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저녁 레고랜드 사태에 대한 민주당 논평, 출처: 더불어민주당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위기의 야당, 김진태 사태 붙들고 정국돌파 시도...크레딧 크런치 돌파 위한 야당과 시장의 주문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레고랜드 사태를 붙들고 정국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여야 갈등이 첨예해진 상황에서 전날 윤석열 대통령 시정연설을 보이콧한 뒤 '김진태 때리기'를 통해 분위기 쇄신을 노리고 있다.
주초 마지막 국감에서 이용우·홍성국 의원 등 금융사 사장 출신들이 '더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김진태 사태'를 쟁점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 야당 대표의 '김진태 사태'로 정국 돌파하기...이재명 "진상규명 다짐"
민주당은 이번주 월요일인 24일 저녁 "레고랜드 사태는 윤석열 정부의 반면교사'라는 논평을 통해 "김진태 지사의 오늘이 윤석열 정부의 내일이 될 수 있다"고 몰아붙였다.
그런 뒤 오늘은 '윤석열 정부 경제참사 김진태 사태 자금시장 위기 대응 긴급토론회'라는 긴 이름의 토론회를 개최해 무능한 여당 대신 유능한 야당 이미지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야당은 여당 출신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실책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중이다.
특히 이날 오전 토론회에서 이재명 당 대표는 "경제는 심리다. 특히 자금시장은 심하다"면서 "국가 또는 지방정부가 공식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법적인 의무를 충분히 이행할 수 있는데도 이행하지 않겠다고 한 점은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강원도의 보증의무) 이행하지 말라고 누군가 시켜서 이행을 안 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경제 전체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했는데도 감사원은 대체 왜 침묵하나"라고 쏘아붙였다.
최근 대장동 의혹 수사 등으로 궁지에 몰린 야당 대표는 오랜만에 활기찬 모습으로 반격에 나서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대표는 "김진태발 금융위기의 실상, 진상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그에 대해 어떤 책임 부과가 가능한지를 따질 것"이라며 "정부 영역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고 하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국가 신용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 야당, 김진태 사퇴 촉구와 윤석열 정부 공동 책임론 불 지펴
야당은 김진태 지사 사퇴를 촉구하면서 금융시장 혼란 책임을 물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11시30분 브리핑을 통해 "채권시장에서 '믿을 곳이 없다'는 불신의 폭탄이 떨어지면서 신용등급 트리플 A 초우량 공사가 발행한 채권마저 유찰되는 등 자금시장이 마비됐다"면서 "벌써 레고랜드 사태로 중소건설사의 자금난이 확산하면서 아파트 시공이 중단되는 등 서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안 대변인은 "김진태 강원지사가 촉발한 금융 불안이 끝을 모르게 확산하고 있는데, 김진태 지사는 이 와중에 베트남 출장을 떠났다고 한다"면서 "사태 책임을 질 생각은 없이 해외로 도망쳐 무책임의 끝판왕을 보여줬다"고 비난했다.
야당은 이번 사태를 윤석열 정부 책임론으로 승화시키려는 중이다.
안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도 공범이다. 정부는 그동안 손 놓고 있다가 사태가 감당할 수 없게 커지자 뒷북 대응으로 50조 원의 긴급자금을 쏟아붓는 무능의 극치를 보였다"면서 "호미로 막을 일을 불도저로도 막을 수 없는 금융위기로 만든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고 따졌다.
■ 거대 야당의 공세, 중앙은행 압박으로 이어지나
주초 금융권 출신 야당 의원들은 일요일 나온 정부 대책의 '미흡함'을 문제삼은 바 있다.
미래에셋대우 사장 출신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기재위 종합감사 자리에서 "결국 2~3달 지나면 한은이 무제한 RP 매입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으며, 한국투자증권 채권운용본부장과 카카오뱅크 사장 등을 지낸 이용우 의원은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의원은 "한은의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 CP 매입기구인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를 가동하라"고 다그쳤다.
야당은 금융권 출신 의원들을 내세워 '김진태 사태'를 비판한 뒤 이날 긴급토론회엔 애널리스트 등을 불러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연구원은 "정부의 50조원 지원 플러스 알파 대책은 충분치 않다"면서 한은이 더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기업유동성지원기구 설립과 규모 확대, 대규모 RP매입 재가동, 비은행권 CP·ABCP 매입기구 설립과 운용,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 적격담보대상증권 확대 등 한은이 할 일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예컨대 코로나19 발발 때 한은이 SPV에 돈을 댄 것처럼 이번에도 비슷한 대처법을 활용할 수 있다면서 한국은행법까지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법에 가로막혀 한은이 직접 매입할 수 없는 CP, ABCP까지 중앙은행이 직접 매입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 야당의 방식은 한은 적극 동원한 더 강한 대응...시장은?
한은은 적격담보증권 확대 등엔 적극적이지만, 중앙은행이 채권을 '직접' 사는 효과를 내는 정책을 펴기엔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
야당 금융권 출신 의원들의 제안, 그리고 오늘 민주당이 연 '긴급 김진태 성토대회 겸 대책 마련 토론회'의 제안은 한은이 더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장은 시장대로 필요한 대책의 강도를 놓고 주문이 엇갈린다.
코로나 때 선보였던 SPV 등을 가리지 않고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시장 참여자들 중에도 '도덕적 해이' 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한은의 방식(적격담보 확충 먼저)이 무난하다는 의견도 보인다.
상황을 보면 당국이 나서서 CP 같은 걸 사줘야 한다고 하면서도 내심 께름칙해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등 의견은 일치되지 않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금융시장이 어떤지도 모르고 이재명 잡는데만 열을 올리다가 김진태의 엉뚱한 플레이로 50조원 갖고도 안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 딜러는 다만 사태는 냉정하게 풀어야 한다면서 "우선 한은의 적격담보 확대부터 한 뒤 사태가 진정되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결국 한은이 돈을 풀어야 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B 증권사 딜러는 "문제는 CP를 사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적격담보를 은행채로 넓혀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모럴 해저드 문제도 간과할 수는 없다. ABCP 매수는 도덕적 해이로 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지금은 불안 심리가 워낙 크니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해 일단 저수지 물을 가득 채우는 게 우선이라는 제안도 보였다. 어차피 돈을 다 쓰는 일은 없을 것이고 펜스를 넓게 쳐주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은 적극적인 자금지원 구도를 만들어 놓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부동산 PF 리스크가 크다보니 이 부분을 보다 면밀히 파악해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는 제안 등도 많다.
D 증권사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위험 정도에 따라 위험 노출 금액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증권사, 캐피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익스포저를 파악하고 충당금을 쌓고 유사시 지원 방안 등을 수립해 놓으면 막연한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시장이 안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볼 때 한상 막연한 불안감이 시장을 공포에 몰아 넣었다"면서 냉정한, 그리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때라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 금융위와 금감원은 "은행권은 LCR 정상화 조치 유예에 힘입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자금 공급 여력이 확대됐으며 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은 단기자금시장 및 채권시장 안정을 위하여 CP, ABCP, 전단채 매입 등을 추진하고 RP 매수, MMF 운용 등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한편 채권시장안정펀드 캐피탈 콜에 신속히 응하고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당국은 또 "은행들은 기업부문에 대한 자금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산금채 등 특수은행채 매입 및 기업대출, 크레딧 라인 유지 등의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했다"면서 "당국은 은행권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버팀목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앞으로도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시장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미 은행 통합 LCR 규제비율 정상화 조치를 6개월 유예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현재 은행 통합 LCR 규제비율 정상화 계획상 22년 12월말까지 92.5%지만, 이를 6개월 유예해 23년 6월말까지 92.5%를 유지하도록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