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3시30분 현재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은 총재 "25bp 인상은 '조건부'였다" 강조...채권시장 수건 던져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50bp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줬다.
최근 연준의 3연속 75bp 인상 뒤 한국의 빅스텝이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며, 이날 이창용 총재도 그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줬다.
이 총재는 26일 국회업무보고에 출석해 "제가 했던 포워드가이던스는 '조건부'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 드리고 싶다"고 했다.
한은은 지난 8월 금리인상 뒤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으면 금리를 25bp씩 인상한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FOMC 결과, 환율 급등 등은 상황이 크게 변했다는 데 힘을 실어 줬으며, 한은 총재도 '오해'를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 총재 "25bp씩 인상 위한 조건 변해"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재위에서 "금리 25bp 인상 포워드가이던스가 혼선을 주고 있다는 비판 있는데, 조건부였다"면서 "제가 했던 포워드가이던스는 조건이 있었다"고 몇 차례 강조했다.
총재는 다만 직접적으로 50bp를 올리겠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금통위원들과 더 얘기를 해봐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시장의 빅스텝 전망을 알고 있느냐, 빅스텝을 단행하느냐는 질문에 "컨펌 할 수 없고 금통위원과 상의해야 한다. 제 포워드가이던스에 대해 여러 이견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하기도 했다.
총재는 자신이 제시했던 포워드가이던스는 (미래를 확정한) 선언이 아니었다고 했다.
아울러 미국 기준금리 최종치가 변해 그 영향을 봐야한다고 했다. 또 원화 뿐만 아니라 엔화 등 주요국 통화도 급격히 절하돼 금통위원들과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했다.
9월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연준의 최종 레이트가 4%에서 4.4% 이상으로 오르고 내년 전망도 4.6%로 올라간 것이라고 했다.
총재는 자신의 포워드가이던스가 비판을 받은 점도 거론하면서 빅스텝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았다.
이 총재는 "구체적 금리인상 폭, 시기, 경로는 금통위원들과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이자리에서 말하기 어렵다"면서 말을 아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사실상 모두가 10월 50bp 인상으로 바뀌었다. 총재도 매파적 스탠스를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특히 총재는 "기본적으로 5% 물가가 오래가면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것은 환과 관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 총재 "용인할 수 있는 한미 금리차, 하나의 수치로 말하긴 곤란"
한은의 금리인상에 있어서 미국채 금리가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만큼 금리차 용인 수준에 대한 질문도 계속됐다.
과거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최대 역전폭은 150bp였다.
따라서 이번에도 150bp까지 용인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였다.
일부 의원이 한미 기준금리 역전 150bp는 너무 크지 않다고 봐도 되는가라고 질문하자 이 총재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중앙은행들도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다. 한 숫자로 말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 용인 수준과 관련해 "물가·성장을 보고 하되 금리차가 너무 큰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금리차도) 보조적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질의 도중 총재가 과거 한미 정책금리 역전 당시, 가장 컸던 연전폭이 125bp라고 말했으나 국회의원들은 이를 의심하지 못했다.
답변이 꽤 흐른 뒤 총재 수행원 쪽에서 총재에게 시그널을 줬으며, 이에 총재는 "과거 한미 정책금리 최대역전폭은 1.50%p였다. 제 발언 실수를 시정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의원은 한미 금리역전폭을 과거보다 더 타이트하게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과거처럼 150bp 정도까지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대우증권 사장을 지낸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IMF 위기 때 한국은행은 존재감이 없었다"면서 한국경제 여건이 현재 많이 취약해져 한은이 오판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IMF 외환위기 시 한국은행의 '애국적' 역할을 다룬 영화가 있어 일부에선 한은의 당시 역할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 그 영화(국가부도의 날)는 현실과 거리가 먼 창작물이었다.
홍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금리 역전갭(경험적 최대치 150bp)을 한국경제 견딜 수 있는지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재는 그러나 금리차 용인 수준과 관련해 "변동환율제여서 1:1로 갈 필요는 없다. 너무 큰 격차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반드시 1:1일 필요도 없다"고 했다.
아울러 과거 1997년말 IMF 외환위기 때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비해 지금 한국경제의 거시건전성이 양호해진 측면이 있다는 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경험적으로 과거 금리역전시 심각한 자본이탈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역전폭이 최대치로 벌어진 뒤 자금이 유입되기도 했다. 금리 역전과 관련한 자본유출입 문제 역시 '기대감'이 빠르게 작용하는 성격이 있다.
아무튼 총재는 2주 후 금통위에서 금리차 문제 등을 심도있게 다룰 것임을 예고했다.
총재는 "자본유출 등은 금통위에서 주로 다룰 주제"라며 "과거에 자본유출이 없었다고 이번에도 없을지, 환율 절하시 물가 영향 등을 다룰 것"이라고 했다.
■ 한은 총재 한미통화스왑 발언, 국회의원들 이해 못해
이런 가운데 한미 통화스왑과 관련한 질문도 거듭됐다.
여당, 야당 의원 가리지 않고 총재에게 한미 통화스왑을 종용하는 말을 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지금은 1998년, 2008년 상황과 다르다. 통화스왑 없이 해결하면 좋은 경험 될 수 있다"면서 "때 되면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스스로 극복하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총재는 지난 번처럼 마치 한미 통화스왑을 맺지 않으면 큰 일 날 것처럼 호들갑을 뜨는 주변 분위기를 마뜩찮아 했다.
총재는 "지금 마치 우리가 문제있는 것처럼 한미통화스왑을 해 달라고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한미간 대화) 채널은 구축돼 있다"고 했다.
이같은 답변 과정에서 오해가 쌓이고 동일한 질문이 반복됐다.
총재는 테드 스프레드 등을 보면 통화스왑 관련 분위기를 판단할 수 있으며, 국제달러시장 유동성 문제 발생하면 한미통화스왑 논의도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페드 결정에 대해 코멘트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은 총재가 한미통화스왑의 불필요성을 거론한 게 아니었다.
대신 지나칠 정도로 한미 통화스왑을 '당장 꼭 필요한 것처럼' 과대평가하는 분위기를 문제 삼은 것이었다.
하지만 무조건 통화스왑 체결을 바라는 의원들의 총재 발언에 대한 '오해'는 풀리지 않았다. 총재는 자신의 커뮤니케이션이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결국 기재차관을 지낸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은 "오늘 총재 답변들에 오해 소지가 있는 부분들이 있다. 나중에 회의록을 보고 정리해서 10월 7일 국감 때 종합적으로 답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창용 총재는 환율에 대해선 9월 이후 원화가 과도하게 약해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원화 가치가 적정 수준과 얼마나 괴리를 보이는지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
총재는 "최근 한달 중국, 일본, 영국 화폐가 급락했고 원화는 위안 프락시로도 많이 쓰인다. 과도한 가치 하락인지 파악해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한은이 국민연금과 통화스왑을 발표한 가운데 "환율이 높아진 만큼 국민연금 해외투자전략을 내부 검토하는 게 자산운용 전략을 위해서도 좋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 총재 물가 원칙 강조 "5~6% 물가 이어지는 한 물가 우선"...채권시장 수건 던져
한은 총재는 이전처럼 예컨대 5% 물가 시 다른 것보다 물가를 먼저 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가 피크아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높은 물가를 얼마나 빨리 낮추는지가 중요하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총재는 "물가 5~6%대에 있는 한 물가를 먼저 잡아야 한다. 그로 인한 부작용은 재정정책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당기간 고물가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총재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물가가 5% 위,아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그 뒤의 전망은 어렵다"고 했다.
미국 등 주요국 통화당국의 강도높은 긴축 등을 감안해 국내 이자율 시장은 10월 50bp 인상, 더 나아가 11월 연속 빅스텝까지 고려하는 중이다.
국고5년 금리가 4.5%에 다가서는 등 며칠 전과 완전히 레벨이 달라졌다.
B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시장은 이미 수건을 던진 상태"라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말 한국 기준금리 전망을 기존 3.00%에서 3.50%로 50bp 상향 조정했다"면서 "한은이 10월에 이어 11월도 빅스텝을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글로벌 통화당국들의 기준금리 변경 폭이 종전보다 확대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빅스텝 인상이 반복될 것으로 본다"며 "통화당국이 한국과 미국 간의 기준금리 격차를 최대 100bp 수준 정도로 용인하는 듯한 점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