이죠."

하지만 정부는 10월에 금리가 급등해 사람들의 금리 상승 '체감도'가 더 커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금융위는 이날 "가산금리, 우대금리 등도 은행 자체적인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라 차주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측면이 있으나 상대적으로 그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는 글로벌 금리 상승,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에 무게를 뒀다.

금융위는 "최근 금리 상승은 글로벌 신용팽창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며 "앞으로 국내외 정책, 시장 상황에 따라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주 국회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올라갔다. 앞으로도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그런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일부 국회의원이 '예대금리차 확대로 청와대 민원까지 들어갔다. 알고 있느냐'면서 대출금리 인상 급등을 비판하자 이같은 대답을 내놓은 것이었다.

또 일부 의원이 "은행이 대출금리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고 하자 홍 부총리는 "대출금리 수준 설정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긴 어렵다"고 했다.

■ 매파 금통위원 데려다 부동산·대출 막는 역할 맡기기

금통위 내 매파성이 가장 강했던 고승범 전 금통위원이 지난 8월 정부의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원장으로 간 뒤 대출 옥죄기가 심화됐다.

고 위원은 금통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부동산 등 자산가격 급등을 우려하면서, 부채가 급증해 레버리지 축소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면서 금통위 내에서 가장 먼저 금리인상을 주장했다.

지금은 각국이 정책금리 인상을 시작했거나 인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부채가 급증하고 집값이 폭등해 금리 정상화를 당기려는 노력이 좀더 필요했다.

금융위는 이날 "같은 금리 상승기를 맞이하면서도 오히려 민간분야 부채 감소, 즉 디레버리징이 이뤄지고 있는 주요국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좀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부채 레버리지 규모가 커진 이유는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집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정권 출범 당시에 비해 아파트값이 거의 2배가 된 상황이다 보니 대출 규모도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대출자들이나 금융시장 종사자들 가운데엔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다. 9~10월 채권금리가 올라 큰 위기를 맞았던 증권사 채권딜러 C씨는 이렇게 논평했다.

"이 정부는 각종 규제와 공급 실패로 집값을 폭등시켜서 대출 규모가 늘어날 수 밖에 없게 만들더니, 정권 후반부에 가서 대출을 막는다는 난리를 피우고 있습니다. 항상 자신들이 사태를 악화시킨 뒤 남탓을 하면서 또 따른 규제를 얹는 식이지요."

그는 정부의 '땜빵식' 일처리는 언제나 무성한 뒷말과 풍선효과만 만들어냈다고 했다. 정부의 인사 역시 늘 뜬금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현역인 매파 금통위원을 데려다가 금융위원장에 앉힌 뒤 집값(대출) 좀 잡아보라고 하는데, 사실 이런 이상한 인사를 보면서 어이 없었습니다."

■ 정부의 태도 변화와 항변...그러나

대출규제 속에 금리 상승이 계속되자 정부는 최근 '국채금리 등 시장금리 이상 급등'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받는 데 문제가 없게 하겠다고 했다.

그간 정부는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한 뒤 정책을 내놓는 게 아니라 일단 '던져보고' 여의치 않으면 또다시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는 식으로 일처리를 했다.

물론 정부의 말대로 최근 일부의 보도나 주장이 과장된 면도 있었다.

예컨대 주담대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다는 식의 보도 내용은 일반적인 케이스가 아니다. 장기 주담대 금리를 단기 신용대출 금리와 비교하는 식의 접근도 잘못된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전격적인 규제 강화가 금리 구조를 상당히 왜곡한 측면이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었다.

은행들을 옥죄자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서 대출자 늘리기 경쟁이 붙어 2금융권 금리가 더 낮아지는 일도 발생했다.

그리고 이런 혼란들은 상당부분 부동산 정책 실패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집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실체도 잘 안잡히는' 선분양 등으로 '공급을 늘렸다'고 자위하거나, 사람들이 별로 살고싶어 하지도 않는 '공공임대' 물량을 더 늘리겠다는 식으로 반응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제대로 된 내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은 긴급히 대출에 나서야 했고, 그 과정에서 집값은 더 올랐다. 특히 작년, 올해 집값 추가 급등은 투기꾼이 아니라 위기에 봉착한 실수요자들에 의해 이뤄졌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규제들이 얽히면서 시장은 뒤틀리고 말았다. 하지만 정부는 또 다시 상황을 왜곡하지 말라면서 '국민계도'에 나섰다. 지금은 누가 계도의 대상인지도 헷갈리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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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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