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물가설명회 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 출처: 한은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은 정책변화 핵심은 물가둔화 '속도'와 물가목표 수렴에 대한 '확신'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물가상승률이 5% 수준에서 상당한 정도 내려와서 2%로 수렴 중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통화정책 변화 측면에서) 금융안정 등 여러가지 요인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물가설명회에서 통화정책 변화 조건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국은행은 내년 소비자물가가 상고하저 패턴을 보이면서 둔화될 것으로 봤지만, 아직은 물가 둔화 '속도'에 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 한은이 보는 올해 물가 상승의 정도는
올해 소비자물가는 1~11월중 전년비 5.1% 상승해 물가안정목표(2%)를 크게 웃돌았다.
한은은 연간 기준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4.7%)을 넘어 1998년(7.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중 흐름을 보면 연초 3%대에서 가파르게 높아져 7월중 6.3%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5%대로 다소 둔화됐다고 평가했다.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는 연초 2%대 중반에서 11월중 4%대 초중반으로 오름세가 꾸준히 확대됐다.
한은은 올해 연간 상승률은 지난 2008년 수준(3.6%)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농산물·석유류 제외 기준으로는 11월중 4%대 후반으로 상승했다.
■ 향후 물가흐름 관련 해외요인은
한은은 물가와 관련한 대외요인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크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세계경제는 글로벌 통화긴축 강화, 중국 경기 부진 등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가운데 주요국 통화정책, 중국 방역조치 완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상당기간 물가 상승 요인이었던 환율과 국제유가는 최근 하방 요인으로 바뀌었다.
최근 수입물가의 경우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국제유가가 하반기중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오름폭이 축소됐다.
원/달러 환율은 9월 하순 이후 1400원을 웃도는 높은 수준을 이어가다가 11월 이후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기대 등으로 하락하여 최근 1300원대에서 등락 중이다.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최근 80달러를 밑돌며 연초 수준으로 하락했다.
■ 향후 물가흐름 관련 국내요인은
향후 예상되는 국내 경기 둔화는 물가 상승세를 낮추는 요인이다.
국내경제는 하반기 들어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둔화됐으며, 이 부분이 물가 하향 안정 기대감으로 작용한다.
한은은 "민간소비가 고물가에 따른 실질구매력 저하, 금리 상승 등으로 최근 증가세가 완만해지는 모습"이라며 "수출(통관 기준)은 주요국 경기 둔화, IT 경기 부진 등으로 10월 이후 감소로 전환하는 등 빠르게 둔화됐다"고 평가했다.
비용 측면에서는 명목임금(1인당, 총액 기준) 오름세는 특별급여의 기저효과가 사라진 영향 등으로 2분기 이후 다소 둔화됐으나 상용직 정액급여는 3분기까지 오름세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농산물가격은 3분기중 집중호우·폭염 등의 영향으로 채소를 중심으로 크게 상승했다가 추석 이후 양호한 기상여건 등에 힘입어 빠르게 하락했다. 채소가격은 11월중 지난해 한파 등의 영향으로 큰 폭 상승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가세하면서 상승률이 크게 둔화됐다. 10월 21.6%에서 11월 -2.7%로 급변했다. 축산물 가격은 6월 이후 오름폭이 지속적으로 축소됐다.
다만 공공요금 정상화는 앞으로도 물가 상방 요인이 될 수 있다.
한은은 "정부정책 측면에서는 그간 누적된 원가상승부담이 공공요금에 점차 반영되면서 물가상방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관리물가는 하반기중 전기·도시가스요금이 추가 인상(7·10월)되고 고속·시외버스요금(11월)도 인상되면서 오름폭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관리물가는 공공서비스, 전기‧가스‧수도, 보험서비스료 등 정부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 품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소비자물가지수 내 가중치는 약 20%다.
전기·도시가스요금의 경우 지난해 이후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원가부담이 커졌으나 인상폭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한은은 따라서 "그간 누적된 비용인상압력이 큰 점을 감안할 때 내년에는 상당폭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 최근 물가, 둔화 흐름이지만...
올해 하반기중 소비자물가는 석유류가격 오름폭 축소 흐름이 지속됐으나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전기·도시가스요금도 인상되면서 반기 기준으로 1998년 하반기(6.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7~11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5.7%, 전년비)의 품목별 기여도를 보면 개인서비스(+1.91%p), 공업제품(+1.63%p), 석유류(+0.80%p) 순으로 크게 나타났다.
러-우 전쟁 이후 급등했던 국제유가가 하반기 들어 글로벌 수요둔화 우려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감에 따라 석유류가격 상승률이 크게 둔화됐다.
공업제품(석유류 제외)은 원유(原乳)가격 인상 등의 영향으로 가공식품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이어간 가운데 섬유제품, 화장품 등도 원재료비 인상 등으로 오름폭이 점차 확대됐다. 10~11월중 가공식품가격 상승률(9%대 중반)은 2009년 5월(10.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기·가스·수도요금은 10월 들어 전기료와 도시가스요금이 상당폭 인상되면서 오름폭이 확대됐다.
서비스의 경우 공공서비스물가가 1%를 밑도는 낮은 오름세를 이어간 가운데 집세 상승세가 완만하게 둔화된 반면 개인서비스물가는 하반기중 6%대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 6%대의 개인서비스물가 오름세는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집세의 경우 대출금리 상승, 매매거래 위축에 따른 전세매물 확대 등의 영향으로 전세 오름폭 축소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며, 월세는 전세의 월세 전환 등으로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둔화됐다.
한은은 특히 "가공식품가격은 전쟁 등에 따른 국제식량가격 상승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외식물가도 수요회복, 원재료비 인상 등으로 과거 급등기 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원유(原乳) 기본가격이 올해 10월 16일부터 리터당 49원 오른 996원으로 인상(연말까지는 3원 추가 인상)됨에 따라 우유, 빵, 치즈, 아이스크림 등 관련 가공식품의 가격상승압력이 최근 더욱 커졌다. 다만 그간 개인서비스물가 상승세를 주도해온 외식물가 상승률은 최근 다소 낮아지면서 추가적인 상승 모멘텀이 약화되는 모습이다.
외식물가는 9월 9.0% 오른 뒤 10월 8.9%, 11월 8.6%로 조금씩 둔화되고 있다.
■ 통화정책 변화의 핵심인 근원물가, 기조적 물가, 기대인플레는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오름세는 꾸준히 높아져 최근 4%대 초중반 수준으로 확대됐다.
한은은 "금년중 근원물가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된 것은 그간 외식 등 개인서비스품목의 물가상승 확산세가 꾸준히 높아진 데다 내구재 등 공업제품의 확산세도 연초에 비해 확대된 데 주로 기인한다"고 밝혔다.
물가상승품목의 비중을 나타내는 물가상승 확산지수(식료품·에너지 제외 기준)는 과거 물가급등기 당시를 웃도는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
물가상승 확산지수는 품목별로 전월대비 상승률이 +0.05% 상회시 1점, -0.05~0.05%인 경우 0.5점, -0.05% 하회시 0점을 각각 부여한 후 가중합산한 지수다.
아울러 물가상승률이 5%를 웃도는 근원품목의 비중도 꾸준히 확대됐다.
한은은 다만 "근원물가 이외의 기조적 물가 오름세는 지난해 이후 지속적으로 높아지다가 최근 4%대 중반에서 주춤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조정평균물가 및 가중중위수물가 상승률이 최근 둔화된 점에 비추어볼 때 근원물가 상승률도 조만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일반인 단기(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이 7월중 4%대 중후반 수준까지 높아졌다가 최근 다소 하락했다.
한은은 "최근 기대인플레이션 둔화는 석유류와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구매빈도와 지출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 상승률이 낮아진 데 영향 받았을 가능성이 이있다"고 밝혔다.
생활물가 상승률은 전년비로 7월 7.9%에서 8월 6.8%, 9~10월 6.5%, 11월 5.5%로 둔화됐다. 국채금리에 반영된 기대인플레이션 지표인 BEI(10년물 기준)는 2%대 수준을 유지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의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물가목표(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물가 불확실 요인과 한은의 전망
한은은 유가 흐름이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로 하방압력이 커졌으나 대러 제재(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한 및 가격상한제), OPEC+의 대규모 감산 등 공급측 불안요인도 상존해 있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곡물 등 국제식량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간 곡물수출 협정 연장 등 하방요인과 이상 기후, 경작비용 상승 등 상방요인이 혼재돼 있다고 진단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글로벌 통화긴축에 따른 국내외 성장세 둔화 영향으로 물가상승압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류세 인하폭 단계적 축소, 전기·가스요금 인상 정도 등 정부정책도 향후 물가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가겠지만 석유류가격 오름폭이 축소되고 국내외 경기하방압력도 커지면서 오름세가 점차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둔화속도와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근원물가 상승률은 수요측 물가압력 약화 등으로 점차 둔화되겠으나 개인서비스물가의 하방경직성, 일부 품목의 수급차질 해소 지연 등이 둔화폭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결국 향후 물가경로 상에는 유가 및 환율 흐름,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 정도, 국내외 경기둔화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상방압력과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하방압력이 상당부분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한은의 물가 대응 원칙은..."중장기 목표수준으로 하향 안정된다는 '확신' 필요"
그간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5% 위에서 좌고우면할 필요없이 물가를 잡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총재는 이날 물가설명회에서도 이같은 스탠스를 유지했다.
아울러 당분간 물가에 중점을 둔 정책을 펴겠다는 스탠스도 유지했다. 물가가 한은의 중장기 관리목표(2%)를 상당기간 웃도는 만큼 물가를 중시하는 정책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내년 물가가 상고하저를 나타내면서 점차 낮아지더라도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며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가상승률 둔화에 따른 금리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 총재는 "물가가 중장기적으로 목표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수치'를 대입해 기계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물가가 하향 안정되는 기조와 속도 등이 중요하다고 시사했다.
이 총재는 예컨대 "물가 2% 목표를 보면서 정책을 결정한다는 게 2% 근처로 가야 정책(전환)한다는 게 아니고 중장기 예측을 하면서 수렴하는지 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총재는 "물가가 중장기적으로 2%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면 2% 가기 전이라도 금융안정 등 다른 것도 고려하면서 정책을 하는 건 당연하다"고 부연설명까지 했다.
통화정책 변화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물가가 얼마나 2%에 빨리 수렴할지에 대한 자신들(금통위)의 확신이라는 중요하다는 의미다.
■ 물가와 금리에 대한 한은 총재의 고민..."늦은 대응, 빠른 대응 모두 신뢰 상실의 위험 있어"
한은 총재는 장단기 금리 역전 상황에 대해 "향후 2~3년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시장이 보는 것"이라며 "에너지 등 공급요인으로 금리가 빠르게 올라간 게 장기적으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한국은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 침체를 예고되는지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미국에선 장단기 금리 역전이 중요한 인디케이터지만 한국에서 아직 학계의 논쟁이 많다고 했다.
총재는 "우리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침체로 간다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 침체로 가느냐의 보더라인에 있다고 본다"고 했다.
물가에 따른 금리정책 대응의 고민도 내비쳤다.
총재는 "(물가 경로와 관련해) 너무 늦게 대응하거나 스탑 앤 고(STOP AND GO)로 너무 일찍 대응하면 둘다 신뢰상실의 위험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미국 연준의 점도표가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처럼 한은의 전망에 대해서도 '유연성'을 발휘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총재는 최종금리 3.5%(11월 금통위 당시 금통위원들의 최종금리 중앙값)와 관련한 과소대응 위험은 없느냐는 질문에 "11월 회의 당시 금통위원들의 의견이었고 정책 약속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전제가 바뀌면 바뀐다"고 했다.
한은과 총재는 향후 물가 상승률이 둔화된다고 보면서도 여전히 전반적으로는 물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상당히 크다는 점을 거론했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속도' 혹은 '강도'가 관건인 가운데 한은 총재와 집행부 모두 이 부분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상황이다.
채권시장은 물가설명회를 접한 뒤 한은이 아직 금리 인하까지 고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점을 어필했다면서 긴장하기도 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오늘 물가설명회는 매파적이었다"면서 "장중 선물가격이 낙폭을 키우는 모습을 보였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됐지만 아직 총재가 태도를 많이 바꾼 것 같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오늘 이창용 한은 총재의 물가설명회에 대해 투자자들은 적어도 비둘기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출처: 한은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은 정책변화 핵심은 물가둔화 '속도'와 물가목표 수렴에 대한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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