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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재개되는 은행채 발행...내년 수급 이슈는 결국 낮아진 금리 레벨 적응 문제

  • 입력 2022-12-19 13:1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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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근 시장 안정 관련 회의 참석 당시의 한은, 기재부, 금융위, 금감위 수장들

사진: 최근 시장 안정 관련 회의 참석 당시의 한은, 기재부, 금융위, 금감위 수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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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금융당국이 그간 지속된 은행들의 은행채 발행 요구에 응해 점진적으로 발행을 용인해주기로 했다.

금융위, 금감원, 한은 등은 19일 회의를 연 뒤 은행채 발행 재개 등에 대해 조심스럽게 허용해주기로 했다.

최근 은행들은 계속해서 자금 마련을 위한 채권발행을 요청해왔고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발행 재개에 대해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 그간 안정세 찾아간 시장...차환 물량 등 감안해 발행 숨통 틔워주기

19일부터 연말까지 시중은행 은행채 만기도래 물량은 2.3조원 규모다.

금융당국은 이 물량과 내년 초 발행 수요 등을 감안해 은행채가 '탄력적'으로 발행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탄력적으로 발행을 허용해 준다는 것은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발행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다.

은행채 발행이 여전채나 회사채 등을 구축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기와 규모를 분산해서 발행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당국이 발행을 조금씩 허용해 주는 이유는 우선 시장이 꽤 안정을 찾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채권시장 수급상황, 전문가 의견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채권시장의 투자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은행채 차환 물량의 시장 소화는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은행채 발행이 재개될 경우 은행의 자금조달 여건 해소와 함께 은행채 스프레드 축소, 예금·대출금리 및 코픽스 금리의 하락 등 시장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했다.

은행권은 최근 채권시장의 안정화 추세, 연말 은행 자금 조달·운용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적어도 만기도래 차환 목적의 은행채 발행을 점진적으로 재개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요청한 뒤 '시장에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 당국과 소통하면서' 은행채 발행을 재개할 수 있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 당국의 여전한 수급 관리 모드와 여유있는 자금 흐름

5대 은행은 지난 10월 21일부터 은행채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

한전채, 은행채 등이 위기에 빠진 채권시장에서 구축효과를 강화하자 어쩔 수 없는 '자제' 요구였다.

금융당국은 레포랜드 사태 이후 발행시장이 얼어붙자 은행들에게 은행채 발행을 일단 멈출 것을 요청한 뒤 11월 들어선 5대 금융지주의 추가적인 지원을 이끌어냈다.

이같은 당국의 조치들로 시장 상황이 상당폭 개선됐지만 아직은 조심스럽다. 당국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큰 만큼 여전히 긴장감을 갖고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당국이 채안펀드, 회사채 ·CP 매입프로그램 등 정책 프로그램을 계속 이끌어가면서 수급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은행채 발행 재개가 시장에 충격을 주긴 어렵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당국 역시 당분간 시장 수급을 통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은 "연말 자금시장 상황을 고려하여 퇴직연금 이동, 역머니무브 및 자금조달 경쟁 등으로 인한 자금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점검하고 관리해 나가면서 2023년에도 이러한 노력을 지속·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최근까지 금융당국은 연말 자금까지 각종 자금이 무사히 넘어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당국이 여유있게 자금시장을 관리하면서 시장 상황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지난 금요일 한은이 캐피탈콜 방식 2차 채안안펀드 출자에 맞춰 실시한 RP 매입에서도 수요가 예상보다 더 적었다.

한은의 16일 채안펀드 출자기관 지원을 위한 91일물 RP매입에선 예정액 0.75조원(2차 채안펀드 1차 1.5조 출자의 절반)에 크게 못 미치는 0.0616조원만 응찰해 그 금액이 낙찰됐다. 금리는 3.51%였다.

연말 자금사정이 좋아 응찰이 많지 않았던 것을 알수 있다. 아울러 내년 초에 2차 채안펀드가 추가로 출자하고 한은이 다시 RP 매입을 실시하기 때문에 자금이 필요하면 그 때를 이용할 수도 있었다.

시장도 당국 관리 의지와 지금의 유동성 환경, 나아진 신용채 수요 등을 감안하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크레딧 시장이 이렇게 안정돼 있으니, 당국이 말한 차환 등 저 정도 발행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을 재가하더라도 회사채, CP쪽으로 구축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인데다 당장 2조 남짓한 은행 차환 물량이 크게 부담 되긴 어렵다"고 했다.

■ 이제 관심은 23년...낮아진 금리 레벨, 적응도 따라 물량부담 가중될 수도

2023년 들어 채권 발행이 다시 늘어나고 당국의 시장 관리가 약화되면 수급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보인다.

다만 중요한 건 '레벨 적응, 레벨 요인'이라는 인식도 강한 편이다.

최근 5년 이상 구간 국고채 금리가 내년 초의 '예상' 기준금리 3.5%를 하회하는 등 국채시장이 상당히 강한 모습을 보인 탓에 23년에도 이런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들이 적지 않다.

금리 레벨에 대한 적응도가 수급 흐름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당장 중요한 것은 채권 발행이 늘어나는 문제보다 금리 방향성에 대한 기대"라며 "만약 최종금리가 3.25%라면 발행이 봇물 터지듯 터진다 한들 지금 금리에도 안 살 이유가 없으니, 수급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리인상 기대감이 재차 강해지면서 시장 금리가 뜨는 상황에서 발행까지 얹혀진다면 시장이 다시 요동칠 수 있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딜러는 "반대로 시장금리가 다시 급등하는 상황이 초래되면 최근 급하게 특은채 산 사람들의 피묻은 물건들도 다시 나오게 될 것"이라며 "결국 금리가 뜨면 발행 재개의 영향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지금은 뭘 발행을 많이 하고 덜하고 하는 공급 사이드 문제라기 보다는 수요 측면의 문제가 더 중요한 동인으로 보고 있다"고 풀이했다.

결국 내년 수급이 점차 정상화되는 상황에서 지금의 낮아진 금리를 시장이 용인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내년부터 재개될 회사채·여전채 발행, 은행 차환, 12월 대비 급증하는 국고채 발행 등이 최근 급락한 금리 수준에서도 마음 편하게 이뤄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글로벌하게 연준, ECB 등이 매파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기존 스탠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2023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얼마나 길게 유지될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파월이 금리 인하 기대감을 꺾기 위해 물가에 대해서도 나눠서 성격을 정의 내려줬는데, 점점 이런 매파적 태도가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D 은행 관계자도 "연말을 이런 식으로 대략 넘기고 내년이 되면 금리 레벨이 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 시장 분위기는 일단 내년 1,2월 기준금리 동결을 종용하는 식인데, 한은이 내년 초 금리 인상을 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연준이나 ECB처럼 한은이 더 올려야 한다는 식으로 나온다면 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각종 채권 발행 부담도 가중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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