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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대통령이 칭송했던 한 공공임대주택...'그 후'

  • 입력 2021-09-30 11:1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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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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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대통령과 국토부장관이 직접 방문해 적극 홍보했던 화성 동탄의 한 임대주택이 여전히 공실이다.

아파트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작년 말 대통령이 '살고 싶은 집'이라고 표현했던 그 집은 아직 나가지 않아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다.

문 대통령 방문 이전까지 포함하면 1년 반이 넘도록 공실이다.

고관대작들이 '살고 싶은 집'이라고 표현한 그 집에 사람들이 별로 살고 싶어하지 않거나, 뭔가 조건이 맞지 않아서 빚어진 일일 것이다.

■ 대통령이 칭찬했던 곳의 진실은...'별로 살고 싶지 않았던 곳'

김상훈 국회의원이 LH공사로부터 제출 받은 ‘화성동탄 공공임대 현황’에 따르면 작년 12월 대통령과 국토부 장관이 다녀간 화성동탄 A4-1블록 공공임대 ▲2○○동 1○○호(44A형)와 ▲2○○동 1○○호(41A-1형)이 2021년 9월 현재 여전히 미임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곳은 2020년 12월 14일 대통령이 '살고 싶은 임대주택' 현장 검검 차 방문했던 장소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 곳을 방문해 "신혼부부 중에 선호하는 사람이 많겠다. 앞으로 이런 곳에 중형 평수까지 포함하면 중산층들이 충분히 살만한, 누구나 살고 싶은 임대아파트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을 '수행했던' 당시 국토부 장관 후보자 변창흠 전 장관도 대통령에게 경부고속도로 기흥IC 인근에 위치해 입지까지 우수하다고 소개했던 것으로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변 후보자는 "이곳은 경부고속도로 SRT동탄역, GTX-A의 출발점이고 대중교통이 아주 우수하다"고 대통령에게 소개했다.

하지만 그곳은 당시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별로 살고 싶어하지 않는' 곳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VIP의 방문 당시 그곳은 총가구 수 1640세대 중 400가구 이상이 공실이었다. 2019년 9월부터 입주자를 찾고 있지만 네 집 중 한 집 꼴로 비어 있었던 곳이다.

입주자를 찾지 못해 2020년엔 소득기준을 중위소득 100%에서 130%로 완화해 추가모집 공고도 2차례나 했었다.

많은 서울, 경기의 세입자들이 집을 구하기 어려워 아우성 치는 상황에서 '정말' 사람들이 살고 싶어한 집이라면 이렇게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냉정하게 말해 당시 대통령의 방문은 보여주기 식 전시행정에 불과했던 것이다.

■ 백반 먹고 싶은데, 라면만 먹으라고 들이밀었던 정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주택 수급 불일치가 매우 심각해졌다.

사람들이 '원하는' 공급은 없고 '원치않는' 공공임대류의 집은 늘리니 수급 불일치가 더 심화됐다.

경제정책을 펼 때 수급 문제를 대할 때는 원하는 것을 늘려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그러질 않고 '지정해 주는' 곳에 살라고 윽박지르는 식의 정책을 펼쳤다.

이러다보니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이런 집들은 상대적으로 잘 나가지 않았다.

백반 한번 먹으보려고 하는데, 굳이 라면만 주구장창 내온다(오해 없기 바란다. 필자는 라면을 아주 좋아한다).
2020년 말 문 대통령이 방문한 행복주택의 경우 제일 큰 평수가 전용 44㎡(투룸)였다.

대통령이 방문한 복층형(전용 41㎡)의 경우 전체의 1/3이 공실이었고, 전용 16㎡의 경우 절반 가까이가 비어있었다.

잘 나가지도 않는 집인데도 대통령은 '살고 싶은 집'이라고 표현했다. 이미 '살고 싶지 않은 집'이란 사실을 통계가 증명했는데도, 서민들의 생활을 모르는 대통령의 평가는 특이했던 셈이다.

■ 인기 없는 집이었으니, 계속 당근 줬다

LH는 대통령이 방문했던 동탄 단지의 미분양 소진을 위해 2019년 6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무려 5차례에 걸쳐 소득과 자산기준을 완화하며 모집공고를 냈다.

지금도 입주대기자들에게 개별적으로 계약여부를 문의하고 있다. 인기 있는 집이라면 이렇게까지 마케팅에 공을 들일 필요가 없다.

그나마 대통령이 친히 방문하는 등 '정권 차원의 마케팅'이 이뤄지고, 조건이 완화되면서 일단 재고는 많이 소진됐다.

화성동탄 A4-1블록은 전체 1,640호 중 여전히 50호 가량이 공가로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A4-1 44형에서 청년은 최대 6년, 신혼부부는 자녀수에 따라 최대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보증금은 최고 7천 2백만원, 월 임대료는 27만원 수준이다.

■ 안타깝지만 가난하니 공공임대에 사는 게 냉정한 현실

정부는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정책 목표로 세우고 이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공공임대는 '없는 사람'이 사는 곳이다.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은 이런 곳을 선호하지 않는다.

동탄 아파트 최고 매매가가 15억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들리는 상황에서도 이런 임대주택의 인기는 많지 않았다.

대통령까지 다녀가고 '살고 싶은' 집이라고 표현했지만, 사람들은 이런 주택을 외면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임대주택정책, 그리고 주택 정책 전반은 시장의 수급을 별로 고려하지 않는 것이었다.
임대주택까지 포함해 수요가 있는 곳에 수요가 많은 물건을 공급해야 하지만, 정부는 이런 '기본적인' 공급 원칙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무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임대주택정책은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복지'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이란 말은 설득력 없는 소리다. 정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주택이 공공임대주택이다.

정부 사람들은 또 이런 물량들을 많이 늘리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란 이상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유가 좀 있는 사람들은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 중산층까지 임대주택에 강제로 살게 할 수도 없다.

백반 시장과 라면 시장은 엄연히 다르다. 공공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고 오만이다.

냉정하게 말해 '모두가 살고 싶은 공공임대', '저신용자를 위한 낮은 금리'와 같은 아름답고 감성적인 레토릭은 경제 법칙을 거스르는 언어도단에 불과하다.

백반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는데 라면만 내놓으면서 '공급이 이렇게 충분하다'고 외치는 것은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소리를 하는 것과 같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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