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한국부동산원 기준 서울 각 구별 아파트가격 상승률 추이

(장태민 칼럼) 서울 '주요지역' 집값 급락 논란과 강남권의 진실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 2026년 11월 3일 국무회의
이재명 대통령이 모두발언 말미에 부동산 관련 언급을 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이 발언이 이번주 내내 논란이 됐다.
부동산 시장에선 대통령이 현재 서울 주택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부동산 시장 등에선 예컨대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실거래가가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가짜'라고 비판했다.
또 도봉·노원·성북 등 서울 중저가 아파트 전월세·매매가는 여전히 크게 오르는 중인데 대통령의 발언은 '무주택자, 실수요자의 체감과 반대'라는 목소리도 많았다.
일각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잘못된 부동산 관련 보고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어리숙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언론 등이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국일보를 지목해서 '가짜뉴스'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또 집값이 높게 나오는 '통계적 착시'마저 거론했다.
당시 국무회의 모두발언 말미 대통령의 부동산 발언을 다시 살펴보자.
■ '논란된 11월 3일 국무회의' 부동산 발언...대통령 서울 '주요지역' 집값 하락 강조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모두발언 말미에 부동산 관련 언급을 했다. 이를 옮기면 이렇다.
"한두 가지 더 추가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지금 부동산에, 특히 수도권 주택가격 전망을 두고 여러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폭락을 걱정하는 그런 쪽도 생겨나고 있다. 뭐, 미래야 100%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대한민국 주택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사실, 그리고 반드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부동산 투기공화국이란 오명을 벗어던져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대통령의 이 말을 들으면 이제 집값 하락 전망이 힘을 얻어 간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대통령이 여전히 '부동산 투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도덕적 관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부동산 통계에 문제가 있다는 보는 관점을 드러났다. 대통령 얘기를 계속 들어보자.
"그래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객관적 데이터를 제대로 설명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물론 통계 자료들은 정기적으로 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좀 걱정이 된다. 주택가격이 상승해야 이익을 보는 쪽이 그 자료 중에 일부만 가지고 한쪽 방향으로 몰아가는 측면이 보인다."
이 말을 들으면 대통령이 '주택가격 통계의 상향 편의성'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을 알 것이다. 이런 점은 다음 문장에서 더욱 확실히 드러났다.
"예를 든다면 서울지역의 지금 아파트 매물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지 않느냐. 그리고 거래량은 매우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주요지역들의 실제 거래가격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것도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는데, 물론 아닌 지역도 있다. 이 정확한 데이터들을 우리 국민들이 직접 접할 수 있게 잘 알려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대통령은 강남3구로 보이는 '주요 지역'의 집값이 놀랍게 떨어지는 사실들을 알리고 싶어하는 듯했다. 그런 뒤 다음 말을 덧붙였다.
"부동산 가격은 안정되는 게 가장 바람직한데, 폭등도, 폭락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그게 뭐 정부 의지대로 꼭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믿고 정확한 정보에 따라서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의 주요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 '논란된 11월 3일 국무회의' 부동산 발언...공개회의 말미 '부동산 공급 중요성' 강조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공개회의' 말미에 또 부동산 관련 언급을 덧붙였다.
주택 공급을 빠른 속도로 늘리자고 독려하는 내용이었다.
"부동산과 건설 문제는 좋은 지적을 해주셨는데, 말씀드린 것처럼 공급을 늘리는 게 주요과제죠? 물론 택지가 제한적이긴 한데 그 안에서도 속도를 내서 할 수 있는 만큼 공급을 하면 사실 부족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쨌든 우리가 속도를 내도록 하겠다. 그리고 새로운 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게 건설 경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우리가 이 측면을 고려해서라도 어쨌든 신속하게 최대한 많이 공급하도록 하겠다."
올해 서울 주택 공급난 때문에 이재명 정부에선 '폐버스 주택, 고시원 욕조주택' 등의 아이디어가 나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통령은 일단 '공급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 국무회의 이틀 뒤 나온 데이터...서울 전역 상승률 둔화와 강남권 하락
이번주 대통령의 '부동산 발언' 덕분에 목요일 오후에 발표되는 한국부동산원 데이터에 더욱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대통령이 '서울 주요지역의 놀라운 가격 하락'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원의 주간 주택가격 데이터를 보면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집값은 0.3% 이상 크게 떨어졌다.
강남구(-0.39%)는 압구정·개포동 대단지 위주로, 서초구(-0.37%)는 반포·잠원동 위주로 급락했다. 송파구(-0.17%)는 잠실·문정동 위주로 하락했다.
하지만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고공행진을 벌이는 곳이 적지 않았다.
서대문구(0.31%)는 홍은·남가좌동 중소형 규모 위주로, 성북구(0.30%)는 돈암·정릉동 역세권 위주로, 중랑구(0.28%)는 면목·신내동 주요 단지 위주로 속등했다.
최근 서울 전체적으론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는 흐름이다. 다만 그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91주 연속으로 상승했다.
상승률 자체는 둔화됐지만, 서민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집값은 뛰고 있다.
최근 10주간 서울 아파트 주간상승률은 0.22% → 0.20% → 0.16% → 0.13% → 0.09% → 0.12% → 0.16% → 0.13% → 0.09% → 0.07%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전세는 안정화되는 기미가 잘 안 보인다. 최근엔 매매가격 상승률을 두 배 웃돌고 있다.
최근 10주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0.21% → 0.19% → 0.17% → 0.19% → 0.16% → 0.16% → 0.18% → 0.16% → 0.17% → 0.17%를 기록했다.
■
부동산 시장에선 '대통령이 가짜뉴스 생산' 주장들도 이어져
부동산 시장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강남3구의 집값 하락'에 너무 큰 비중을 두면서 서민 주거지역 집값 폭등에 대해선 눈감았다고 개탄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대통령이 강남 3구를 '주요지역'이라고 표현하자, 노도강·금관구는 '소도'(버림받은 땅)냐는 식의 감정적 반응도 있었다.
또 대통령이 주요지역이 '놀라울 정도로 떨어졌다'고 했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도 보였다.
예컨대 강남지역 아파트가 급락했다고 하나, 최근 강남 초소형 아파트들은 놀라운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10월 청담자이 전용 14.8평(공급 18평)이 27억원 넘게 거래되기도 했다.
최근 강남권 아파트 가격 급락이 놀랍다기 보다, 강남의 '꼬마 아파트' 가격 급등이 더 놀라운 게 진실이라는 주장도 있었던 것이다.
또 대통령이 매물 급증, 거래 급감, 경매건수 증가를 마치 정책 성과인 것처럼 말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주장들도 있었다.
정책적으로 국민들의 주택 거래를 막아 불편을 가중시키면서 정작 집값은 잡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가 할 소리는 아니라는 반응들도 있었던 것이다.
특히 정부가 세금으로 강남의 초고가 아파트들을 압박하니 어쩔 수 없이 일부 매물이 나왔을 뿐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 대통령 마음에 안 드는 통계?...일부에선 '혹시 통계 손대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이번주 국무회의를 본 뒤 일부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혹시 정부가 '통계'에 손을 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객관적 데이터를 제대로 설명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는 등의 말을 하자, '집값 대신 집값 통계'를 잡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 것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 시절 KB부동산 데이터 대비 유독 상승률이 낮았던 한국감정원(現 한국부동산원) 데이터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통계의 문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 아파트값이 50% 넘게 올랐을 때, 김현미 국토장관이 10%대 상승을 거론했던 이유가 되기도 했다.
서울지역 공인중개사 A씨는 "문재인 정부 때 KB 데이터는 한주간 0.5% 폭등하는데, 한국감정원은 0.1%대 상승으로 잡곤 했다"면서 "우연일지 모르나 지금 유독 한국부동산원의 강남 집값만 급락하는 것으로 나와 뭔가 개운치 않다"고 했다.
그는 "현재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상승세를 매우 불편해 하고 있다. 집값 급등 진실을 전하면 가짜뉴스라고 차별받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 부동산 '가짜뉴스' 문제로 한 신문 기사와 대립각 세운 대통령
이번주 이재명 대통령은 일부 언론의 부동산 기사와 싸웠다.
대통령은 4일 자신의 X에 한국일보의 <'집값 폭락 걱정' 대통령 발언, 강남만 맞았다...경기까지 번진 상승세>는 기사를 문제삼았다.
대통령은 이렇게 적었다.
<서울의 집값을 말하며 "주요 지역의 실제 거래가격도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고 한 말과 "폭락 중"이 같은 말일수 없고 같은 뜻이라 해도 "" 치며 직접 인용으로 표시하면 안 된다. "강남만 맞았다"는 건 다른 지역에 대한 언급은 틀렸다는 건데 나는 서울의 주요 지역 즉 강남 서초 송파만 말했음이 분명하다. "서울 전체 집값이 폭락중"이라고 한 적이 없으니 강남만 맞았다는 것도 가짜뉴스다.>
이후 한국일보는 기사 제목을 고쳤다
한국일보는 "집값 떨어졌다는 대통령 말, 사실일까...서울은 90주 연속 상승"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X에 <한국일보 2차 가짜뉴스입니다>는 제목으로 이를 다시 문제 삼았다.
"허위기사를 지적했더니 쓴 기사제목인데, 뉘앙스는 대통령이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실제 한 말은 '일반적으로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가 아니라, '서울의 주요지역의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은 아니고'였다. 사실에 어긋나지 않은 말이다. 현재 서울 집값이 장기간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승추세는 주당 0.09%로 약화되고 있고, 대한민국 집값 상승을 선도해온 강남3구의 집값은 십수주간 주당 0.3% 넘도록 크게 하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준금리 지속 상승, 매물증가, 거래량 감소 등 하락 조짐이 커지고 있어 유의하라고 한 것이다. 전부가 아닌 일부 주요지역 하락이라는 말은 거두절미하고 "집값 떨어졌다"고 겹따옴표 인용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시정을 바란다."
대통령은 마치 신문사 데스크처럼 세심하게 기사를 다그치고 지도했다.
■ 강남 집값 급락의 진실은...가족 간 거래 등 특수거래 챙겨보라
부동산 통계에 익숙한 사람들 사이에선 최근 한국부동산원 강남권 아파트 가격 급락이 '통계 오류' 때문일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가족 간 거래가 실상을 왜곡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흔히 직계존비속 간 부동산 거래 시 시가의 30% 혹은 최대 3억원 이하까지는 낮춰서 거래하더라도 증여세를 물지 않는다는 얘기를 한다.
예컨대 15억원짜리 아파트를 자녀에게 12억원(3억 할인)에 매매하는 형태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절세목적이다. 문제는 이런 거래로 실거래가 3억 폭락으로 잡힌 데이터로 남는다는 점이다.
즉 증여세·양도세 등을 줄이기 위한 가족 간 실거래가 실상을 왜곡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선 가족 간의 거래는 더욱 큰 통계적 영향을 미친다.
정상적인 시장 거래가 뜸한 상황에서 특수관계인(가족 등) 간의 저가 직거래 몇 건이 발생하면, 그 수치가 전체 아파트 시세의 대표값처럼 반영돼 지수나 통계를 대폭 끌어내리는 착시를 부를 수 있다.
고가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지역에서 일반 거래 대비 직거래(가족 간 양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고 있어 이런 왜곡이 의심된다.
부동산 통계 일을 했던 지인 B씨는 "최근 한국부동산원의 강남 지역 아파트값 급락 데이터엔 가족 간 거래 효과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가족 간 거래는 물량이 일정한 편이기 때문에 전체 거래량이 줄어들 때 더욱 실상을 왜곡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통계인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강남구, 서초구 아파트값 급락을 잡았지만 민간통계인 부동산114는 소폭 상승이나 보합권으로 잡았다. 부동산원의 실거래 가격 데이터가 현장 공인중개사 매물 호가 중심인 부동산114보다 더 실상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 간 거래가격은 실제로 거래할 수 없는 가격이어서 통계에서 걸러내야 한다. 정부 데이터가 이런 보정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강남 아파트 가격 급락이라는 잘못된 데이터가 양산되고 있는 게 진실"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