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2시15분 현재 국채선물 가격과 매매주체 순매수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2023년 초반 채권 강세 주도한 외국인 국채선물 매수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2023년 들어 외국인 국채선물 매수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상당수 국내 투자자들이 금리 레벨 부담을 거론하지만, 외국인 선물 매수가 이어지면서 금리는 레벨을 낮추거나 적어도 오르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전날엔 국고5년 이상 금리가 모두 3.4%대로 내려가기도 했으며, 이날도 외국인 선물 매수가 장중 약세 분위기를 되돌리고 있다.
이번주 기준금리가 3.5%로 올라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엷은 시장을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일부에선 외국인 선물 매수와 과도한 채권가격 반등의 반작용을 예견하기도 한다.
A 증권사의 한 채권 중개인은 "선네고 장을 맞아 조용한데, 외국인이 오늘도 선물을 사면서 장을 받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밤에 파월이 찬물을 끼얹어버리면 볼 만할 것이다. 이번주 기준금리 동결을 부르짖으며 강세를 합리화하는 사람들이 충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레벨 부담 속에 나뉜 견해...금리 하락 정당화시켜준 외국인 선물매수
시장금리 레벨이 하락한 뒤 '레벨 부담'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엔 차이가 난다.
시장 일각에선 경기와 물가 둔화 흐름을 감안할 때 금리의 큰 방향이 바뀌었고 지금은 저가매수를 하거나 시장 강세를 인정하고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편에 선 사람들은 지금의 시장금리는 최종 기준금리에 대한 일반적인 예상치인 3.5%~3.75%를 감안할 때 합리화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같은 국내 투자자들의 대립된 견해 속에 최근 금리 레벨 하락에 정당성을 부여한 주체는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이날도 3년, 10년 선물을 매수하면서 지준일을 앞둔 채권시장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외국인은 올해들어 전날까지 6거래일 동안 3년 국채선물을 3만 3,965계약, 10년 선물을 1만 4,791계약 순매수했다.
이날도 3년과 10년 선물을 각각 5천개 가량 순매수하는 등 매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 연말 시즌과 달라진 외국인...새해 들어 국채선물 사자 지속
지난해 연말 시즌 외국인은 대체로 국채선물을 매도했다.
외국인은 12월 중 3년 선물을 6만 1,539계약, 10년 선물을 7,474계약 순매도했다.
하지만 해가 바뀐 뒤 매수에 힘을 주면서 '1월 효과'를 주도하고 있다.
일단 연초 외국인 선물 매수에 대해 금통위 베팅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도 엿보인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외국인 선물매수는 환율 하락과 궤를 같이 하며, 금통위 베팅 성격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는 "1월에 인상을 하더라도 2월에 안 한다고 하면 버틸 수 있는 여력도 있을 듯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11월 금통위는 최종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 3.5%라는 수치를 제시한 바 있다. 한은 총재는 전제 조건이 변하면 최종금리도 변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으나, 일단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지점으로 왔다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다.
C 선물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외국인이 계속 사대는 모습을 보면 금통위 베팅, 그리고 글로벌 채권 롱 관점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고 진단했다.
신술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한국은 인플레이션 완화 조짐 속 부동산 시장 침체, 크레딧 시장 불안 등으로 추가 금리인상 여지가 크지 않고 금리 인하 시기도 상대적으로 빠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한국 인플레이션은 수요 둔화, 원자재 가격 안정화, 달러화 약세 기대 등으로 금리 고점 통과 인식이 확산됐다"고 평가했다.
■ 달러자금 수급 분위기와 궤 같이 하는 외국인 선물 매수
외국인 매수세는 글로벌 달러자금 수급이 개선된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는 평가도 보인다.
최근 고용지표 상 임금상승세 둔화 등으로 연준의 긴축 강도에 대한 우려가 낮아졌다.
달러/원 환율 하락 속에 외국인은 올해 들어 주식도 계속 사고 있다.
달러/원 종가는 올해 첫 거래일인 2일 1,272.6원을 기록한 뒤 전날 1,243.5원까지 내려왔다. 9일 환율이 미국 고용지표 효과 등으로 25원이나 빠지면서 환율 레벨이 바뀌는 모습이며, 이날은 1,240원선을 압박하는 양상을 띄었다.
코스피시장도 외국인 매수를 등에 업고 강해졌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2,236.4p로 거래를 마쳤으나 전날 2,350선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연일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전날까지 6영업일 동안 1조 8천억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수했으며, 이날도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올해 채권시장에선 외국인 수급과 관련해 WGBI 편입 효과가 주요한 이벤트로 꼽힌다. 정부는 올해 한국 국채의 WGBI 편입을 자신하고 있다.
한국은 이르면 올해 3월 WGBI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도 있으며, 씨티은행은 WGBI 조기 편입시 패시브 자금 570억 달러 유입을 예상하기도 했다.
지금은 글로벌 달러자금 수급 개선 무드 속에 베이시스스왑이 올라왔다. 외국인 선물 매수도 이와 흐름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는 평가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달러를 들고와 원화채권 익스포져가 있는 투자자들은 달러/원 베이시스스왑 리스크에 노출된다"면서 "베이시스스왑 상승은 원화채권 롱 포지션을 늘리고 베이시스 하락은 숏 쪽이어서 지금의 움직임은 전형적인 대응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단기적으로 이같은 흐름이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달러자금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감안할 때 변화가 올 수도 있어 주의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국내는 에셋스왑 관련 수요가 둔화된 점이 달러자금 수급에 우호적이나 미국 부채 상한, 연준 이슈 등에 따라 달러 공급 요인에 충격이 올 수도 있다. 연초엔 대내외적으로 자금집행 등 우호적인 수급 요인이 우위였으나 중순 이후부터는 상황이 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