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필립 로우 RBA 총재, 출처: 호주 RBA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호주 중앙은행 빅스텝 중단과 한은의 결정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호주 중앙은행이 금리인상 강도 조절에 나서면서 국내 채권가격이 상승폭을 확대했다.
호주가 다수의 예상인 50bp 인상 대신 25bp 인상에 나서면서 한국은행도 인상 강도 조율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부각됐다.
4일 점심 시간 호주의 예상을 밑돈 금리 인상폭 결정으로 외국인은 선물 매수를 늘렸으며, 이에따라 장중 10년 선물이 100틱 넘게 오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호주 50bp 대신 25bp 선택
호주 RBA는 지난 5월 25bp 인상을 시작으로 6월, 7월, 8월, 9월 각각 50bp 인상을 단행했다.
이후 10월에도 25bp를 인상해 최근 6차례 통화정책 회의에서 총 250bp를 인상했다.
이런 가운데 호주가 4차례의 빅스텝 이후 25bp 인상으로 회귀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속도도 다소 조정을 받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부상했다.
RBA는 "통화정책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까지 낮추는데 결연한 의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행동을 할 것"이라면서도 "단기간에 걸쳐 기준금리를 상당 수준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와 성장률 등을 고려해서 이번에는 25bp 인상을 결정했다"고 했다.
RBA는 "물가 안정은 견조한 경제와 상당기간 완전 고용을 위해서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RBA 통화정책위원회는 물가를 2~3%까지 낮추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면서도 속도조절을 했다.
여전한 고물가는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준다. RBA는 호주 CPI가 올해 7.75% 전후 수준을 유지하고 내년도 4%를 조금 웃도는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2024년에 3% 전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경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이 5%를 넘어서지만,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물가 상승률이 낮은 편이다.
올해 한은이 선진국처럼 강하게 금리를 올리진 않았지만, 작년 여름부터 기준금리를 200bp 이상 올린 만큼 속도조절을 할 가능성이 있지 않나 하는 기대감도 보인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호주가 예상과 달리 50bp 대신 25bp 인상을 했다. 최근 국내시장에서 50bp 연속 인상 전망까지 커졌었는데, 호주를 보면서 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듯하다"고 했다.
예컨대 적어도 연속 50bp 인상은 아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힘을 받았다는 것이다.
■ 호주 빅스텝 인상 멈춘 뒤...한국도 인상폭 전망 변화 있을지 주목
호주가 금리를 25bp 인상했지만, 이 달 금통위의 빅스텝 전망은 강하다.
아울러 호주가 6개월이 안 되는 짧은 기간에 기준금리를 250bp 올렸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의 상대적인 금리인상 강도가 강했다고 보기 어려워 이달엔 빅스텝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많은 편이다.
B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일단 10월 금통위의 50bp 인상이 컨센서스로 안착돼 있다. 호주가 4연속 빅스텝 이후 이번엔 25bp만 올렸지만, 한은의 금리인상폭에 대한 전망치가 낮아질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은 총재가 이미 50bp 인상을 시사한 마당에 호주의 인상폭이 예상을 밑돌았다고 당장 국내 10월 회의 전망이 바뀌긴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 남은 기간 금리인상폭을 놓고 적극적인 긴축을 예상하는 쪽은 연속 50bp 인상을 예상하나 호주 중앙은행이 지금까지의 금리인상 폭, 경기둔화 등을 신경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한은의 속도조절 등을 예상하기도 한다.
C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당장 10월의 50bp 인상 전망이 바뀔지는 의문스럽다. 그럼에도 호주의 결정으로 기대감은 약간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2차례 금리결정회의의 인상폭을 두고 50/50, 50/25, 25/25, 25/50 등 인상폭 조합을 따져보는 모습도 보였다.
D 증권사의 한 딜러는 "현재 시장의 올해 2차례 회의 금리인상폭 조합 50/50, 50/25, 25/25, 25/50의 비중은 각각 15%, 60%, 20%, 5% 정도로 보인다"고 나름대로 평가했다.
E 증권사 딜러도 "다수의 시장 플레이어들은 10월 50bp, 11월 25bp 인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호주 중앙은행이 4번의 연속 빅스텝 이후 속도조절에 나선 만큼 한은의 금리인상 조절폭 전망에 변화가 생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장은 당장 5일 나올 소비자물가, 7일 국정감사 등을 거치면서 금리 인상 강도 전망이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호주 중앙은행 빅스텝 중단과 한은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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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호주 중앙은행 빅스텝 중단과 한은의 결정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