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1-01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너무 빨리 달린 채권시장..한은총재 발언 뒤 이어진 BOJ 정책변화에 '화들짝'

  • 입력 2022-12-20 14:1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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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20일 일본10년물 국채금리 움직임...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20일 일본10년물 국채금리 움직임...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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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채권가격이 20일 급락했다.

장중 10년 선물 3월물이 150틱 넘게 급락하는 등 시장이 오랜만에 큰폭 약세에 휩싸였다.

한은이 물가설명회를 통해 물가 둔화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언급한 데다 일본은행은 일드커브 컨트롤 정책의 전환을 거론하면서 시장이 긴장했다.

아울러 이날 국채 금리가 10bp 이상 오르는 것은 그간 시장이 너무 무리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최소한 도비시하게 볼 수 없었던 이창용 총재의 발언, 그리고 일본 은행의 정책 전환에 시장이 밀렸다"면서 "그간 너무 일찍 달렸던 데 따른 반작용"이라고 평가했다.

■ 한은은 인하 기대? 인상도 아직 안 끝났는데...

최근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내년 경기 둔화가 기정사실로 반아들여지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내년 기준금리 인하 얘기들이 적지 않게 나오던 상황이었다.

특히 최근 부동산PF 우려 등을 감안해 지금의 3.25%가 최종금리 아니냐는 기대, 더 나아가 내년 하반기엔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전망 등도 심리에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한은은 시장 일각의 기대만큼 급속한 변신을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연준, ECB 등 최근까지 매파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보조를 맞췄다는 평가도 들었다. 한은 총재 역시 섣불리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날 이창용 총재는 "물가의 중장기 2% 수렴에 대한 확신이 들면 2%로 가기 전이라도 금융안정 등 다른 것 같이 고려하면서 정책하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내년 물가가 상고하저를 나타내면서 점차 낮아지더라도 2% 웃도는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어서 물가에 중점 둔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경기둔화에 따라 한은의 스탠스 전환 등을 바랬지만, 일단 한은 총재는 기존 입장에서 큰 변화는 주지 않았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최근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수준으로 하락해 뭔가 트리거만 있으면 금리가 크게 오를 수 있었다"면서 "이날 한은 총재의 발언이 그 시작이었다"고 했다.

■ 일은의 정책변화, 시장 크게 긴장

12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미국 연준, ECB, BOE 모두 금리를 50bp씩 올렸다.

연준 관계자들은 매파적 발언을 이어가면서 시장의 섣부른 기대감이 자라나는 것을 막기 위해 애썼다. 특히 유럽에선 ECB 총재 라가르드가 예상을 뛰어넘는 매파적 발언을 하면서 유럽 각국 금리의 폭등을 견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은 BOJ가 변신을 꾀해 시장을 크게 놀래켰다.

한은 총재의 발언을 통해 1차적으로 놀란 채권시장은 점심시간을 기해 이뤄진 BOJ의 결정에 2차 타격을 입었다.

BOJ는 이날 통화정책 결과 성명서에서 "일본은행의 당좌예금 정책금리를 기존의 -0.1%로 적용한다. 국채 10년물 금리 목표치는 0% 부근에서 관리한다"고 했으나 "완화적인 금융환경을 유지하는 한편으로 시장기능을 개선하기 위해서 장기금리 조작 운영과 관련해서 일부 개선 작업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BOJ는 장기금리 조작 관련 운용 방향 설명에서 "국채 매입 규모를 대폭 늘리는 한편으로 장기금리의 변동폭을 기존의 ±0.25%에서 ±0.50%로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표가 나오면서 달러/엔 환율이 급락하고 국내 시장금리는 더욱 뛰었다.

아울러 이같은 금리 급등이 최근 금리가 너무 빨리 낮아지는 등 과도했던 데 따른 반작용이라는 평가가 많다.

■ 세계 금리 다시 일제히 오른 날...각국 연쇄 반응에 대한 부담 증폭

간밤 영국 금리가 재정정책 우려로 급등한 뒤 미국채 금리도 크게 뛰었다.

국내 시장도 밀리면서 시작한 뒤 한은 총재의 별로 전향적이지 않은 발언, 일본의 정책 변화 등으로 심리가 더욱 냉각됐다.

영국 길트채 금리는 내년 국채발행 급증에 대한 우려로 대폭 올랐다. 영국10년물 금리는 16일 8.87bp 오른 뒤 주말을 거친 19일엔 17.26bp 뛰어 3.5%로 올랐다. 영국2년물은 이틀간 9.75bp, 17.59bp 점프하면서 3.7%로 상승했다.

이런 모습에 미국채 10년물 금리도 10bp 가까이 상승하면서 3.59% 수준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장중 악재가 더해지자 국내 채권시장이 궁지에 몰리는 모습이다. 최근 주요국 금리들이 오르는 모습에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 국채10년물 금리는 이날 하락세로 시작했으나 통화정책 발표 뒤 급등했다. 일본 10년물 금리는 0.2%대 초반을 보이다가 점심시간 BOJ의 발표 이후 15bp 넘게 뛰어 0.4%를 넘기도 했다. 이후 상승폭이 축소되는 듯하다가 재차 커지는 등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호주10년물 금리도 장중 상승폭을 확대했다. 호주 금리는 장중 20bp 이상으로 오르는 등 급변동을 이어갔다.

시장의 통화정책 변화 기대감에 각국 중앙은행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중이라는 평가도 보인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최근 각국 금리가 빠르게 낮아졌는데, 이에 대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속속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글로벌 금리시장에서 영국이 미국을 놀라게 하고 일본이 한국·호주 등을 놀라게 하는 등 각국 금리들의 연쇄작용을 일어키고 있어서 다시금 주의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D 딜러는 "마침 국내 금리가 급락해 있는 사이에 BOJ가 정책 변화를 꾀하면서 트리거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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