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1-01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도마에 오른 김진태·최문순...여와 야의 레고랜드 책임 떠넘기기와 채권시장

  • 입력 2022-10-24 11:2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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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달 말 강원도의 레고랜드 PF-ABCP 보증 거부 사태 이후 여와 야 정치권은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김진태 지사가 보증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점에, 국민의힘은 최문순 전 지사의 도정 운영 실패에 그 책임을 돌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요일인 23일 금융당국은 50조원 플러스 알파의 대응책을 내놓으면서 필요시 추가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채권시장은 금융당국의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미래의 안정을 장담하지는 못하고 있다.

■ 민주당, 원칙 지키지 않은 김진태 지사의 '정치적 결정' 비난

민주당은 지난 9월 28일 강원도가 레고랜드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뒤 이 달 21일 다시 빚은 갚겠다고 번복하자 여당의 정치적 노림수를 비난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전 정권 도지사의 치적에 흠집을 내기 위한 작태라고 비판한 것이다.

민주당 민생경제 대책위는 "경제에 무지한 단체장이 오직 정치적 목적으로 전임자 흠집내기에 나섰다가 아무런 실익도 얻지 못하고 국가 경제에 중대한 피해만 입혔다"고 했다.

민주당 대책위는 "김진태 지사의 경거망동은 가뜩이나 위축된 자금조달 시장에 불신의 망령을 들게 했고 투자 위축과 유동성 경색이라는 위험천만한 도화선에 불을 댕겼다"며 "김진태 지사의 2천억 채무 불이행이 2천조 가계부채를 흔드는 형국"이라고 했다.

시장이 발작을 일으킨 뒤에야 정부가 늑장 대책하거나 뒷북 대책을 내놓고 있다면서 집권 여당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실력이 없다고 깎아내렸다.

민주당은 "채권시장의 생명과도 같은 신뢰를 무너뜨리고 경제위기 트리거를 자초한 김 지사는 국민에 공개 사과하고 채무 상환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했다.

■ 국민의힘, 최문순 전 지사가 위기 원인 제공자 강조

반면 국민의힘은 최문순 전 지사의 잘못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23일 금융당국이 채권시장 안정 대응책을 발표하던 시점 국민의힘은 포퓰리즘 망령이 채권시장을 망가뜨렸다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일요일인 전날 "경제 아마추어리즘으로 무장한 문재인 정권의 퍼주기식 포퓰리즘 리스크가 채권시장에 폭탄을 던졌다"며 "그 시발점은 8년 전 최문순 강원도정이 제대로 된 사업성 검토도 없이 무책임하게 밀어붙인 '레고랜드 채무 떠안기'"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당시 최문순 도정은 도의회 승인을 생략하고 레고랜드의 2050억 채무에 빚보증을 섰다. 이 빚은 고스란히 강원도민의 부담으로 남게 됐다"며 "이는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적 빚내기'의 한 단면일 뿐"이라고 했다.

특히 여당은 "문 정권이 중앙, 지방을 가리지 않고 무분별한 채권 발행, 채무보증 등을 남발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쇼에 나라의 미래를 팔아넘겼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여당은 "시장에서 가장 안정적인 투자처로 알려진 지방채의 신뢰도가 이렇게 흔들리는 것은 지난 5년간 급격하게 증가한 채무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5년간 국가부채는 763조 증가했고 지난해 기준 전국 지자체의 지방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10.4%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해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적극 옹호했다.

국힘은 "채안펀드를 동원해 회사채 및 기업어음 매입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채권시장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해 50조 이상을 투입할 것과 모든 지자체의 채무지급보증을 확약했다"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빚파티 끝에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 김진태-최문순 책임론, 채권시장의 반응은...

채권시장에선 최근 약속, 혹은 원칙을 지키지 않은 김진태 지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아무리 전임자가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현 지사가 보증을 거부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김진태 지사의 책임이 가장 크다"면서 "전임자가 X를 쏴 질러놨다고 보증한 돈을 못 준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갚으면 되지 않느냐 식의 반응도 보였는데, 이는 시장을 너무 모르는 사람의 반응"이라고 했다.

금융시장에선 신뢰, 약속이 무너지면 이를 수습하는 데 다시금 큰 비용이 들 수 밖에 없다. 주말에 내놓은 대책 등도 결국 국민이 감수하는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B 증권사 딜러는 "김진태 지사의 돌출 행동 때문에 지금 수십조 대응책이 나오지 않느냐"라며 "중앙 정부는 지방 정부의 돌출행동을 단속하지 못하고 뭘 했느냐"고 했다.

공동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들도 들렸다. 위기에 몰린 한국의 지자체가 '사업성 평가' 없이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면 오히려 큰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7월 최문순 지사는 한 방송에 나와 춘천 레고랜드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처음 지어진 글로벌 테마파크"라며 "레고랜드는 유일하게 성공한 글로벌 테마파크"라고 한껏 추켜세운 바 있다.

최 지사는 당시 "레고랜드는 큰 자랑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테마파크로 자랑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과 달리 레고랜드는 강원도, 더 나아가 각 한국 각 지방의 신용도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으며 채권시장을 그로기 상태로 몰고 갔다.

C 증권사 딜러는 "우선 이번 사태엔 김진태 지사의 잘못이 크다. 그러나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고 포퓰리즘으로 자기 이미지 세탁에 치중한 한국 지자체장들의 문제도 여실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 일단 사태 수습이 먼저

채권시장에선 정부의 수습책이 어떤 효과를 나타낼지 주목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으로 한숨은 돌렸다는 평가지만, 경계감은 여전하다.

일요일 긴급 대책 발표로 채권가격이 크게 뛰면서 한 주를 시작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아 보인다는 평가가 많다.

김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27일 예정된 금통위에서 적격담보 대상 증권 추가만 이뤄진다면 단기자금경색은 어느정도 해소될 만한 지원책 패키지"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기존에 발표된 내용(채안 1.6조원 + 회사채CP 매입 / P-CBO 8.1조원)을 제외하더라도 당장 활용 가능한 규모가 10.5조원(회사채CP 매입 / P-CBO 7.5조원 + 증권 지원 3조원) 추가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조달이 필요없는 유동성 지원책으로 한국증권금융 자금 활용이 지원책에 포함됐다"며 "또한 신용시장에서 신뢰가 훼손되기 시작했던 기점인 지방자치단체의 지급보증 의무에 대해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지자체 보증 의무 이행을 확약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만큼 PF ABCP 거래 부분과 증권사·건설사 단기자금조달 경색 부분을 해소시키며 당면 문제의 악순환을 끊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D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PF 쪽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주 각종 증권사들의 PF 리스크 상황을 거론하면서 온갖 루머들이 돌았다. 일단 대책을 내놓았으니, 정부는 빠르게 자금 집행에 나서면서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며 지금은 방심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E 증권사의 한 딜러는 "(정부 대책으로) 최악의 상황은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정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수 밖에 없다. 일단 국고3년 기준으로 4.5%는 지켜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시장 흐름을 주시했다.

이날 채권가격이 급등 출발하긴 했지만, 여전히 시장 분위기를 보면 안심할 수 없어 조심스럽다는 진단들이 많은 것이다.

F 증권사 관계자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일단 별로 체감은 안 된다. 공사채들 유찰되고 은행채는 발행자 기대감이 있었지만 갭만 확인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10시부터 기재부, 한은 등을 대상으로 기재위 종합국감이 예정돼 있으나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여와 야의 갈등이 극한 대치로 흐르고 있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도마에 오른 김진태·최문순...여와 야의 레고랜드 책임 떠넘기기와 채권시장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레고랜드 파장과 금융당국 대책, 출처: 신한투자증권

자료: 레고랜드 파장과 금융당국 대책, 출처: 신한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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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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