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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왜곡된 집값 '공인' 통계와 금리인상 후에도 거침없는 집값 상승

  • 입력 2021-09-13 14:2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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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B국민은행 월간(8월) 부동산 동향

출처: KB국민은행 월간(8월) 부동산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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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8월 2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추가 인상 시그널을 줬지만 아파트값 고공행진은 꺾이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 아파트 주간 상승률은 0.4%를 넘어선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10일(금) KB국민은행이 6일(월) 기준으로 발표한 서울아파트 주간 상승률은 0.45%였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상승률은 0.34%(8/16)→0.45%(8/23)→0.41%(8/30)→0.45%(9/6)를 기록 중이다.

시계(視界)를 조금 늘려서 7월부터의 주간상승률 흐름을 보면 0.27%(7/5)→0.27%(7/12)→0.36%(7/19)→0.27%(7/26)→0.23%(8/2)→0.38%(8/9)를 나타냈다.

최근 들어 집값 상승률이 한 단계 더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KB의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 8천만원 수준이다. 작년 가을 10억원 돌파에 이어 연내 12억원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 한국부동산원 집값 데이터, 믿지 못한지 오래됐다

정부의 공식통계라고 할 수 있는 한국 부동산원 통계는 2018년부터 아파트값 동향을 반영하지 못했다.

한국감정원(現한국부동산원) 통계는 2017년까지는 KB국민은행이 도출한 값과 큰 괴리를 나타내지 않았지만, 2018년부터는 상당히 큰 괴리를 보였다.

예컨대 KB부동산에서 내는 주간상승률 데이터는 감정원 데이터보다 2~4배 높은 이상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되곤 했다.

집값, 그리고 통계 데이터에 관심이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의심을 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수 언론들은 '공식' 데이터인 부동산원을 인용하기 일쑤였으며, 이런 인용은 또 다른 오해를 불렀다. 체감으로 느끼는 아파트값 상승과 정부 공식 데이터가 매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7월부터 한국부동산원은 표본수를 늘려서 발표하기 시작했다.

현실과의 괴리를 뒤늦게 수정한 탓인지, 이후 부동산원에서 발표한 상승률이 이전보다 크게 뛰면서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언론들은 10여년만에 상승률이 최고라는 식의 보도를 쏟아내기도 했다.

현실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데이터를 수정하고, 이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해프닝 성격이 강해보였다.

사실 '쓰레기' 통계에 의존한 정부의 현실 인식은 과거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어이없는 발언에서 이미 확인이 된 바 있었다.

■ '왜곡된' 정부 공인 통계에 대한 의심

2020년 7월 29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정부 기본 통계상으로 3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14% 올랐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14%가 아니라 53% 올랐다고 반발했으며, 다른 곳에선 53%조차도 현실을 덜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통계를 내는 방식에 차이야 있겠지만, 10% 남짓과 50% 남짓이라는 괴리는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는 차이였다.

그러나 당시 우리의 장관은 "국민 체감과 다르겠지만, 장관으로서는 국가가 공인한 통계를 말할 수 밖에 없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만 했다.

이후 감정원은 부동산원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새롭게 편제한 표본을 바탕으로 통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선 통계 표본의 문제가 아니라 '조작'의 가능성이 혹시 문제이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도 나타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간 10%대 상승률과 50%대 상승률은 누가보더라도 용납할 수 없었고, 문재인 정부 출범 전엔 두 기관의 데이터가 이 정도로 큰 괴리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통계들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사실 의심하는 게 당연했다. 건설업계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한 지인의 말은 이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KB통계와 감정원 통계가 상승폭이나 흐름에 있어서 큰 괴리를 나타냈다는 점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어요. 사실 정부와 민간에서 말해온 어이없는 상승률 차이를 감안하면 뭔가 조작이 들어갔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인 접근 아니겠어요?"

그가 말을 이어갔다.

"정부 통계가 맞았다면 집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난리를 칠 필요가 없지요. 안 그렇습니까? OECD에 제공해서 한국만 집값이 오른 건 아니다라는 논거로 활용된 그 통계도 당연히 쓰레기였습니다."

필자 역시 어느 때부터인가 자연스럽게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값 상승률 동향을 잘 안 보게 됐다. 올해 들어 부동산원이 손을 봤지만, 비현실적인 수치를 너무 오랜기간 지속적으로 제공해 온 데 따라 이들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대해선 신뢰가 잘 회복되지 않았다.

■ 끝 모를 집값 상승세...몇년만에 '천지개벽' 수준의 격차 연출한 대한민국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평균이 10억원을 훌쩍 넘어선 뒤에도 집값 상승세가 언제 진정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매주 0.2% 오른다면 1년에 11% 정도 오른다. 매주 0.3%라면 17%, 0.4%라면 23% 가량 뛴다.

현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평균이 10억원을 훌쩍 넘어선 상황에서 주간 상승률 0.3~0.4%이 지속되면 연간 2억원 이상 오를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집값이 2배가 된 곳, 2배 이상이 된 곳도 수두룩하다. 한 지인은 이런 말을 했다.

"박근혜 정부 후반부 마포 집값 6억원대가 말이 되느냐(비싸다는 의미)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말 그대로 천지개벽이 일어났습니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완벽하게 무주택자들의 사다리를 걷어차버린 것이죠."

집값이 오른 게 아니라 돈 값이 떨어졌다는 얘기들도 상당히 많이 한다. 얼마 전 분양에 당첨돼 서울 '하층민'으로 떨어지기 직전 뜻하지 않은 '계급유지'에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40대 후반의 한 증권사 직원은 이런 말을 했다.

"저는 망하기 직전 간발의 차로 분양에 당첨돼 막차를 탔습니다. 막판에 엄청난 운이 작용했죠. 아무튼 지금은 회사 다니는 게 의미 없는 세상이 됐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노력이 아니라 요행수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구조를 완전히 정착시켰어요."

그는 물가지표도 문제 삼았다. 소비자물가 지표가 실상은 사람들을 속이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집값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국의 소비자물가 통계가 무슨 의미가 있나요? 많은 한국 사람들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목표가 내집 마련인데, 한국 소비자물가엔 집값이 반영 안되고 임대료도 너무 조금 반영이 되죠."

또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25만원 재난지원금을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얘기들도 한다. 화폐가치 몰락을 불러온 정부가 사탕값으로 국민들을 아이 달래듯 한다는 비난들도 적지 않았다.

물론 '원래 내가 낸 세금이니' 혹은 '소득세를 한푼도 안냈지만' 주면 당연하다는 마음으로 받는다.

힘든 계층에겐 재난지원금 25만원이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25만원이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을 지라도, 경제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다.

수억원, 혹은 10억원 넘게 오른 아파트값과 25만원의 재난지원금.

한국사회엔 공돈, 혹은 불로소득과 관련해 25만원 짜리 논란과 수억~십수억원 짜리 논란이 공존한다.

이 액수의 괴리 만큼이나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포퓰리즘 시대의 씁쓸한 풍경이 만들어졌다. 무주택자이면서 아이 교육을 위해 서울 강남에서 전세를 사는 한 지인은 신세 한탄을 했다.

"제 인생은 끝이 났습니다. 엉뚱한 욕심을 부린 끝에 희망이 없어져 버렸어요. 교육 때문에 강남 전세로 나가지 않고 강북에 아파트 하나 장만해 놨으면, 인생이 이렇게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을 텐데..."

■ 금리만으로 집값 못 잡는다...그래도 금리는 올린다

집값 고공행진은 진행형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지금까지 '실물'을 제대로 공급한 적이 없다.

김현미 전 장관의 말처럼 아파트는 '빵'이 아니기에 하루 아침에 공급할 수가 없다. 막상 짓기 시작해도 3년이란 시간을 잡아 먹는다.

정부는 집권 중반기를 넘어서서야 주택 공급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으나 손에 잡히는 '실물'은 별로 없었다. 그나마 공급의 미래도 불투명했다. '입으로만' 진행한 공급이었다.

정부 정책 실패는 결국 중앙은행에 대한 금리인상 종용으로 나타났다.

통상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려고 할 때 정부는 나서서 막기를 좋아한다.

집권기간이 영원하지 않은 행정부로서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역대 경험해보지 못한 집값 폭등에 2021년엔 많은 정부 관계자마저 '금리 인상'을 종용하는 역시나 경험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금융당국은 또 집값이 너무 크게 올라 향후 집값이 급락할 수 있다는 점도 거론하면서 상황을 좀 수습해 보고 싶어했다.

최근 한국은행 등에선 금융불균형이 더욱 커졌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지나치게 오른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국면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 '언제'가 언제일지 모르는 상황이며,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입주 물량이 별로 없다는 점이 우려 요인으로 다가온다.

상당수 사람들은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가 부른 통화정책 등 정책 왜곡을 우려하기도 한다.

정치적 이해 관계에 의해 각종 정책들이 왜곡되거나 부풀려지는 과정을 보면서 여전히 심기가 어지러운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다.

금리인상과 관련한 여러가지 이유를 대기도 하지만, 결국 부동산이 핵심이라는 평가는 여전하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상황을 진단했다.

"한은이 금융불균형 해소라는 요상한 말로 금리인상을 정당화했습니다. 일반인들이 알기 쉬운 말로 표현하면 집값이 폭등해서 금리를 올렸다입니다. 집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빌리는 돈의 양도, 돈을 빌려서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겠다는 욕구도 강해집니다."

그러면서 각종 경제지표 등은 곁가지일 뿐, 당장은 부동산 가격 흐름이 금리정책의 핵심이라고 갈파했다.

"8월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집값 오름폭이 더 커지고 있으니 올해 10월이나 11월에 이어 내년 초(1월, 2월)에도 금리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그 이후로는 모르겠습니다. 당장 중요한 건 정부나 한은이 금리라도 올려서 집값 잡는 시늉을 해야한다는 사실입니다. "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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