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외국인이 올해 1월 국내 현물채권을 순매도한 뒤 외국인 채권 자금의 순유출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외국인은 1월 국내 채권시장에서 3조 4,338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은 만기 도래분까지 합쳐 6조 8,507억원이 순유출됐다.
외국인의 순매도는 아주 오랜만이다. 외국인의 월간 기준 순매도는 거의 4년만이다. 순유출은 작년 12월에 이은 두 달 연속이다.
국채선물 시장의 외국인은 전날까지 이틀 동안 대거 순매도했다. 2023년 들어 대규모 선물 매수를 쌓은 뒤 1월 20일부터 매수 일변도에서 벗어났다.
이달 8~9일 이틀 동안에 3년선물을 2만 2,483계약, 10년 선물을 9,113계약 대거 순매도했다.
■ 재정거래 메리트 떨어지며 외국인 단기채 매도...현물 듀레이션 늘어
현재 외국인 현물채권 잔고는 216조원, 듀레이션은 4.8년 남짓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외국인 잔고는 223.8조원에서 8조원 남짓 줄어든 것이다. 이들의 듀레이션은 작년말 4.42년에서 단기간에 상당히 길어졌다. 외국인이 짧은 채권을 판 영향이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다.
외국인의 단기 채권 매도는 재정거래를 정리한 영향이 커 보인다. 재정거래 청산은 단기 채권 매도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달러 사정이 풍부해져 베이시스스왑이 빠르게 올라오면서 외국인은 재정거래에 한계를 느꼈다. 신규 재정거래는 줄고 기존 재정거래는 청산하면서 전체적으로 외국인 현물 투자가 축소됐다.
1년 기준으로 스왑 베이시스는 지난해 12월 14일 -98bp로 절대값 100을 재차 하회한 뒤 이달 초엔 35bp 수준 근처로 축소되기도 했다.
박경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통안채 수익률에서 3개월 스왑 레잇을 차감한 값과 미국채 수익률 차이, 즉 미국채 대비 헤지 후 통안채 금리의 상대 메리트가 낮아졌다"며 "신규 재정거래 이익이 줄면서 외국인은 포지션을 가져가 베이시스 만큼 이익을 얻기보다 기존 포지션 청산을 통한 차익실현에 나섰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재정거래 규모는 스왑 베이시스 확대와 축소에 따라 변동을 보인다. 실제 금리 레벨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
다만 최근 외국인 현물 매도가 한국물에 대한 작별 의식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외국인 현물매도가 재정거래에 의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추세적 원화채 이탈 가능성은 낮다"며 "재정거래는 차익 기회에 따라 확대와 축소가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 외국인 현물 채권 유출...최근 연초와 달라진 부분은
외국인 재정거래 이익과 관련해 국고채 금리에서 CRS 금리를 뺀 부분을 얘기하지만, 국고채와 CRS 금리의 차이는 소버린 스프레드를 반영하기 때문에 '무위험' 차익거래는 아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한국의 소버린 스프레드 리스크에 투자하는 신용채권 투자로 볼 수 있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차익거래 유인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으로 외국인 채권 자금 유출입 강도를 설명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인과관계를 반대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 채권투자를 '무위험 차익거래라고 단정하면 FX스왑이 낮아질수록 외국인이 얻을 수 있는 금리가 높아지고 거래 유인의 중요변수가 되나 소버린 리스크에 대한 투자라고 하면, 외국인 채권투자는 외화자금의 수급 여건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즉 리스크를 반영해서 CRS금리가 등락하기 때문에 외국인이 얻는 금리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은 리스크 회피를, 금리가 낮아지는 것인 리스크 선호 움직임이다.
1월에 외국인 채권잔고가 축소될 때 환율과 외화자금 여건은 안정적이었다. 따라서 원화 채권을 통해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당시 외화자금은 외화표시채권 발행을 통해서 유입됐으며, 이례적으로 1월에 국내기관들의 외화채권 발행이 급증했다.
이 연구원은 "역내에서 외화자금을 조달하는 경로가 역내 은행을 통한 에셋스왑 쪽은 축소되고, 역외에서 채권 발행을 통한 부채스왑이 늘어난 구조가 FX스왑과 외국인의 채권투자 형태에 변화로 나타나게 된다"고 밝혔다.
이때 수급 구조상 역내 FX스왑시장에서는 '소위' 차익거래 유인이 낮아지고, 이와 관련해 에셋스왑에 기반한 외국인 원화채권 투자는 축소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반대로 해외에서 한국물 채권 공급이 늘어나니 달러 표시 금리가 더 매력적이게 되고, 외국인들은 한국물 외화채권 투자를 늘렸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가 지속되면서 역내에서 달러자금 수요자들은 다시 에셋스왑에 의해 자금을 조달하는 유인이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한국 원화채권보다 달러채권 금리가 낮다고 체감하는 것은 반대로 역내에서는 부채스왑 경로보다는 에셋스왑 경로가 자금 조달에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2월 들어서는 에셋스왑 쪽이 1월에 비해 늘어나고 Fed 금리 인상으로 단기 FX스왑이 낮아지는 등 외국인이 원화채권을 투자할 수 있는 수급 구조가 1월에 비해 회복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에셋스왑에 영향을 주는 수출 전망이 불투명하고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해외투자 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을지는 불확실성이 높아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가 회복세를 지속할지는 의문스런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 선물시장 외국인의 달라진 매매와 이익실현...외인 플레이·국내 수급 감안한 대응
외국인 선물매매는 최근 변화됐다.
외국인은 올해 1월 중 3년선물을 7만 9,584계약, 10년 선물을 3만 2,666계약 순매수했다.
하지만 2월 들어 전날까지 3년 선물을 2만 4,460계약 순매도하고 10년 선물은 2,802계약 순매수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미국 시장을 보면 역캐리가 나니 단기물은 던지고 장기로 듀레이션 베팅을 하는 플레이가 늘어났다"면서 "국내 현물시장도 역캐리나 재정거래 메리트 축소 상황이 발생한 가운데 외국인이 선물을 이용해 커브를 눕히는 플레이를 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물 매매는 연초에 비해 매수 강도가 확연히 떨어졌으며, 최근엔 매도에 힘을 주는 경우가 늘어났다.
외국인 선물 매도에 의해 기준금리와 역전폭을 확대했던 국채 금리들도 상당부분 올라왔다.
외국인 현물채권 재정거래 청산에 금리에 별 영향을 못 주지만, 외국인 선물 플레이는 큰 영향을 줬다. 하지만 연초와 달리 지금은 매도 쪽에 힘이 모아져 있다.
박경민 연구원은 "외국인은 3년 선물 기준 누적수매수가 17만개까지 쌓인 뒤 매수 일변도에서 벗어났다"며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은 대체로 20일 중 14~15거래일 동안 순매수를 기록하면 이후엔 이익실현을 위해 매도로 전환하는 패턴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최근엔 외국인이 선물 매도에 힘을 주고 있어 금리의 하락 중력은 완연히 떨어졌으며, 국고채 금리들은 기준금리를 향해 올라오고 있다.
외국인 매도 전환과 한국의 수급 상황을 동시에 고려해 적절한 진입 지점을 고려해 보는 모습도 보인다.
B 증권사 한 딜러는 "기준금리 아래에선 외국인 국채선물 매도 영향이 크게 나타난다"며 "다만 국내 수급을 감안할 때 국고3년이 기준금리인 3.50% 수준으로 올라오면 외국인이 선물을 팔더라도 금리 추가 상승이 막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팔지만 않으면 현재의 3.4%대 수준도 충분히 매수가 들어올 수 있는 레벨"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 연준이 최근 다시 매파성을 강화한 가운데 글로벌 금리가 상승해 외국인이 그간 쌓아올렸던 국채선물 매수 포지션을 계속 줄일 수 있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C 증권사 딜러는 "외국인 선물 매도는 글로벌 금리 상승과 숏 베팅에 편승해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정부 "지금이 한국채 투자 적기"라며 WGBI 홍보...올해는 새로운 외국인 수급 영향 가늠할 필요
올해는 외국인 수급과 관련해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WGBI다. 정부는 WGBI 편입을 내세우며 한국채 투자자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노력 중이다.
기재부 최상대 차관은 8일 영국 런던을 방문해 WGBI 산출기관인 FTSE Russell을 만났다. FTSE Russell은 런던 증권거래소 그룹(LSEG)의 자회사로 세계 최대 시장지수 산출기관 중 하나이며, 세계국채지수(World Government Bond Index, WGBI)를 산출한다.
최 차관은 데이비드 솔(David Sol) FTSE Russell 인덱스 정책 글로벌 총괄(Global Head)과 양자면담을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차관은 WGBI 편입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올해 3월과 9월 한국 WGBI 편입 여부 결정을 앞두고 한국 정부의 제도개선 노력을 어필하면서 FTSE Russell 측에 협력을 요청한 것이다.
한국은 이 지수 편입을 위해 올해 1월부터 외국인의 국채・통안채 이자・양도소득 비과세를 실시하는 등 떡고물을 제시했다.
아울러 유로클리어 등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국채통합계좌를 통한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거래를 연내에 재개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부분은 유로클리어, 예탁결제원 등과 협의 중이다. 이밖에 외국인투자자등록제(IRC)를 폐지하고 외환시장 구조도 개선할 예정이다.
한국은 작년 9월 WGBI 지수 편입 가능성이 있는 관찰대상국(Watch List)에 등재됐다. 최 차관은 이런 사실을 알리면서 지금이 한국물에 투자할 때라고 홍보했다.
차관은 이번주 외국인 투자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최근 투자환경 개선을 고려할 때 지금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국고채에 투자할 적기"라고 홍보했다.
그는 "세계 12위 규모의 국채 발행잔액, 높은 국고채 유동성 등을 감안할 때 한국 국채시장은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견조한 경제 펀더멘털, 양호한 재정건전성을 고려할 때 한국 국고채가 매력적 투자 대상"이라고 소개했다.
기재부가 런던에서 실시한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외국 투자기관은 Ashmore Investment Management, Bluebay Asset Management, HSBC GAM, Millennium Global Investments, T Rowe Price 등 13곳이었다.
그간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은 한국의 WGBI 편입 효과와 관련해 50조원 이상의 신규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는 전망 등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일부에선 WGBI 기대감이 과장이라는 반론도 폈으나, 상당한 수급 효과가 있을 것이란 게 중론이었다. 다만 그 규모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D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정부가 열심히 WGBI 편입 관련 세일즈를 했다. 하지만 향후 편입 결정에 따라 외국인이 실제 얼마나 한국 국채를 살지는 가늠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출처: DB금융투자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국 현물채권 줄이면서 국채선물 매매 방향 튼 외국인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