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6 (목)

(장태민 칼럼) 금리로 부동산 잡기

  • 입력 2021-08-06 15:0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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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서울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 흐름...출처: KB국민은행

자료: 서울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 흐름...출처: KB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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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금융시장 등 주변의 상당수 사람들이 일단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볼 때 금리를 1~2차례 올려서 아파트값 오름세를 제어하기는 어렵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창립기념일 등을 통해 금리인상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과연 한은의 정책금리 인상이 부동산 상승을 제어할 수 있을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 한은 금리인상 시도...부동산과 뗄레야 뗄 수 없어

한은은 최근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금융불균형'을 시정할 필요성을 거론해왔다.

자산가격 상승, 부채 급증, 과도한 레버리지 활용 등을 경고해왔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8월부터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할 것이란 관점이 강하다.

한은은 금융불균형의 원인으로 가계부채 급증, 자산(부동산 등) 가격 상승 등을 꼽는다. 그런데 가계부채와 부동산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 대출 규모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9억원짜리 주택을 사는데 40%까지 대출을 해주면 3억 6천만원을 빌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 9억원짜리 5억원 내외였다면 LTV 70%를 적용하더라도 3억 5천만원까지만 빌릴 수 있다.

주택 거래량이 축소되더라도 이미 자산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한 가구가 부담해야 하는 빚은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

이에 한은은 빚 부담을 크게 해서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오려는 돈들을 막고 싶어한다.

3억원을 빌릴 때 만약 대출금리가 3%라면 매년 900만원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단순히 기준금리를 2차례 올려 대출금리가 3.5%가 됐다고 가정하면 매년 1천 50만원, 즉 150만원을 더 내야 한다.

사람들이 금리를 한, 두번 올려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고 하는 이유는 '이 정도 이자'는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기 위해선 '시그널링'(대출자 겁주기) 효과가 발휘되는 가운데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 참여정부 시대 서울 아파트와 금리..기준금리 5번 올릴 때까지도 제대로 둔화되지 않아

집값 급등과 함께 금리인상이 이뤄졌던 때로는 흔히 참여정부 시절이 손꼽힌다.

또 현재의 금리인상 분위기와 꺾이지 않는 집값의 미래를 가늠하기 위해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노무현 정부 시절 집값이 큰 폭으로 뛸 당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한은이 빨리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큰 일 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또 당시 상당수 사람들이 한은의 금리인상 타이밍이 늦었다는 비난을 하기도 했다.

당시의 금리인상 시점과 서울 아파트 흐름을 살펴보자.

한국은행은 2003년 5월부터 2004년 11월까지 4번에 걸쳐 금리를 100bp 낮춰 정책금리를 3.25%에 맞췄다.

이후 2005년 10월부터 2008년 8월까지 8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 금리를 올린 것이다.

이젠 그 시절 서울 아파트값 흐름을 보자. 국민은행 데이터를 이용해 훑어봤다.

우선 2004년 11월 기준금리를 3.25%로 낮췄던 당시 서울 아파트 평균 시세는 3억 5,012만원이었다.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2005년 10월 매매가격은 3억 9,710만원으로 5천만원 가까이 뛰었다.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뒤에도 집값은 잘 잡히지 않았으며, 2006월 11월엔 5억 1,756만원으로 5억원을 넘겼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5억원을 넘어섰을 때 한국은행은 이미 금리를 5번, 즉 125bp나 올린 상태였다.

■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 지금은 12억 뚫고 신고점 경신 흐름

한은이 금리를 5번 올리고 서울 아파트가 5억원을 넘었을 때 가격 상승세는 둔화되기 시작했다.

2008년 6~10월 5억 6천만원대에서 아파트 가격은 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듬해인 2009년 아파트 가격은 고점을 살짝 경신한 뒤 2010년대에 접어든 뒤에는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2013~2014년엔 아파트가격이 5억원을 살짝 넘는 수준까지 떨어져 바닥을 찍었다. 이후 오름세가 이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실상 탄핵된 해인 2016년말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6억 1,524만원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엔 전혀 다른 양상이 초래됐다.

아파트 가격 오름세가 가팔라지면서 역대 본 적이 없는 폭등세가 나타났다.

2021년 5월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12억 1,020만원까지 올라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4년을 넘긴 이 시점 서울 아파트가격은 2배가 됐다.

지난해 가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돌파했을 때 '설마하던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 10억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들을 했다.

하지만 KB국민은행 데이터는 5월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가 12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아파트 가격은 끝을 알 수 없는 고점 경신 흐름을 보이고 있다.

■ 집값 잡힐 때까지 금리 올릴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역사는 금리를 올린다고 당장 집값이 안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여전히 집값 상승 기세는 무섭다.

금리로 아파트값을 잡는 문제와 관련해서 금융시장 등에선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우선 아파트값이 잡힐 때까지 금리를 올리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의 경험 등을 감안할 때 1,2번 올려서는 집값을 제어하기 어렵다.

집값에 충격을 주기 위해선 금리를 빠른 속도로 많이 올려야 한다.

한국인들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해결책을 못 찾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는 이번 금리인상기의 금리 인상폭이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이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적극적인 금리인상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은 어차피 금리를 몇 차례 올린다고 해서 집값은 잡기 어렵고 경제만 망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편에 선 사람들은 한은이 금리를 적극 올려 경기까지 망치려고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 蛇足...운이 결정해 버린 많은 한국인들의 운명

전날 오랜만에 한 중소기업의 대표로 일하는 지인과 만나 저녁을 같이 했다.

미국 마이너리그 대표팀에게 무참하게 깨지는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을 개탄하면서 우리는 한국사회의 가장 뜨거운 주제인 '집값' 얘기를 빠뜨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모든 술자리에서 집값 얘기는 빠지는 법이 없을 정도다.

전날 만난 지인은 3~4년 전 50대 중반에 '간신히' 아파트를 분양 받은 사람이었다.

그는 그 집의 시세가 10억원 가량 올랐다고 했다. 그 때 분양에 당첨된 덕분에 그는 서울 하층민으로 추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직장생활 30년보다 문재인 정부 3년이 '더 중요한' 시기였다고 했다.

불과 3~4년 전 아파트 소유자가 된 그는 이제 '살아남은 자'의 입장에서 이런 말을 했다. 그의 말에 여유가 묻어났다.

"요즘 돈이 어디 돈입니까? 아파트로 5억, 10억씩 못 번 사람들만 바보됐지요."

운이 좋아서 간신히 바보를 면한 이 지인은 냉정한 소리도 했다.

"아파트 없는 사람이나 무주택자들은 끝난 것이죠. 그냥 끝난 거에요. 지금 와서 그 사람들에게 무슨 기회가 있을까요? 더 이상 희망고문 따위에 현혹되는 바보로 살아선 안 돼요. 내가 무주택자에 가족이 없다면, 차라리 이민이라도 가겠어요."

지인은 직장생활을 30년 넘게 한 사람이었던 만큼 할 말도 많았다. 그는 특유의 과장법(?)을 동원해 추가로 이런 말을 보탰다.

"직장생활 20년, 30년 해서 경우 5억, 6억 모았는데, 이 정부들어 한방에 10억씩 번 사람들이 속출했어요. 서울 사람 절반에 달하는 무주택자 등 반대 쪽 사람들이 돌지 않고는 못 배기죠. 절반은 거지가 됐으니까요. 살면서 이런 적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이건 미친 나라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에요."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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