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달러인덱스와 유로/달러,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금리 오버슈팅 되돌림 시도와 떨쳐낼 수 없는 불안감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금리가 폭등하면서 채권시장이 패닉 장세에 휩싸인 뒤 이날은 가격 반등 시도를 하고 있다.
장 초반부터 외국인이 선물 매수에 나서면서 급락 출발했던 채권가격이 장중 속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강도 높은 통화 긴축, 이를 감안하더라도 부인하기 어려운 금리 오버슈팅 등을 고려할 때 가격변수의 방향성은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는 진단들도 많다. .
이런 때에 외국인이 일단 선물 매수로 나온 것이다.
■ 英 금리 폭등 속 상처에 소금뿌린 한은 총재...일단 손절로 과했던 반응 되돌림 시도
최근 글로벌 금리 급등엔 영국 상황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영국 길트채 시장은 연일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10년물 금리는 26일 50.76bp 폭등한 4.2825%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는 20일 15.96bp, 21일 1.95bp, 22일 18.38bp, 23일 28.15bp 폭등하더니 새로운 한주를 맞이한 26일엔 50bp 넘게 뛴 것이다.
영국10년물의 최근 5거래일간 금리 상승폭은 무려 115.2bp에 달했다. 선진화된 이자율 시장에선 거의 볼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영국30년물 금리는 26일 하루만에 무려 60.45bp 뛴 4.2574%를 나타냈다. 22일 18.69bp, 23일 21.02bp 오른 뒤 26일엔 더 큰 폭으로 뛴 것이다.
영국5년물 금리는 23일 49.40bp 폭등하면서 사람들을 놀래키더니 26일엔 61.51bp 점프한 4.6918%를 나타냈다. 5년물 금리는 7거래일 연속으로 오른 것이며, 이 기간 금리 오름폭은 무려 161.08bp에 달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26일 67.64bp 폭등한 4.5455%를 기록했다. 전날(23일) 31.33bp 뛴 뒤 상승폭이 더욱 커진 것이다. 연속으로 금리가 오른 7거래일간 상승폭은 135.94bp에 달했다.
최근 영국 금리 움직임은 미국, 유럽 등의 금리도 끌어올렸으나 전날엔 한국시장의 반응이 가장 과도한 편이었다.
손절이 얽히면서 이상 급등해 평소에 볼 수 없는 금리 상승폭이 만들어진 것이다.
영국이야 바뀐 내각 효과까지 더해져 금리 인상과 대규모 채권발행을 동시에 단행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의 반응이 가장 큰 편이어서 금리 되돌림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도 보인다.
전날 국내 단중기 금리가 30bp 넘게 폭등하는 등 누가 보더라도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되돌림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 엿보인다.
최근엔 대외 금리의 압박이 심해지고 이창용 한은 총재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상황이니 손절이 발생해 금리 오버슈팅이 나타났다는 평가도 많았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어제 증권사들이 손절을 날렸다. 오늘 가격 되돌림은 너무 과했던 부분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평가했다.
■ 환, 채권시장의 우환
최근 채권시장이 더욱 흔들린 이유는 환율 급등 때문이었다.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뒤에도 고공행진을 하자 채권시장은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전날 달러/원은 전장대비 22.0원 오른 1,431.3원으로 마감했다. 개장가인 1,419.0원보다도 12.3원 상승해 장 중 상승 압력을 강하게 받았다.
영국이 대대적인 감세 계획을 밝힌 여파가 이어졌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2거래일 연속 급락한 가운데 달러화가 독보적인 오름세를 지속한 데 영향을 받았다.
주요국들이 미국 연준에 뒤이어 고강도 긴축에 나선 가운데 파운드 약세가 심화되면서 시장 심리가 더욱 위축된 것이다. 마땅한 달러 매도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1,430원을 훌쩍 넘긴 달러/원 환율은 상승폭을 한층 더 넓히려는 모습이었다.
전날 달러/원은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38.0원) 이후 13년 6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간밤 NDF 시장에서 환율이 다소 빠진 가운데 이날 달러/원도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대외 상황이 불안한 만큼 환율이 어디까지 더 오를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기도하는 심정으로 원화가치를 안정을 바라는 모습도 보인다.
B 증권사 딜러는 "환이 다시 요동치면 다 의미없다"고 했다.
환율 급등세는 채권, 주식 가리지 않고 긴장감을 높일 수 밖에 없다.
통화정책 차원에서도 자국 돈 가치 방어 차원에서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 있다. 물가 안정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전날 국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유가 하락의 물가 안정 효과를 환율 급등이 상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달러 독주의 시대에 원화 가치 하락이 자연스런 측면이 있지만, 금융당국은 9월부터 원화 약세가 상대적으로 더 두드러져 과잉반응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는 중이어서 개입 등도 계속 감안해야 한다.
■ 큰 타격 입은 딜러들...그래도 이건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도
최근 금리 급등세가 워낙 가파르다 보니 여전히 망연자실한 투자자들이 많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손절한도 터치했다. 그냥 반등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투자자들 사이엔 최악의 상황을 감안하면서도 지금은 누가 보더라도 오버슈팅이란 평가도 많다.
이제 연내 한국의 '연속' 빅스텝, 더 나아가 나름대로 설정한 최악의 상황까지 감안하더라도 지금의 금리대는 비이성적이라는 평가도 보인다.
D 증권사의 관계자는 "연말 미국 기준금리 4.5%, 내년 1분기 4.75%로 인상이 마감된다고 보고 우리는 연속 빅스텝을 단행해 연말 3.5%, 내년 1분기 4~4.25%까지 가정한다"면서 "물론 4.25%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경우라도 마찰적인 요인을 뺀다면 한국은 지금 향후 10년 동안 보기 힘든 금리 수준을 최근에 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장은 환율 급등이 재연되면 금리 레벨 등은 의미를 상실한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환율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엔 불안심리로 다시 오버슈팅될 수 있다는 점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 정상 이탈한 시장...계속 요동칠 수 있는 상황
투자자들은 이자율 시장 안정 요건으로 환율 안정을 손꼽는다. 아울러 대외금리가 다시 튀면 국내 시장의 추가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러다보니 이날 외국인 선물 매수에 의한 가격 되돌림에 '기술적 반등'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수급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시스템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매수세력이 동력을 얻기 힘들다는 진단들도 적지 않다.
10시 50분 현재 외국인은 3년 선물을 7,114계약, 10년 선물을 4,572계약 순매수 중이다. 외국인이 이날 장을 받치고 있지만 가격 변동성이 워낙 큰 데다 가격이 전환할 때 하락 모멘텀의 강도가 크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
시장 자체적으로 수급에 문제가 온 상황이어서 정상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데다 크레딧 문제가 심화되면 상황이 다시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모습도 보인다.
E 증권사 관계자는 "오늘 가격이 반등했지만 잠시 반등해 보는 정도로 본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크레딧이 문제다. 그러나 받아줄 데는 없어 보인다"면서 "이 쪽에서 뇌관이 터질 경우 시장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전날 비정상적인 가격 폭락, 그리고 이날 외국인 선물 매수로 가격이 올랐으나 언제든 다시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자율 시장엔 계속해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