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1-01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2023년 새해 앞두고 노출된 경제정책 관련 여·야의 극단적 시각차

  • 입력 2022-12-15 13:56
  • 장태민 기자
댓글
0
사진: 국회의사당 전경, 출처: 국회

사진: 국회의사당 전경, 출처: 국회

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15일은 국회의장이 통보한 예산안 처리 마지막 날이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의 극단적 시각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의회를 지배하고 있는 민주당은 예산안 조정과 관련해 소위 '윤석열 표 예산안' 삭감을 주장한 뒤 지역화폐와 같은 '이재명 표 예산안'을 살리자고 했다.

여당은 갓 출범한 정부의 첫번째 예산안마저 야당이 의회 지배력을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행정부와 국회(의회 다수인 민주당)간의 대립도 여전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국회 예산심사권을 무시해 파행을 이끌었다'고 주장했으며, 정부는 국회(민주당)가 의회 권력을 내세워 새 정부의 살림살이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법인세 논란...민주당, 부자 감세 논리로 여전히 비판의 날 세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정부가 추진한 법인세 인하에 대해 '초부자 감세'라고 비판해 왔다.

야당은 여전히 법인세 인하가 재벌들에게만 도움이 될 뿐 한국경제 살리기와는 하등의 상관이 없다고 주장한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5일 "정부와 여당은 민생엔 관심 없고 재벌 살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정부가 깎아주려는 103개 초부자 기업의 실질적 법인세 부담은 결코 높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실제 각종 감면 혜택으로 2020년 기준 3천억 이상 초과 법인의 실제 실효세율은 19.6%로 200억에서 500억원 법인의 실효세율 19.5%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5억원 이하 영업이익을 거두는 중소·중견기업의 법인세율을 현행 20%에서 10%로 낮추는 법인세 인하엔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큰 기업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한국의 세금이 높다는 점에 대해서도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반대 논리를 세웠다.

민주당은 "미국 실리콘 밸리 같은 곳의 법인세율은 29.8%로 30%에 육박한다"면서 왜 여당이 재벌들에게 혜택을 못 줘서 안달이냐고 비판했다.

세계적으로 볼 때도 법인세 인하가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포르투갈의 경우 2018년에 이익 3,500만유로 이상 법인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28%에서 30%로 올렸지만 여전히 외국 자본을 많이 유치해 유럽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고 했다.

법인세 감면 효과와 관련해서는 경제학자들간, 그리고 전문가들 간에도 이견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여당과 정부는 법인세 인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법인세 논란...정부·국민의힘, 한국경제 살기 위해 세율 내려야

국민의힘은 우선 민주당이 법인세와 관련해 매우 질 낮은 논의를 벌이는 중이라고 평가한다.

예컨대 민주당이 말하는 '초대기업의 배만 불려준다. 우리나라의 실질 법인세는 매우 낮다'와 같은 발언들은 선동적인 접근에 불과하다고 본다.

정부와 여당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강달러 현상이 맞물려 외국 자본의 이동이 늘어난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법인세 인하는 우리나라의 조세 경쟁력을 회복시켜 국내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시절의 법인세 인상이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을 목격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국민의힘은 "2018년 문재인 정권이 법인세 25% 구간을 신설한 후 외국인 설비투자는 2018년 약 100억 달러에서 2021년 약 50억 달러로 반토막 났다"면서 "우리 기업의 해외 이탈은 보지 못했는가"라고 되물었다.

미국 등이 리쇼어링에 힘을 쓰는 이 때 한국에선 기업들이 줄기차게 해외로 도망가는 '이상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실제 2021년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액은 국내투자액에 비해 80억달러 이상 컸다. 사실 한국 기업들의 오프쇼어링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데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분석한 국내 대기업 실효세율은 2019년 기준 21.4%로 미국 14.8%, 일본 18.7%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여당은 통계를 내세워 우리 경제를 위해 법인세 인하가 필수불가결한 일로 보고 있다.

예컨대 한국 수출 1위 품목 반도체 수출이 전년비 27% 급감한 상황에서 '기업이 크다'는 이유로 불리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15일 "우리 반도체 기업은 반도체 경쟁국인 대만과 힘겨운 싸움에 들어갔다"면서 "우리 기업은 25%의 법인세를 내는데, 대만 기업은 법인세를 20%만 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세까지 합치면 우리 기업이 부담할 세금은 27.5%로 지방세가 없는 대만보다 7.5%나 더 부담한다. 우리 기업만 살벌한 국제 경쟁에서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게 할 수는 없다"고 강변했다.

■ 건보재정 재정 위기...여당, 문재인 케어 폐기하고 다시 설계해야 vs 야당, 국민건강권 위해 쓰는 건 옳아

지난 1977년 출범한 한국의 의료보험은 세계적으로도 많은 부러움을 샀다. 모범적인 시스템으로 칭송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최근 한국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게 사실이다.

여당은 건보 재정의 어려움이 커진 주범으로 문재인 케어를 꼽는다.

국민의힘은 "우수한 제도였던 한국의 건강보험제도가 문재인 케어 5년 만에 제도 지속가능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면서 "충실한 나라 곳간을 물려받고도 국민 돈으로 생색내기 좋아하는 문재인 대통령 덕에 나라 곳간은 텅텅 비고 국민의 호주머니는 날로 가벼워졌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첫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발표했다. 당시부터 일부에선 건보 재정 고갈을 우려했다.

그리고 현재 건강보험 재정건정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은 저출산 문제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나라이기 때문에 보험 재정의 건전성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 사실 보장성 강화가 재정 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산술적으로 볼 때 너무 당연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케어로 건보 지출은 매년 평균 17%씩 늘었다. MRI와 초음파 검사가 10배 가까이 늘었다는 것은 정책의 방향이 잘못됐음을 증명한다"며 "여기에 연간 외래진료 이용 횟수가 365회를 넘긴 사람이 무려 2,500여 명이 된다는 것 또한 문재인 케어의 심각한 부작용"이라고 했다.

여당은 또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올리겠다고 했지만 작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5.3% 수준에 머물렀다"면서 결국 수조원의 돈을 썼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보험 재정은 고갈돼 간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당과 정부의 건보재정 문제 제기와 접근법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사실 건보 재정 문제에 대해 토의를 하기 보다는 '필요한 곳엔 돈을 써야 한다'는 원칙론을 내세우면서 항변하는 데 집중한다.

즉 정부는 건보 재정위기를 심각하게 보지만, 야당은 의료비 경감은 정부의 의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논쟁의 주제'에서 이탈한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위성곤 원내 수석부대표는 15일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문재인 케어로 시행 5년간 총 21조원 가량의 국민 의료부담이 경감됐다"면서 "국민 생명을 위해 재정을 투입한 것은 포퓰리즘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MRI 61만원, 신경인지검사 40만원 등 총 100만원이 필요했던 검진비용이 문재인 케어로 MRI 21만원, 신경인지검사 18만원으로 총 61만원이나 절감됐다"면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국가의 재정 투입은 포퓰리즘이 아니라 국민 건강권 보장을 위한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건보 재정 악화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쓸 데는 써야하고 건보 재정은 '의료질서 확립'을 통해 해결하자는 모호한 얘기를 했다.

여당 편이든, 야당 편이든 수치를 중시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건강보험 재정이 매우 불안해 보이는 게 당연했다.

증권사의 한 직원은 "건보 재정 문제는 산수를 조금만 해도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어려운 사람을 돕더라도 재정이 고갈되는 것을 방치하면서 무작정 도울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 건강권과 같은 감성적인 논리를 내세워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이상으로 돈을 쓰는 것을 보통 포퓰리즘이라고 한다. 세계 어떤 경제·재정학자가 와서 보더라도 문재인 케어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데 동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종부세와 금투세, 야당 '부자만 위한 것' vs 여당 '그렇게 현실감각이 없어서야'

여와 야는 종부세 인하와 금투세 이연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를 본 상태다.

하지만 기본적인 인식은 여전히 차이가 크다.

금투세에 대해선 여당은 '시장의 어려움' 등을 감안해 시행 연기를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합의한 대로 내년부터 시행하자는 주장을 펼쳐 왔다.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종부세·금투세도 '부자의 논리' 차원에서 접근한다.

예컨대 위성곤 원내수석부대표는 15일 "종부세·금투세 관련해 정부·여당은 99%의 국민 편에 서는 대신 1%도 안 되는 기득권 편해 서 있다"고 비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한해가 끝나가가면서 시간이 빠듯해지자 여와 야는 상당히 의견 접근을 이뤄졌다. 그러나 여당은 야당이 동의해 주는 부분도 별로 고마워하지 않았다.

국민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야당은 종부세와 금투세를 두고 자기들끼리도 스텝이 꼬여 말이 엇갈리다 여론에 떠밀려 정부안을 대부분 받아들였다"고 평가절하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은 부동산시장에 대한 이해도 없이 종부세를 만들어놓고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국민의 고통은 무시했다"며 "주식시장이 어려워 고점 대비 24% 가까이 하락했는데도 금투세 시행을 주장하며 몽니를 부리다 여론이 악화하자 슬그머니 돌아섰다"고 비난했다.

■ 탈원전 정책 등 각종 경제정책에서 여와 야 대립

탈원전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야당이 큰 실수를 했다고 본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국고를 축내는 거대한 비리 카르텔었으며,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 등이 부실화돼 국민 부담만 커졌다고 비판한다.

최근 한전채 발행한도 확대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에 실패한 뒤 지금은 법 통과를 위한 '2차 시기'(두 번째 시도)를 진행 중에 있다. 사실 채권 한도 확충 외에 뾰족한 수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여당은 또 탈원전과 얽혀 있는 대체 에너지 비리 문제도 심각하다고 본다.

두 달 전 전 국무조정실이 전국 지자체 226곳 가운데 단 12곳을 표본으로 점검한 결과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한 새만금 해상풍력발전 사업권이 중국계 기업으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고, 그 과정에서 해당 사업을 주도한 모 대학 교수는 내부정보를 이용해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여당은 "문체부 소관 기관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비를 회수하는 데는 평균 44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한 2017년부터 지난 7월까지 원전 가동을 줄인 데 따른 전력 구매비용 손실액이 산자부 추정 10조 7,700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여전히 '위험한 에너지' 원전으로부터의 탈피를 주장하고 있다.

위성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5일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그 많은 원전과 폐기물 처리시설을 어디에 짓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돌이킬 수 없는 글로벌 트렌드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비전도 없이 오직 원전만 외치고 있다"고 원전으로의 회귀는 옳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