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1-01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레고랜드 사태수습과 현 시점에서 한은이 할 수 있는 일

  • 입력 2022-10-25 11:3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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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주말 금융당국이 '50조원+@' 수준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채권시장에선 한은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일단 이번주 금통위가 예정돼 있어 한은이 위원들의 의결을 통해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동성 직접 투입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은 총재가 이 문제와 관련해 종합감사에서 정리했기 때문이다.

■ 한은 총재, 금통위 적격담보증권 확대 예고...SPV 등은 지나친 주장 평가

이창용 한은 총재는 24일 종합국감에서 대출 적격담보증권 확대 조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적격담보 확대로 은행채 발행이 줄어 채권시장의 불안이 진정될 수 있을 것인지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전날 장 마감 뒤 이어진 국회 기재위 종합감사에서 "(이번주) 금통위에서 적격담보증권 확대를 논의할 것"이라며 "은행권에서 어느 정도 유동성 확보가 되면 은행채 발행 규모를 줄이는 선순환이 일어나는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채권시장 불안으로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이 필요할 수 있다고 하자 "그런 상황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총재는 다만 금융안정대출이나 SPV(회사채·CP 매입 통한 기업유동성지원기구) 재가동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총재는 이런 정책에 대해 추후 논의할 수는 있지만 지금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했다.

총재는 "현 상황에선 증권사 중심으로 CP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은행은 파이낸싱에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그럴 단계는 아니다"라며 "처음에 너무 과도한 약을 쓸 수 없다. 대책은 타이밍이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 하겠다"고 했다.

그는 "해외에서 이 정책의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금통위(27일)를 통해 적격담보증권 제도 등을 금통위원들과 논의하고 의결해서 은행권이 조금 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은이 직접 유동성을 쏴주는 방식이 아닌 적격담보증권 확대를 통해 은행 자금 사정에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총재는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지 않더라도 적격담보채권 대상을 확장하면 은행권이 은행채 발행 규모를 줄일 수 있다. 그로부터 선순환이 일어나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보겠다"고 했다.

이번주 목요일 금통위에서 적격담보 확대를 통한 유동성 공급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일각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코로나 사태 발발 당시의 정책인 SPV, 무제한 RP 등과는 확실히 선을 그은 것이다.

■ 금융사 사장 출신 의원들, 시장 일각의 다급한 목소리 대변

미래에셋대우 사장을 지낸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기재위 종합감사 자리에서 "결국 2~3달 지나면 한은이 무제한 RP 매입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의 이런 지적에 대해 이창용 총재는 "이런 일(레고랜드 사태)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은행 자금 순환은 잘되고 있으며 적격담보 대상증권 확대를 금통위서 논의하고 은행채 발행규모가 줄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총재는 한은이 적격담보증권 확대까지는 할 수 있지만 유동성 직접 투입과 같은 일을 벌일 때는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한은이 시중은행에 대출할 때 인정해 주는 담보물인 국채, 통안채, 정부보증채 외에 은행채 등을 포함시켜 주면 은행은 은행채 추가 발행을 줄이면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일단 한은은 여기까지는 신경 써 주겠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국회 정무위 국감에선 한국투자증권 채권운용본부장, 한국투자신탁 CIO 등을 거쳐 카카오은행 대표를 지냈던 이용우 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의 강도 높은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도 지난달 28일 발생한 레고랜드 2,050억 ABCP 사태, 즉 강원도의 지급보증 거부로 부도처리된 사건의 파장이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의원은 "지자체 지급보증채권은 국가신용에 해당하는 최고등급(A1)을 받는데, 이러한 지자체 채권 보증이 거부되자 금리인상 등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위축된 채권시장이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발행시장 및 유통시장 모두 거래정지되며 시장 유동성이 급격히 고갈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레고랜드의 지급보증 이후 회사채 신용스프레드가 100bp이상 벌어지기 시작했으며, 각종 투자자가 회사채 인수를 거부하면서 현재는 회사채 발행자체가 어려운 자금시장 경색이 발생했다"고 염려했다.

위험성이 높은 부동산PF를 가진 제2금융권 발행, 또는 신용보강 유동화증권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여전사 부동산PF 규모도 약 25조에 달하는 데다 여전채 발행이 막힌 상태에서 연말까지 약 16조 만기가 돌아온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부동산PF 유동화증권(ABCP, ABSTB)에 대한 만기 차환 대책 마련 또한 시급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우선 지자체 보증 유동화증권 1.1조에 대해 정부가 보증책임 확약 조치 취함으로써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신뢰회복이 필요하다"면서 "더 심각한 문제는 ABCP는 사업과 자금조달의 만기가 불일치되기 때문에 롤오버리스크가 발생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금리 인상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장 취약한 고리는 터질 수 밖에 없고, 특히 한국의 경우 부동산 사업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자금조달마저 막히게 되면 다른 회사채에도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시장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제시했던 의견도 전했다. 한국은행의 발권에 따른 '새 돈'이 아니면 현 사태를 극복하기 만만치 않다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 의원은 "20조 채권시장안정펀드는 은행, 증권사 등이 낸 자금으로 대신 채권 매입하는 구조라 대규모 채권발행 조달하는 은행이나 자금 고갈 상태인 증권의 주머니만 바뀔 뿐 단기자금시장 신규 공급 효과에 한계가 있다"면서 "적격증권 RP 매입 대상 확대 및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이 필요하고 특히, 한은의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 CP 매입기구인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를 한시적으로 금융기관까지 포함해 재가동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은이 적격담보 확대엔 찬성하지만 SPV, 비은행직접대출 등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한은이 '현재 상황'에서 하기 싫은 일까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 시장, 발권 확대나 '실질적' 직매 쉽지 않았던 일 인정...그러나 미련은 남아

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이 실제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을 가늠하면서 미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난 일요일에 발표한 채권시장 안정대책의 집행 속도를 지켜보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한은이 채권 직매 같은 건 안해줄 것으로 생각했다. 일부의 과도한 기대였다"면서 "다만 미련들은 남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장은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이젠 기존 발표한 안정대책의 집행 속도를 주시하는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장의 크레딧 크런치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하며, 대책에 대한 미련도 남아 있다.

B 증권사 딜러는 "정부 대응책만으로 힘들지 않을까 싶다. 한은도 적격담보야 해주겠지만 크게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면서 "수급이 망가진 상황이어서 계속해서 불안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현실적으로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신용채권들을 사 주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으며, 시장도 속으로는 이런 현실을 알고 있었다는 평가도 보였다.

C 증권사 딜러는 "은행채 적격담보는 안해 주면 시장이 박살날 수 있으니 해줄 수 밖에 없다. 한은의 채권 직매는 당연히 안할 것으로 봤다"면서 "이번 대책은 김진태 지사가 벌인 일로 인한 단기 유동성 발작을 막기 위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은 얘기가 중요하지만 담보 범위 확대 이외의 대책이 없다고 해서 장이 크게 더 망가지거나 달라질 것은 없다고 본다. 지난주 나타났던 패닉은 수습되는 쪽으로 가야하고, 그 다음에 FOMC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당국은 시장 리스크와 신용 리스크가 분리되는 위기 상황을 막는 데 중점을 둘 수 밖에 없다. 그 이후 금리 레벨이든 신용 스프레드든 연준과 한은의 긴축 강도에 따라 반응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앙은행이 숨가쁜 시장 일각의 목소리에 너무 귀 기울이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도 전했다.

이 딜러는 "증권사들이 어려움에 처한 건 증권사들의 잘못도 크다. 이번 50조 대책은 지자체의 삽질로 생긴 위기이고, 정치적 명분이 너무 뚜렷해 몰매를 맞고 난 뒤에 나온 대책"이라며 "크레딧 스프레드가 확대된다고 무조건 살려줘야 한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말이 안 됐다"고 했다.

국회에서 일부 증권사나 은행 사장 출신 의원들이 과감한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지만, 한은은 위기 강도와 이에 따른 대응의 정석(定石)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한 직원은 "코로나19 사태 때의 조치 등으로 시장 일각에서 과도한 것을 요구한다"면서 "아울러 (과거 경험을 감안할 때) 리스크를 과대포장해서 해석하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수십개 증권사들이 있다. 스스로 자금을 조금씩 보태서 문제 해결 노력을 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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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이용우 민주당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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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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