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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FOMC·ECB 회의 앞두고...통화정책 큰 흐름과 강화되는 독자적 움직임

  • 입력 2023-06-12 11:3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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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출처: 연준

사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출처: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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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번주엔 미국 FOMC와 유로존 ECB 회의 등 주요 경제권의 금리결정에 금융시장 관심이 모아져 있다.

FOMC의 금리 동결과 ECB의 25bp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에선 우선 FOMC(13~14일) 결과가 나오기 전인 13일에 CPI가 발표돼 물가지표가 시장에 변동성을 안길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두 경제권역의 통화정책 결과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도 출렁일 수 있다.

■ 美 CPI, 이벤트 부담 줄여줄까

미국 소비자물가가 예상수준을 벗어나지 않으면 FOMC의 긴축에 부담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

미국 내 설문기관에 따라 약간 다르긴 하나 전년비 헤드라인 물가가 4월의 4.9%에서 4.1~4.2%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월비로도 0.4%에서 0.2~0.3%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수준으로 나오면 긴축 부담이 줄어들 수 있으나 근원 물가도 봐야 한다.

전년비 근원물가가 4월(전년비 5.5%, 전월비 0.4%)에서 얼마나 둔화될지 확인해야 한다. 시장 전망은 여전히 근원 물가는 끈적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블룸버그 등의 설문을 보면 전년비 5.6%, 전월비 0.4% 내외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로선 헤드라인 물가 둔화가 안겨줄 기대감, 그러나 여전히 스티키한 근원 물가에 대한 부담 등이 섞여 있다.

즉 시장엔 미국 물가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가 혼재돼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클리블랜드 연은의 물가 전망에 따르면 6월 CPI, PCE는 모두 3.27%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온다"며 "헤드라인 기준 21년 4월 이후 처음으로 3%대 물가가 확인되는 상황에서 연준의 추가 인상 명분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5월 ISM 서비스업 지불 가격 지수는 20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파월이 가장 중요한 물가로 언급한 주거비 제외 근원 서비스 물가 하락이 가팔라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3분기 중 서비스 물가 하향 안정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와 연준의 더블 QT가 금리인상을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간 물가 둔화에 대한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여전히 조심스럽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 호주, 캐나다 등이 예상과 달리 물가 때문에 금리를 다시 올렸다는 점을 부담스러워 하기도 한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호주, 캐나다가 동결하다가 금리를 다시 올렸다. 한국 물가도 2%대 둔화까지 거론되지만 근원물가 둔화는 더디다"면서 "한은도 아직 물가에 대해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 물가 확인 후 이뤄질 FOMC 결정...스탠스 변화 확인 필요

이번 FOMC에선 지난 15개월간 지속됐던 금리인상이 일단 중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까지 연준 내 매파와 비둘기파는 적지 않은 인식차를 드러냈다.

다만 매파 성향을 보였던 멤버들이 6월엔 동결하면서 그간의 금리인상 효과를 점검해야 한다는 비둘기파에 동조하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미국 금융시장 가격변수는 6월 동결과 7월 인상에 무게를 싣는 모습을 나타냈다.

결국 점도표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점도표가 공표되면 현재 시장의 예상치가 수정될 수 있다.

CME 페드와치 툴에 따르면 기준금리(5.00%~5.25%)는 6월 동결 이후 7월에 25bp 인상되고 이후 11월에 25bp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1월 이후엔 금리 인하 사이클이 작동하면서 내년 9월 경엔 기준금리가 3.75%~4.0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호주, 캐나다의 금리인상 후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시각이 늘어나기도 했다.

네달란드 라보뱅크는 "캐나다 중앙은행이 긴축을 재개했다. 이는 연준을 비롯해 금리인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던 다른 중앙은행들에 경고 신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ECB, 25bp 인상 전망...그리고 일본

ECB는 15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25bp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5월 정책금리 인상폭을 50bp에서 25bp로 축소해 3.75%(예금금리 3.25%, 한계대출금리 4.00%)에 맞췄다. 이번에도 25bp 올릴 것이란 예상이 강하다.

일단 유럽에선 6월 뿐만 아니라 7월에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CB는 지난 3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1.0%, 1.6%로 제시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은 각각 5.3%, 2.9%로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라가르드 총재는 이런 정도의 인플레 둔화에 만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달 초 "인플레이션이 적정한 때에 목표치인 2%로 낮아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해야 한다"면서 매파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라가르드 총재가 입장을 얼마나 바꿀지도 확인해야 한다.

ECB 이후엔 BOJ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다. 15~16일엔 일본이 금융정책결정회의를 개최한다.

우에다 총재가 최근까지 초완화정책을 유지할 필요성에 무게를 둔 만큼 당장 이번 회의도 지금의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은 스탠스와 관련해선 '작은' 변화라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즉 우에다가 지금의 수익률곡선 정책에 대해 어떤 변화의 시그널을 보내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 한은 총재, 물가 경계감 유지하면서도 '독자적' 통화정책 움직임 강화 거론

이번주 FOMC 등이 큰 주목을 끄는 가운데 주요국 금리인상 사이클이 후반부에 있는 만큼 '독자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주요국이 최근까지 열심히 금리를 올린 뒤 각국의 물가, 경기 상황에 적지 않은 차이도 나타났기 때문에 인상 사이클 마감 작업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런 부분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73주년 창립기념사에서 물가에 대한 경계감을 유지하면서도 경기와 정책적 조화를 이루는 일, 그리고 각국의 달라진 환경에 따른 정밀한 정책 대응 필요성을 거론했다.

이 총재는 기념사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3.5%까지 인상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고 다행스럽게 물가오름세는 지난달 3.3%까지 낮아졌다"면서 "다만 기조적 물가흐름을 나타내는 근원인플레이션은 아직 더디게 둔화되고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고 했다.

총재는 "따라서 앞으로도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를 면밀히 점검하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리고 미 연준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도 함께 고려하면서 정책을 더욱 정교하게 운용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총재는 중앙은행들의 독자적 정책 흐름 강화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년간은 우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이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공통적으로 빠르게 금리를 인상했다. 우리 국민 사이에도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올해는 국가별로 물가오름세와 경기상황이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 결과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trade-off)에 따른 정교한 정책대응이 중요해졌다. 그 과정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능력이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시장 관계자들도 각국 중앙은행들이 보여주는 큰 틀의 흐름, 그리고 각국이 처한 개별적 특성을 같이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호주와 캐나다의 금리인상은 같이 동결에 먼저 나선 한국 채권시장에도 부담 재료"라며 "하지만 한국은 펀더멘탈과 금융환경 측면에서 긴축 여력이 있는 일부 국가들보다 사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펜데믹 당시 모두 다 강력한 완화에 나서고 지난해 고물가 충격 속에 모두가 긴축에 나섰던 환경엔 최근 변화가 생기고 있다. 경기와 물가 사정이 각 국가마다 달라지고 있다"면서 한국은 금리를 더 올리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 <참고자료> 이창용 한은 총재 창립 73주년 기념사

오늘은 한국은행이 창립된 지 73주년이 되는 뜻깊은 날입니다. 그동안 한국은행과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 주신 선배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국가경제를 위해 항상 애써 주시는 금통위원님들과 정책, 관리, 현업 등 각자의 맡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임직원 여러분, 그리고 뒤에서 늘 우리 직원들을 성원해 주고 계시는 가족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창립기념일은 매년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올해는 새 단장을 마친 보금자리로 6년 만에 돌아온 해이기에 더욱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2주 전 바로 이 건물에서 BOK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하였습니다. 새 건물에서 개최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좋았지만, 그보다도 많은 외빈들이 국제적으로 손색이 없는 공간이라고 축하해 주어 매우 기뻤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처럼 우리 직원들은 이제 사무실뿐만 아니라 중앙로비, 2층 라운지, 4층 휴게공간, 도서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통 공간 안에서 자유롭고도 창의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사기간 동안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해주신 별관건축본부, 재산관리실 등 관련 부서 직원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치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새 건물에 와 보니 보안, 시설관리 등의 업무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 청경, 서무 직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총재로 부임하여 1년을 보내고 난 후 맞이하는 창립기념일인 만큼,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급박한 경제상황 속에서 여러분과 함께 해결책을 찾아 쉼없이 움직였던 한 해였습니다. 주요국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7월 6.3%까지 높아졌습니다. 이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3.5%까지 인상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였고, 다행스럽게 물가오름세는 지난달 3.3%까지 낮아졌습니다. 다만 기조적 물가흐름을 나타내는 근원인플레이션은 아직 더디게 둔화되고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를 면밀히 점검하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리고 미 연준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도 함께 고려하면서 정책을 더욱 정교하게 운용해나가야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잘 기억하듯이 작년 하반기에는 미 연준이 금리인상 기조를 가속화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였고, 설상가상으로 레고랜드 사태가 겹치면서 금융·외환시장의 불안이 심화되었습니다. 이에 한국은행은 정부·감독당국과의 긴밀한 정책 공조를 통해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였고, 위기 극복에 일익을 담당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튼튼한 은행 부문이 큰 버팀목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최근에는 주택시장의 부진이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부동산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금융부문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장기적 시계에서는 금융불균형이 재차 누증되지 않도록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가계부채의 완만한 디레버리징 방안을 찾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내부경영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많은 논의를 통해 마련한 경영인사 혁신방안을 속도감 있게 도입한 가운데, 토론문화 확산, 자료공유 확대 등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도 시작하였습니다. 여러분의 협조 덕에 ‘한은사’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시끄러운 한은’을 향한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현안과 관련한 많은 보고서들이 외부로 공개되고 지역본부 직원들이 한국은행의 앰배서더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음에도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급여 문제나 권한의 하부위임, 워크 다이어트 등과 관련해서는 아직 그 성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사안들인 만큼 앞으로도 개선 노력을 이어나가야 하겠습니다.

쉽지 않은 1년을 보냈지만, 앞으로의 1년도 녹록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은행의 진정한 실력을 검증받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지난 1년간은 우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이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공통적으로 빠르게 금리를 인상하였고, 우리 국민 사이에도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국가별로 물가오름세와 경기상황이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 결과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trade-off)에 따른 정교한 정책대응이 중요해졌으며, 그 과정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능력이 명확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조직운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시적인 성과 없이는 조직 혁신에 대한 실망이 늘어날 것입니다. ‘혁신은 말뿐이고, 항상 제자리다’라는 넋두리가 나오지 않도록, 이제는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한층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임직원 여러분!

한국은행이 정책과 내부경영 모두에서 발전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제반 환경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출산·고령화 등과 같은 내부적 요인뿐만 아니라 팬데믹 이후의 뉴노멀, 세계 경제의 분절화(fragmentation)와 지정학적 갈등 심화, 인공지능과 같은 혁신적인 IT기술 확산이 경제 전반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과거의 성공 방식에 집착하기보다 새로운 환경에 맞게 과감히 변화를 준비해야 합니다.

일례로, 지금까지 한국은행의 주된 정책대상은 은행이었습니다. 한국은행법에서 금융기관이라 함은 은행만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은행 금융기관의 수신 비중이 이미 2000년대 들어 은행을 넘어섰고 한은금융망을 통한 결제액 비중도 지속적으로 커져왔으며, 은행과의 자금거래 확대로 은행/비은행 간 상호연계성도 증대되었습니다. 이처럼 비은행의 중요도와 시스템의 복잡성이 증대되었기에 은행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국민경제 전체의 금융안정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이 없다는 이유로 이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감독기관과의 정책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필요하다면 제도개선을 통해서라도 금융안정 목표 달성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 다른 예로 유동성 관리 수단의 유효성을 들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는 기조적인 경상수지 흑자로 국외부문으로부터 대규모 유동성이 계속 공급되어 왔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유동성 관리 또한 이를 흡수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어 운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대내외 경제구조가 달라지면서 경상수지 기조는 물론 적정 유동성 규모 등이 변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합니다. 따라서 유동성 조절도 흡수 일변도에서 벗어나 평상시에도 탄력적으로 유동성 공급이 가능하도록 제도나 운영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최근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모바일 뱅킹 등 IT기술 발달로 기관 간 자금흐름이 대규모로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위기 전파 속도도 그만큼 빨라졌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상시적 대출제도 등 위기 감지 시 즉각 활용 가능한 정책 수단의 확충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밖에도 빠르게 발전하는 IT기술을 활용해 챗GPT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내부 업무에 적용하여 일상적인 업무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특히 올해는 최근의 지급결제 혁신 흐름에 발맞추어 소액결제시스템을 실시간총액결제 방식으로 전환하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도입하는 데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해나가야 하겠습니다.

내부경영도 앞서 말씀드린 구조적인 환경 변화에 적응하여 바꾸어나가야 합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수십 년간 최고 수준의 인재를 손쉽게 불러 모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민간부문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수 인재 확보에 대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우리의 급여와 복지 수준이 이들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개선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제는 우수한 인재를 뽑는 노력 이상으로 들어온 직원을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양성하는 방향으로 인사정책도 변해야 합니다. 명문대 졸업장 하나가 뛰어남을 인증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업무와 관련된 지식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므로 각자가 자기 계발을 통해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조직은 이를 지원해야 합니다. ”우수한 인재여야 한국은행에 들어간다“는 과거의 평판에서 벗어나, 이제는 ”한국은행에서 10년 동안 훈련받은 직원이라면 믿고 스카우트하고 싶다“라는 말이 정착되도록 노력하고 투자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하위 직급에서부터 주요 결정을 책임지고 수행할 수 있도록 직무 권한을 실제적으로 하부위임해야 합니다. 또한 소수에게 권한과 책임이 집중되고 총재만이 한국은행을 대표해 왔던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전행적(全行的)인 정보 공유를 통해 우리 내부의 정보독점화를 막고 모두가 대변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로서 적극적인 대외 소통에 나설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에 앞장서는 직원이 더욱 대우받을 수 있도록 인사와 성과평가 제도로 뒷받침하겠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다시 한번 강조드리지만, 앞으로의 1년은 정책과 내부경영 모두에 있어서 변화가 더욱 절실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나라별로 차별화된 경제 여건 속에서 보다 정교한 정책 운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안정을 도모해야 함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가장 잘 제시하는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적극 수행해나가야 하겠습니다. 조직운영에 있어서도 보다 만족스러운 직장생활로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거 우리 선배들께서 쌓아온 업적 위에 새로운 전통을 만들면서 한국은행의 위상을 높여 나갑시다. 특히 젊은 직원들이 그 변화의 한 가운데 우뚝 서 주기를 바랍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업무지시에 대해 ‘왜요?’, ‘제가요?’, ‘지금요?’라고 되묻는 경향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한국은행에서 이러한 질문을 더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왜요?-변화가 필요하니까“, ”제가요?-변화의 필요를 가장 잘 느끼는 세대이니까”, “지금요?-지금 변하지 않으면 뒤처지니까”.

이는 제가 누차 강조했던 것처럼 “계급장 떼고 할 말은 하자”는 것이며, 상사의 지시라면 수긍하기 어려워도 분위기를 고려하여 그냥 받아들이던 자세에서 벗어나 이제는 이를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부탁입니다. 간부들은 젊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관행에 도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후세대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한 책무임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젊은 직원의 아이디어와 간부들의 경험이 어우러질 때 법고창신의 교훈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중앙은행 본연의 자기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변화를 선도하는 한국은행이 되도록 다 같이 노력합시다. 저부터 앞장서고,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창립 73주년을 맞이하여 임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늘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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