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10-23 (금)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코스피 9천의 유포리아와 코스닥 7백의 디스포리아

  • 입력 2026-10-23 13:16
  • 김경목 기자
댓글
0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코스피 9천의 유포리아와 코스닥 7백의 디스포리아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김경목 기자] 올해 한국 주식시장은 극단적인 상승과 하락을 경험했다.

상반기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하며 세계 주요 주가지수 가운데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가장 두드러진 폭락을 기록했다.

코스닥은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지난해 말 수준마저 크게 밑돌고 있다. 코스닥은 4월 하순 고점 대비 40%, 작년말 대비 20% 급락한 상태다.

올해 상반기 형성됐던 주식시장의 기대는 빠르게 소진됐다.

■ 주가지수로 정책 평가 받으려던 정부...코스피 9천의 환호와 코스닥 7백의 현실

6월 18일 코스피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하며 9063.84에 마감했다.

당시 정부는 자본시장 혁신과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주요 경제 성과로 제시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주가 상승을 자본시장 정상화의 성과로 강조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컸던 이전 정부 시기와 차별화된 경제 운영의 결과라는 메시지도 내놓았다.

여권에서는 코스피 5000 달성에 이어 코스닥 3000이라는 새로운 목표까지 제안했다.

주식시장 상승이 정책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그 기대가 다시 투자심리를 자극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코스피도 6월 하순의 고점대비 40% 폭락했다.

정부는 주가 상승기엔 정부 덕분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하락기에는 대외 악재를 원인으로 내세우고 싶어했다.

주식 투자는 투자자 본인이 책임을 지는 게임이지만, 이재명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훈수를 뒀다.

주식판에 뒤늦게 들어왔던 많은 투자자들은 '정부 덕분에' 털리고 말았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조절 유예와 상향,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등은 정부가 무슨 변명을 하더라도, 주식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납득해주기 어려운 조치였다.

■ 반도체 중심의 상승장…코스닥의 소외

올해 국내주식 시장 상승을 이끈 핵심 동력은 반도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 기대가 집중됐다. 글로벌 AI 산업에 대한 낙관론과 대형 반도체주의 실적 개선 전망이 코스피 상승을 뒷받침했다.

이런 상승세가 국내 기업 전반으로 고르게 확산된 것은 아니었다.

6월 18일 코스피가 9000선을 넘어선 날 코스닥은 오히려 3.01% 하락한 1000.93에 마감했다.

같은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대형 반도체주와 중소형 성장주 사이의 온도 차가 컸다.

코스피의 사상 최고치 경신이 한국 기업 전반의 경쟁력 향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 대형주에 집중된 자금이 다른 기업들로 확산되지 못하면서 시장 내부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이런 구조에서는 주도 업종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는 순간 지수 전체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 단일종목레버리지ETF…한국시장과 '잘못된 만남'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과 관련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의 상장을 허용했다.

상장 첫날 거래대금은 약 10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후 거래가 급증하면서 일부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수급 집중과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제기됐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일일 수익률을 일정 배율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상승장에서는 투자 수익을 확대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 역시 빠르게 커질 수 있다.

특히 가격 변동이 큰 장세에서는 일일 수익률을 추종하기 위한 반복적인 리밸런싱 거래가 기초자산의 수급에 추가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당국은 결국 7월 16일 신규 상품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투자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기본예탁금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제도 도입 이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규제 강화에 나선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규제 시행 전 일평균 11조7000억원이었던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거래대금은 규제 이후 8000억원으로 93.2% 감소했다.

개인투자자의 누적 순매수액도 규제 전 15조3000억원 순매수에서 규제 후 2조3000억원 순매도로 전환됐다.

한국 주식을 아는 사람이라면, '삼전닉스'가 시총의 절반을 차지하는 시장에서 변동성을 더욱 키우는 상품을 왜 도입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환율 하향 안정을 위해 '단종레'를 도입했다는 정부 당국의 발언도 이해해주기 어렵다.

■ 레버리지 감옥에 감금된 개인투자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고 개인투자자의 위험선호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투자 수요가 지수 레버리지 ETF와 신용거래융자 등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10월 들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561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와 코스닥150, 반도체 관련 레버리지 상품을 적극적으로 매수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지난 6월 38조원까지 증가했다가 8월 27조원대로 감소한 이후 10월 14일에는 다시 33조7057억원까지 늘어났다.

주가가 급락하는 과정에서도 차입을 통한 매수 수요가 이어졌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거래한 개인투자자의 실제 손익을 제대로 분석했는지도 의문스럽다.

고위험 금융상품의 도입과 거래 확대가 빠르게 진행됐지만, 사후적인 투자자 손익 분석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 국민연금, 시류에 흔들리는 자산배분의 위험성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유예와 자산배분 비중 조정은 결과적으로 더 큰 참사를 불렀다.

국민연금은 자산별 목표 비중과 허용 범위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관리한다.

주가가 급등해 국내 주식 비중이 높아지면 일부를 매도해 밸런스를 맞춘다.

하지만 국내 주식 비중 확대, 리밸런싱 유예로 한국 국민연금은 운용의 독립성, 그리고 위험 관리 원칙이 의심받았다.

국민연금 측에서는 기계적인 비중 조정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었다고 항변하는 중이다.

하지만 일시적인 시장 상황에 때문에 자산배분 원칙을 훼손하면 더 큰 대가를 치르른 법이다.

그간 글로벌 대형기금이 제대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국내 자산비중을 줄여왔다.

갑자기 한국 주식이 떴다고 국내주식 비중을 대폭 높여버리면서 과거부터 지켜왔던 자산배분의 원칙이 무너져버렸다.

국민연금의 최우선 목적은 장기적인 수익성과 위험 관리다.

정치 일정이나 특정 시기의 주식시장 성과가 연금 운용의 판단 기준으로 인식된다면 운용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 주가로 평가 받으려던 정치의 무모함

올해 주식시장 상승은 정치 일정과도 맞물렸다.

6월 지방선거를 전후해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부와 여권은 주가 상승을 자본시장 정책의 성과로 강조했고, 코스닥 3000이라는 새로운 목표도 제시했다.

정치권이 주식시장 상승을 경제 성과로 내세우는 일은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러나 지수 상승이 정치적 성과와 밀접하게 연결될수록 시장 참여자들은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실제 효과를 더욱 엄격하게 평가하게 된다.

정부가 지수 목표를 제시하고 정책자금과 제도 개편을 통해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를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실적과 경제 성장세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상승세의 지속 가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정책의 성과를 주가 움직임에 연동하려는 태도는 미련한 짓이다.

주가 움직임은 다양한 흐름에 의해 좌우되며, 누구도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은 수출주들이 주식시장을 좌우하기 때문에 해외여건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

최근 주가가 9천선 이상으로 폭등했던 이유도 'AI 붐'이라는 운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 한국 시장의 취약성은 무엇인가

글로벌 금융시장도 최근 AI 투자 확대에 대한 회의론과 지정학적 불안으로 조정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AI 관련 기업들의 차입 확대가 재무 건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일본과 중국, 홍콩 주식시장에서도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했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만 악재에 시달린 것은 아니다.

다만 국내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데다 글로벌 충격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은 대형 기술기업과 다양한 산업군이 지수 상승을 주도하는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반도체 기업의 주가 흐름이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일본 역시 반도체 업황의 영향을 받지만 한국과는 업종별 구성과 투자자 수급 구조에서 차이가 있다.

해외 시장과 국내 시장의 낙폭을 비교할 때는 동일한 기간과 통화 기준을 적용해야 하지만 한국 주식시장의 업종 집중도와 레버리지 거래 구조가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코스닥

코스닥은 문제가 많은 시장이다.

2016년 말 코스닥지수는 631.44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별로 높아진 것도 없다. 지수는 2021년 말 1033.98과 비교해 30% 가량 낮다.

코스닥은 여러 차례 상승장을 경험했지만 장기간에 걸쳐 투자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안정적으로 축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성장기업의 실적 불확실성과 높은 주가 변동성, 일부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 기관투자자의 제한적인 참여, 작전 세력들의 주가 조작 등 구조적인 과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가 추진한 상장 유지 요건 강화 역시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지만 급락장에서 일부 기업의 상장폐지 위험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코스닥 활성화의 핵심은 특정 지수 목표 달성이 아니라 성장기업의 수익성과 자금 조달 여건을 개선하는 데 있어야 한다.

■ 기술적 회복과 신뢰 회복

최근 주가 폭락의 반작용으로 주가가 회복되더라도 기술적인 반등과 지속 가능한 상승 추세는 구분해야 한다.

주가가 회복되더라도 고점에 진입한 투자자들의 손실 부담과 신용융자 잔고, 레버리지 상품의 수급 변화가 변수가 될 수 있다.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의 제도적 안정성과 정책의 일관성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상승세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시장의 신뢰는 정부의 구호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 합리적인 가격 형성, 공정한 거래질서,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이 축적돼야 한다.

올해 상반기 상당수 투자자들이 코스피 9000 돌파에 환호했다. 하지만 짧은 유포리아 뒤 코스닥 800도 지키지 못하는 한국 주식시장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