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18 (목)

(장태민 칼럼) 의대 증원 "해결책인가, 포퓰리즘인가" (하)

  • 입력 2024-02-08 10:5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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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계속)

■ 한국 양질 의료서비스, 과중한 노동에 기반...현재 의사 증가 속도 빠르다는 지적도

한국 의사들의 질은 세계적으로 상당히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치료가 가능한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 비율은 한국이 압도적으로 낮다. 훌륭한 의사들이 양질의 서비스 제공한 것이다.

여전히 부족함이 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잘' 해온 의사들에게 우리는 왜 이렇게 불만이 많을까.

한국 의사들의 뛰어난 손 기술과 지식에 바탕한 과잉 노동에 고마워하기는 커녕 비난만 하는 사회 분위기가 안타깝다는 반응도 있다.

노 전 회장은 "예컨대 한국은 식도암 5년 생존률이 OECD 2위"라며 "의료 접근성 뿐만아니라 의료의 질도 우수하다"고 했다.

또 단순 수치로 접근할 때도 당연히 의사수 부족 문제에 대해 현재의 '증가세'를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노 전 회장은 특히 "현재 한국 의사의 증가속도가는 OECD 평균의 2.6배로 빠르다"는 OECD 통계를 제시하기도 했다.

당장 고령화 등으로 의사수가 부족할 수 있다고 1차원적으로 반응하다가는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은 젊은층 소멸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기형적인 인구구조를 갖고 있는 나라다. 특정 시간이 지나면 의사수는 과잉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무시하긴 어렵다.

제대로된 전문의 한명을 키우내는 데 15년까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대폭 늘려 놓은 의사들이 나중엔 '질 낮은 의사수 확대와 과잉진료 등에 따른 서비스의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보인다.

이 문제는 결국 현시점과 미래를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언론들이 보도하는 각종 의료 문제들을 근거로 당장 의사수를 대폭 증가하는 것 만이 답이라는 식으로 접근해선 곤란해 보인다.

표면적인 의사수는 한국이 적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의사와 접촉할 수 있는 빈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국민들이 누리는 의료의 질이나 서비스도 상위권이라는 점은 인정할 필요도 있을 듯하다.

노 전 회장은 "한국은 최근 50년 사이 평균수명이 가장 빠르게 올라간 나라"라며 "이 부분에 대한 의료진들의 기여를 무시할 수 없다. 단순히 의사수로만 접근하지만 국토 면적당 의사 밀도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의사밀도는 한국이 거의 탑이다. 한국의 의사수는 10km 당 네덜란드, 이스라엘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 필수 의료와 '낙수 의사'

지금 의사 수 부족 문제는 단순히 전체 숫자 문제가 아니다.

필수 과목 의사 수 부족이 문제다.

2022년 전공의 모집결과를 보면 필수의료 관련 학과는 미달했다. 산부인과 61%, 소아청소년과는 23% 밖에 못 채운 반면 성형외과는 175%, 안과는 167%에 달하는 인원이 몰렸다.

심장, 대동맥 등 생명과 관련해 중요한 분야인 흉부외과도 미달됐다.

의사수 부족 문제와 관련해 이성적인 사람들이 진짜 걱정하는 것은 절대적인 의사 수가 아니다.

'힘들고 중요한' 분야에 의사들이 몰리지 않고, 큰 리스크 없이 돈을 벌 수 있는 과목으로만 의사들이 몰리는 게 문제다.

아울러 힘들고 중요한 과엔 성적이 좋은 사람이 많이 지원해야 국민들이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모든 의료 행위가 동일한 값이나 가치를 지닌다고 보기 어렵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로 흉부외과에 성적이 안되는(능력이 떨어지는) 의사만 지원하면 어떻게 될까.

많이 뽑아 놓으면 필수 분야에도 의료진이 모인다고 생각하지만, '낙수효과' 식 접근은 의사들에게 모멸감만 줄 뿐 전혀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보인다.

필자의 지인인 외과 전문의는 경고했다.

"사람의 생명이 걸려 있는 바이탈 과를 '낙수'로 채운다고요? 국민이 정말 그런 걸 원합니까. 가장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가야 되는 곳에 '경쟁에서 패배한' 의사들이 억지로 배치되길 원하시나요? 그리고 당신이라면 그런 의사에게 치료 받고 싶은가요?"

그는 이런 사회 분위기에 환멸이 느껴진다고 했다.

의료사고, 보험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한다...법 때문에 '도전적' 치료 못하는 건 더 큰 문제

의료 현장에선 힘들지만 중요한 과에 지원하는 의사들이 적어 '이탈자'를 방지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의사가 되는 과정도 순탄치 않은 상황에서 중도에 이탈하고 포기하려는 사람들을 말려야 할 정도로 사람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노 전 회장을 이런 얘기를 했다.

"흉부외과 같은 곳은 경쟁력 있고 살아남는 사람들이 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포기하려는 사람을 설득해서 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 흉부외과 전문의는 훌륭한 사람이 해야 합니다. 그런 분야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미달 나고 필수의료 지원자가 없으니 '낙수 의사'로 채우자고 합니다. 외과, 흉부외과 이런 데는 질 떨어지는 사람이 가도 된다고 생각합니까? 사람 생명을 다루는 곳엔 능력있고 유능한 사람이 가야하지 않을까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힘든 분야의 전문의가 되더라도 의료사고가 날 경우 당사자들은 자신의 경력을 망칠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사고 시 의사 개인의 '법적 책임'을 강조하는 있는 분위기가 필수 의료 지원을 더 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울러 이런 분위기는 의사들이 '방어적' 치료에만 몰두하게 만들 수도 있다.

예컨대 의료사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살릴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 대해선 '도전적인' 수술을 꺼리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노 전 회장은 이 문제가 의료 과실보다 더 심각하다고 했다.

"의료 과오보다 더 큰 문제는 의사들의 방어적 진료입니다. 수술하면 살 수 있는 확률이 30%인데, 안하면 죽을 확률이 90%인 경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이 경우 민형사 책임, 즉 책임질 확률 70% 때문에 적극적으로 진료를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환자나 보호자가 알 수 없습니다."

의사는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하지만, 법률 리스크라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먼저' 자신부터 보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법부가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도전적인' 의사들의 기를 꺾었다는 얘기다.

환자를 일부러 죽게 만들고 싶은 의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의료 사고나 실수는 나올 수 밖에 없다.

이 문제는 보험 시스템을 통해 푸는 게 합리적이다.

교통사고가 난다고 자동차를 없애버릴 수 없다. 자동차 사고에 대해 보험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해결하듯이 의료 사고 역시 의사들에게 과중한 책임을 묻기 보다는 보험 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국민이 원하는 건 비싸지 않고 질 좋은 의료 서비스...'필수 과목' 의료진 처우 높여야

의료 수가는 건강보험공단이 내는 돈과 환자가 내는 돈을 합친 금액이다.

그런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료 수가가 원가의 70%에 불과하다는 보고서는 낸 바 있다.

과거 신생아 중환자실의 경우 병상 하나당 5천만원씩의 적자가 누적되자 결국 수가를 올려준 사례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 수가가 낮은 상황이며, 의료진들은 이 문제를 다른 방식을 통해 해결한다는 지적도 보인다. 노 전 회장은 다들 '비정상적인' 방법을 찾는다고 했다.

"의료 수가가 원가에 못 미치는 데 어떻게 의사들이 잘 먹고 잘 살까요? (억지로) 방법을 찾는 것이죠. MRI를 24시간 돌리기도 하고 장례식장, 주차장 등을 통해 돈을 법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과잉 진료입니다."

사실 일반인들은 의사가 하는 전문적인 일에 대한 판단 능력이 없다. 돈을 많이 벌기 곤란한 의사들이 이런 측면을 악용하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다른 나라 대비 서비스는 2.5배 많이 이용하는데 비용은 50% 수준이다 보니 과잉진료가 문제가 됩니다. 한국의 서비스 단가는 OECD 단가의 30% 수준에 불과합니다. 백내장 수술이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과잉진료 등은 통해 돈을 벌려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죠"

따라서 필수 진료 쪽 수가를 더 올려주는 식으로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생명과 직결된 필수 의료와 관련한 수가를 더 올리면서 관련 분야에 대한 보상 체계를 정비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예컨대 '한국 소멸'과 직결돼 있는 중요 분야인 소아청소년과 의사 등에 대해선 금전적 보상과 함께 일에 자부심을 높여줄 필요도 있어 보인다.

지금은 예컨대 흉부외과 전문의가 미용 성형 등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필수 의료에 종사해야 할 많은 사람들이 '돈도 벌고 리스크는 적은' 비필수 쪽으로 가 있다.

이 문제는 시스템 개편을 통해 풀어야 한다.

비필수 쪽 메리트를 줄이거나 필수 쪽 보상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힘들지만 중요한 바이탈 쪽 의사들에겐 소위 말하는 '워라벨' 등을 통해 처우를 개선해 주면서 수가도 올려줘야 한다.

■ 지방 의사 무조건 늘리는 게 능사 아니다...지방에 의사 없는 데엔 이유 있다

흔히들 지방에 의사가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지방에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의사 집단 내에선 좀 다른 얘기가 나온다.

의사들 사이에선 '냉정하게 말해서' 지방엔 환자가 없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면 지방 사람들은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지방 사람들은 '여건이 되면' 서울에서 치료를 받으려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KTX 등 교통의 발달로 인해 지방 의사에 대한 수요는 더 줄어든 측면도 있다. 아울러 지방 환자들이 '서울 의사'들에게 진료를 받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지방에 병원이 없다고 수급에 대한 고려없이 무조건 지방 의사를 늘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교통 발달로 한국에 '일일 의료권'이 생겨난 데다 본인 부담금 감소 등으로 수도권 대형병원 이용 문턱이 낮아지면서 지방 환자들도 수도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마치 맛집을 찾아 다니듯이 서울의 좋은 병원, 유명 의사를 찾는 의료 소비 패턴도 상당부분 자리를 잡았다.

교통 발달 속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이 맞물려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환자들이 몰린 상황이다.

하지만 지방 병원과 의사를 늘리기 위해 KTX를 폐쇄할 수도 없는 일이다. 오히려 교통 발달로 좋은 병원, 좋은 의사를 만날 수 있다면 이는 좋은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급을 고려하지 않고 지방에 무작정 의사를 늘리면 이는 반드시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 노령화 대응? 그 반작용도 고려해야

의사 증원을 주장해온 서울대 김윤 교수는 "2035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는 1백만명이 줄어드는 반면 노인 인구는 5백만명이 늘어난다"면서 의사수를 빨리, 그리고 대폭 늘리라고 주장한다.

그는 "노인은 젊은층 대비 의료비를 4~5배 더 쓴다. 인구가 줄어드는 효과보다 노인 인구가 늘어난 효과가 5배"라며 정책가들을 다그쳐왔다.

최근 의사 수입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현상 역시 의사공급이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했다.

김 교수의 입김이 정부의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교수는 다수 의사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이 아니다.

의사 집단 일각에선 2035년이 되면 의사수가 3만 4천명 과잉이 될 것이라는 반론을 펴기도 했다.

지난 1985년부터 2015년 사이 30년간 인구가 40% 가까이 증가할 때 의사수는 400% 넘게 늘었다.

미래에 늘어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지 못할 경우 의사들이 기대수익을 위해 엉뚱한 진료를 하는 등 의료 윤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도 나온다.

아울러 한국의 빠른 고령화 속도는 젊은 세대의 부담을 지울 수 밖에 없다. 노인 국가를 앞둔 한국이 당장 급하다고 대거 의사수를 늘려 놓으면 그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필자의 지인인 한 외과의는 "10년까지 갈 필요도 없이 누구 말이 맞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대 증원은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상당수 의사들은 의대 증원이 나중에 의료비 증가, 의료 서비스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 나아가 한국 의료 시스템 붕괴 위험을 거론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전문가들의 이런 주장이 단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술수에 불과한 것일까.

■ 의사수 일단 너무 늘렸다...사회, 경제적 혼란 불가피

정부는 6일 의대 정원을 무려 65%나 늘린다고 발표했다.

의사수를 늘릴 수 있으나 이렇게 대폭 확대하면 사회 혼란은 불가피하다.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의사수'가 아니라 의사들을 필수 의료 쪽으로 배치하는 일이다.

물론 의사를 대거 늘려놓으면 피부미용 등 비필수 과목이 돈이 안 돼 필수 과목으로 사람들이 들어올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비스 저하와 과잉 진료, 국민 부담 증가 등 각종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렇게 증원만 하고 필수 의료 기피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10년 후엔 서울에 2천개 피부과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문제의 핵심은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안 의원은 수가를 높이는 등의 방법을 통해 필수과목 기피 현상을 타파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정부가 대규모 증원을 강행하게 되면 당장 사회 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비수도권 대학에 지역인재전형을 늘려 의사를 충원하게 되면 의사의 질 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들도 많다.

지금도 '서울의 큰 병원'에서 치료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과연 지역 의사들이 지역민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계도 혼란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대폭 의대생을 늘리게 되면 당장 교수진, 기자재 등 '교육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또 소위 SKY에 합격한 학생들이 대폭 늘어나는 의대 정원을 감안해 의대를 가기 위해 재수를 할 수도 있다. 각종 사회적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모들을 아이를 의대에 보내기 위해 '지방 유학'을 택할 수도 있다.

한국 경제 차원에서도 걱정이 적지 않다.

과학과 기술이 미래의 경제를 좌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대가 아닌 의대 쪽으로만 인재가 몰리면 한국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보인다.

안 그래도 젊은층 인구가 소멸하는 상황에서 의대가 엘리트들을 더 빨아들이도록 정책을 쓰는 게 너무 무책임하다는 주장도 있다.

전문가 집단(의사) 다수가 반대하는 의대 증원, 그것도 대폭 늘리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게 올바른 정책인지 의심스럽다.

이 위험한 정책이 과연 옳았는지 여부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가 말해 줄 것이다.

(장태민 칼럼) 의대 증원 "해결책인가, 포퓰리즘인가" (하)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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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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