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2일 아침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 금융당국자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 채권딜러의 상황진단 "금리 오버슈팅 중...당국도 여기서 신뢰 더 잃으면 위험하다"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이자율 시장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 FOMC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75bp 올렸으나 연내 100~120bp 추가 인상을 시사하면서 한은 통화정책에 대한 경계감도 커졌다.
이자율 시장에선 금융당국이 시장을 추스리기 보다는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고 겁을 주는 등 과거의 당국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게 제기됐다.
당장 10월 금통위의 50bp 인상 가능성 등으로 이자율 플레이어들이 궁지에 몰린 가운데 커뮤니케이션 실패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베테랑 채권딜러를 통해 현재 이자율 시장 상황에 대한 진단, 그리고 금융당국에 대에 하고 싶은 말을 들어봤다.
▲ 한국과 미국 정책금리 터미널 레잇이 문제로 보이는데?
= 미국 정책금리 상단 기준 지금 75bp 역전이다. 점도표를 보면 연준은 연말까지 100~125bp를 더 올린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터미널 레잇을 어떻게 봐야 할지 판단해야 한다. 미국 정책금리 상단은 4.50%~4.75% 정도로 보고 있다.
이러면 우리가 갈 수 있는 최대한은 3.5% 정도가 아닐까 한다.
물론 미국 기준금리가 5%를 넘으면 한국 기준금리도 최대 3.75%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 한국은 지금 기준금리보다 100bp나, 100bp 남짓이 맥시멈이라는 것인가?
= 그렇게 본다. 만약 그 수준 이상 올린다면 한국과 미국 스프레드는 벌어질 수 밖에 없다.
미국은 물가가 8%, 9%에서 안 내려오고 있다. 미국이 중립 대비 200bp 이상 빨리 가는데, 한국이 무조건 따라 붙을 수는 없다.
올해 경제 상황을 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중립대비 100bp 이상 올리긴 어렵다는 시각이 시장에 많았다. 현실적으로 3.5% 이상 가긴 어렵고 미국이 5%를 확실히 넘을 때 우리도 3.75% 정도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맥시멈' 정책금리를 고려하더라도 지금 시장금리는 오버슈팅 아닌가?
= 맥시멈 정책금리 3.5~3.75%를 감안하면 예컨대 4%를 넘는 3년 국고채 등은 오버슈팅이다. 스탑이다, 뭐다 해다 정상적이지 않다.
▲ 금융당국의 시장안정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보이는데...
= 솔직히 한은 책임도 크다고 본다. 예전엔 한은 총재가 정부 사람들 회의에 참석하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참석을 하게 되면 채권시장이 기운을 차린 뒤 강해지면서 금리가 레인지로 갔다. 그런데 최근엔 어떤가.
▲ 이창용 총재 시대와 이주열 총재 때가 비교가 되는 측면이 있긴 하다
= 사실 최근에 보면 이창용 총재가 계속 정부 회의에 참석하는데, 아무런 대책이 없다.
언론들은 빨간색 헤드라인을 칠해서 참석을 보도하는데, 대책이 없다보니 이미 신뢰를 많이 잃었다. 이제 한은 총재, 기재장관 등이 모임을 해도 뭔가 대책이 나올 것으로 잘 믿지 않는다. 액션을 안 하면 안 믿는 지경이 됐다.
▲ 당국과 시장 사이에 신뢰감 위기가 조성됐다는 식의 평가들이 엿보이긴 했다
= 당국은 최근 행태들로 인해 시장 신뢰를 많이 잃었다. 이럴 거라면 차라리 코멘트 하지 않는 게 낫다. 변동성만 키우고 있다.
시장금리가 15bp~20bp 뛰는데 액션을 안 하면 언제 하겠다는 것인가. 100bp는 올라야 하겠다는 것인가. 시장은 불필요한 코멘트에도 지쳐가고 있다.
자꾸 이런 식으로 방관하면 시장은 자정 기능을 더 잃게 될 수도 있다.
그나마 시장에 체력이 있을 때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이지, 지금처럼 자신감 상실에 비드, 오퍼 같이 찾기도 어려운 시장이 계속되면 힘들어진다.
▲ 한은, 기재부 모두 실제 이자율 시장에 참여하는 중요 플레이어들인데...
= 시장 참가자들이 자신감을 잃으면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한은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며칠전 3년 통안채 입찰에서 자의적으로 자르지 않았는가. 한은, 기재부는 정책당국자인 동시에 이슈어다. 발행자인 기재부는 캄다운 하는 느낌이 있는데, 한은은 일단 지금 상황에 대해 그 만큼 민감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예컨대 통안 발행시 응찰량 떨어지고 시장 상황이 계속 안 좋다면 공개시장조작(공개시장운영) 대상자들에게 계속 푸시를 할 수 있을까. 대책이 없으면 계속 그러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 이창용 총재가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내세웠는데, 당신 말대로라면 커뮤니케이션 혼선이란 평가도 나올 법하다
= 당국자들도 본인들의 입장을 돌아봐야 한다. 솔직히 한은 총재가 포커스를 잘못 맞추고 있다고 본다. 총재가 높은 분들(정부 고위관료) 모임에 가면, 중후함을 발했는데 최근엔 좀 다른 것 같다.
학교 선생님 스타일인 것 같다. 총재가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도 좋고 다 좋은데, 다만 최근엔 중앙은행 총재로서의 무게감이 안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 금리가 오버슈팅 중이라고 평가했지만 곧 시장의 체력이 약해지는 4분기다
= 이 상태로 가면 만만치 않다. 단기물은 방향성을 이미 잃었다. 10월부터는 마지막 분기가 시작되는데, 시장 체력이 이런 상태에서 시장이 얼마나 중앙은행과 정부 입찰에 응할지, 그들의 코멘트에 귀를 기울일지 잘 모르겠다.
사실 시장이 없으면 금융당국의 존재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어떤 코멘트로 안정시킬지도 생각해 봐야 하고, 안정 시킬 필요 없으면 굳이 코멘트 할 필요도 없다. 한은 총재도 매번 모임에 나갈 필요도 없지 않은가. 그 모임이 시장에 기대감을 주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매번 실망만 안기고 시장 안정에도 실패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불신이 쌓이게 되면 그 때는 어떤 얘기를 해도 통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충언을 하자면, 당국이 지금까지 보였던 시장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