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0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SVB 사태에 이은 CS 위기, 금융시장 초점 물가에서 '금융안정' 변수로 교체

  • 입력 2023-03-16 14:1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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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필요시 유동성 공급을 공언한 스위스 금융당국, 출처: SNB

자료: 필요시 유동성 공급을 공언한 스위스 금융당국, 출처: S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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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이 폐쇄된 뒤 크레딧스위스 위기가 부각되면서 채권가격이 다시 폭등했다.

금융시장은 '이 정도라면' 연준이 물가만 보면서 정책을 펴기 어렵다고 확신하고 있다.

다음주 FOMC를 앞둔 가운데 금융안정 문제가 연준의 주요한 과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 CS 주가 폭락과 스위스의 자국 대표은행 구하기

크레딧스위스(Credit Suisse) 주가는 15일 24.24% 폭락한 1.70스위스프랑을 기록했다. 일일 최대의 변동을 나타냈다.

CS 대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지분율 9.9%)은 지분율 10% 초과 시 대내외 규제기관들의 표적이 될 수 있어 추가 지분 투자는 어렵다고 밝혀 CS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었다.

CS는 최근 연간 보고서 상의 '중대한 오점'을 인정했다.

사실 CS는 5개 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4분기에만 1천억달러 이상 고객 자금 유출을 겪었다.

아무튼 '알고 있는' CS의 문제점은 사우디가 '지분 투자 어려움'을 거론하면서 더욱 악화됐다. SVB 사태와 엮여 미국 은행 섹터 투자심리도 재차 악화됐다.

뉴욕 시장에서 은행주 투매가 재연된 가운데 결국 스위스중앙은행이 구원투수로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스위스중앙은행(SNB)은 필요시 CS에 유동성을 제공하겠다고 천명했다.

SNB와 금융감독청(FINMA)은 "CS는 은행권 전체 시스템에 중요한 은행이다. 높은 자본과 유동성 여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시장이 우려하는 유동성 위기는 없다"면서 시장 쏠림 방지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금은 금융당국의 관련 조치, CS의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 등이 발표되는 중이다.

일단 크레딧스위스는 SNB로부터 최대 500억스위스프랑(540억달러)을 차입하는 옵션을 행사해 유동성 강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 SVB 사태→CS 사태...시장은 추가적인 은행 이상 징후 찾으며 연준 스탠스 주목

크레딧스위스는 최근 몇 년간 신용과 관련해 의심을 받아온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SVB 사태가 발발하자, 재무 건전성이 떨어지는 글로벌 대형은행 CS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졌다.

당연히 크레딧스위스의 주가뿐만 아니라 채권가격도 폭락했다.

ECB는 유럽 은행들을 접촉해 CS에 대한 익스포저를 확인하는 중이다.

미국 재무부 역시 자국 금융사들이 크레딧스위스와 얼마나 엮여 있는지 면밀하게 점검하기로 했다.

미국 주식시장의 은행주 전반이 흔들리는 상황이 도래하면서 미국 당국도 긴장하는 중이다. SVB, 시그니처은행의 파산 이후 CS에 대한 우려가 커져 은행권 전반에 대한 의구심이 걷히지 않기 때문이다.

15일 뉴욕에 상장된 CS의 주가는 14% 하락했고 전날 급반등했던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와 팩웨스트 방코프 주가는 21%, 12% 넘게 폭락했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 주가가 각각 4%, 3% 넘게 떨어지는 등 은행주 전반이 대폭 밀렸다.

스위스 당국이 자국 대표 은행인 CS에 대한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추가적으로 문제가 있는 은행의 출현 가능성, 미국 금융당국의 추가 조치, 연준의 정책 결정 등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세부 내역이 어떻든 SVB 사태와 크레딧스위스 위기는 모두 고금리의 부작용"이라며 "추가적으로 문제 있는 은행이 출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딜러는 최근 금리가 대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금리 급등과 급락 가능성이 모두 도사리고 있다고 풀이했다.

■ 글로벌 금융시장의 키워드가 된 '금융안정'

현재는 미국의 2월 미 고용지표와 CPI 결과가 금융안정 이슈에 묻히고 있다.

미국 은행의 파산 이슈가 달러와 신용에 균열을 만들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가격변수를 보면서 상황 전개를 주시하고 있다.

B 증권사 딜러는 "미국 CDS가 과거 신용강등, 금융위기 때보다 더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년간 불확실성 확대 때 나타나던 달러 강세 모습과는 정반대"라며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도 주목된다"고 밝혔다.

전날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시그니처 은행에 대해 등급 전망을 철회하고 6개 지역은행 신용등급 하향 검토를 발표했다. 이후 하루만에 미국 은행 시스템에 대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SBV와 같은 은행이 출현하지 않더라도 이미 신용 등급 관련 이슈가 부상하는 중이다.

B 딜러는 "금융안정 이슈는 미국 본토 내 은행이 문제가 됐다는 점, 미국채 투자가 문제가 된 점 등으로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전날 일본 토픽스 은행 지수가 미국채 투자가 많다는 이유로 7% 가까이 급락하는 모습은 향후 이번 사태가 통화정책에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채권시장이 전혀 내 의견에 동조하지 않겠지만, 개인적으론 5월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며 "강둑에 물이 넘치는 건 괜찮아도 둑에 아무리 작은 구멍이라도 구멍이 생긴 건 다른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무튼 현재 채권시장 가격변수들이 금리인하 쪽으로 기울고 있다. 따라서 '실제 인하' 여부가 향후 중요할 것이란 관점도 강하다.

C 증권사 딜러는 "일단 채권시장 가격 변수는 인하 쪽으로 기울었다. 다음주 연준의 마지막 버티기가 실패하면 채권시장이 다시 한번 완전히 내달릴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이 지금의 상황을 과대해석하고 있다는 주장도 보인다.

D 딜러는 "시장은 지금 SVB 사태와 크레딧스위스 이슈에 과대망상적으로 사로잡혀 있다"며 "시장 금리는 다음주 연준의 25bp 인상과 추가 인상 시사를 접한 뒤 재차 폭등하면서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E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은 국내 기관들이 쏠려 있는 것으로 본다. 선물시장 개인의 겸손한 모습(국채선물 대량매도 통한 차익실현)을 본받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재무상태가 나쁜 기업들의 신용과 유동성 이슈가 부상한 만큼 재무건정성이 취약한 기업이 발행한 채권은 의심을 더욱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문제는 과거 국내 저축은행 사태도 떠오르게 만들었다. 미국 금융안정 문제가 단기적으로 국채 금리와 함께 크레딧 금리 역시 하락시켰지만, 비우량물이나 부동산 금융에 대한 심리는 더욱 위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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