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10-16 (금)

(장태민 칼럼) 올코트프레싱

  • 입력 2026-10-16 13:4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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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번 주 느닷없이 농구용어 '올-코트 프레싱'(All-Court Pressing)이 화제가 됐다.

농구 경기에서 쓰이는 전면 압박 수비 전략을 뜻하는 말이다. 미국에선 풀-코트 프레스(Full-Court Press)라고 부른다.

이 말은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도중에 나왔다.

임기근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선 "모든 국민이 올코트프레싱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서 주목을 받은 것이다.

■ 국무조정실장의 올-코트 프레싱


임기근 국무조정실장은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관련 핵심부에서 일한 사람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재경부 2차관을 하다가 초대 기획예산처 차관을 했다. 특히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마련하는 데 앞장섰다.

정치인 기획예산처 장관(박홍근)이 오기 전까지는 예산장관 직무대행을 하다가 올해 7월부터는 국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다.

예산을 다루다가 이제 경제 등 각종 '정책 조율'을 맡는 장관이 됐다.

국무조정실장은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보좌해 행정부 각 부처의 정책을 총괄 조정하고 관리하는 '행정부의 컨트롤 타워(지휘부)'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예컨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국토교통부(공급), 기획재정부(세제), 금융위원회(대출)가 각각의 이슈로 대립할 때 이를 조정해 하나의 통합안을 도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무조정실장은 여러 부처가 얽혀 있는 국가적 긴급 경제 현안(경제 위기 등)이 발생했을 때는 '차관회의'를 주재하거나 '현안점검회의'를 통해 신속한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이런 중요한 부처의 장관이 부동산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주문한 게 '올-코트 프레싱'이었다.

■ 임기근의 집값 안정 위한 '인프라 다지기'


이번주 임기근 국무조정실장은 서울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해 '국민들도 나서서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놀라운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13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대화는 이런 식이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작년) 10.15 부동산 정책 이후로 서울 부동산이 잡힐 기미가 안 보인다. 슬프고도 웃긴 얘기다. 87주째 서울 집값 상승했는데, 지난 1년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 아닌가, 잘 한 것인가?

임기근 국무조정실장: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인프라를 충실히 닦고 있는 과정이다.

필자는 임 실장의 이 답변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 때문에 무주택 서민 등 많은 서울 시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프라를 닦는다'는 식의 뜬구름 잡는 소리를 했기 때문이다.

임 실장은 정책의 실책을 솔직히 인정하고 보완책을 제시하는 대신 '인프라 다지기'라는 추상적인 단어 뒤로 숨어버렸다.

■ 정부의 149만호 공급계획

김재섭 의원도 필자처럼 '인프라 다지기' 발언에 발끈했다.

김 의원은 특히 서울 내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노도강 등의 집값이 급등한 게 문제라고 했다.

김재섭: 인프라를 까는 동안에 부동산값이 치솟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보고 있다. 서민들이 많이 산다고 알려져 있는 동네인 성북, 노원 이런 곳의 매매, 전세 가격이 굉장히 가파르게 오른다. 제가 사는 도봉도 마찬가지다. 저도 전세 산다. 지하철 역이 더 가까워진 것도 아닌데, 저 역시도 내년 전세 계약 갱신할 때 1억5천만원을 더 내야 한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도봉에 사는 대부분의 세입자들이 아파트 전세계약을 갱신하는 데 많게는 몇 억까지 들여야 한다. 이게 그분들 잘못 아니지 않은가. 지금 1년간 소위 인프라를 깐다고 하는데, 전세금 1억원을 더 내야 하는 사람 생각 안 하는가. 그렇게 얘기(인프라 다진다)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월세도 많이 올랐다. 매매, 전세, 월세 트리플 상승이 가속화되고 있다. 강남 3구는 지지부진하고 성북, 노원 이런데가 엄청나게 집값이 뛰어서 매일 매일 지역분들에게 곡소리를 듣고 있다.

김 의원은 '인프라 다지기'라는 어이없는 발언에 대해 비판을 한 뒤 정부의 공급계획에 현실성이 없다는 점을 질의했다.

김재섭: 정부가 내놓은 안은 확실한 공급하겠다, 역대급의 공급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 물량이 착공기준으로 135만호인 것같다.

임기근: 착공기준으로 그보다 더 많다. 저희가 149만 1천호 플러스 알파를 공급할 예정이다.

김재섭: 내가 아는 것보다 14만이 더 많다.

임기근: (웃음)

임 실장은 정부의 대량 공급에 대한 자신감을 비치는 듯했다. 하지만 필자나 김재섭 의원의 눈엔 공급이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았다. 예상대로 김 의원은 공급의 현실성을 따져 물었다.

김재섭: 1기 신도시 혹시 몇 호인지 아는가. 전체 다 합쳐서. 29만호다. 그것 만드는데 7년 걸렸다. 일산, 분당 다 농지였다. 그 땅을 수용해서 급속도로 만드는데도 7년이 걸렸다. 2기 신도시는 몇 호인지 아는가. 66만호다. 20년이 걸렸고 아직도 입주 못하고 개발 못한 데가 많다. 어떻게 5년내에 149만호를 공급하느냐. 이해가 안된다.

1기 신도시는 엄청난 속도로 진행돼 5년~7년이 걸렸다.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에 발표된 뒤 1991~1992년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정부 주도의 강력한 속도전(200만 호 건설 계획)으로 가장 속도가 빨랐던 신도시 건설이었다.

2기 신도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2006년 전후에 지정이 본격화됐다. 토지 보상, 주민 반발, 광역교통망 수립 등을 거쳐 2008~2011년경이 돼서야 겨우 첫 입주(판교, 동탄1 등)가 시작됐다.

하지만 입주 시작이 도시의 완성을 알리는 것은 아니었다.

위례, 파주 운정, 인천 검단, 양주 등은 금융위기(2008년)와 부동산 경기침체 등를 겪으며 사업이 뒤로 크게 밀렸다.

광교신도시는 2004년 개발에 착수해 최종 사업 준공 공고가 난 것이 2024년말(20년 소요)이었다.

검단이나 위례·운정 등도 2020년대 중후반까지도 계속 아파트가 올라가고 교통망(철도 등)을 설치하는 중이다.

■ 현실성 없는 149만호 공급대책...'올-코트 프레싱' 말장난으로 책임 떠넘기기

김재섭 의원은 정부가 마음이 급해서 150만호 공급을 약속했다고 비판했다. 착공 부진과 입주 물량 감소가 공급 부진의 원인이다 보니, 수치를 마구 부풀렸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김재섭: 과천 경마장 등은 문재인 때 검토했던 곳이다. 이런 곳을 재탕하듯이 내놓았다. 잘 되고 있는가.

임기근: 과거에 했다가 포기했던 내용이라도...(다시 잘 할 수 있다). 경마장도 관계부처 협의 진행 중이다.

김재섭: 제가 알기엔 협의가 안 됐다. 역대 정부들이 농지 밀어서 공급하는데도 7년 이 걸렸다.

필자는 여전히 150만호를 어떤 부지에, 어떻게 공급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김 의원도 그런 반응을 보였다.

김재섭: (임 실장이) 국민들에게 허세를 부리거나 과장하고 있다고 본다. (정부는) 준비도 안 됐다. 구성원들이 반대하는데 일방적으로 용지가 확보된 것처럼 발표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정부의 말을 신뢰할 수 있느냐.

그러자 임 실장은 '남의 다리를 긁는' 답변을 내놓았다.

임기근: 간단히 답변 올리겠다. 두 가지는 의원과 저 모두 공유하는 내용이다. 주거가 안정이 돼야겠다, 즉 서민 주거가 안정돼야 한다는 점, 그리고 자본이 생산적인 부분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두 개 부문에 대해선 100% 공감할 것이다.

공급 계획의 현실성을 말해 달라는 질문에 임 실장은 '도덕적인 부분'을 거론했다. 아무튼 그는 얘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문제의 '올-코트 프레싱' 발언이 나왔다.

임기근: 그리고 이 문제는 해결하기 위해선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공급도 잘돼야 하고 수요도 관리해야 한다. 부동산 불법 행위도 관리해야 한다. 공공 부문도, 민간 부문도 노력해야 한다. 중앙 정부도 노력해야 하고, 지방 정부도 노력해야 한다. 국회도 노력해야 하고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올코트프레싱을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데 대해선 저희와 동의한다고 생각하고. 그리고...우리는 또 149만호 공급, 착공과 관련해 제도를 충실히 만들고 있다. 2주에 한번씩 국민들에게 소상히 공개할 것이다. 2030년까지 착공될 수 있도록 하겠다. 김재섭 의원도 도와달라.

김재섭 의원은 임 실장의 '엉뚱한 답변'에 흥분하기 시작했다.

김재섭: (마이크 꺼짐) 국민들에게 마치 책임을 분산시키는 듯한 말씀을...

임기근: 책임을 분산하는 게 아니라 올코트 프레싱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고요. 지금 정부 관점에서...

김재섭: (화난 표정으로) 국민들이 뭘 해야 하느냐, 뭘 요구하시는 거냐.

■ 무능한 공무원의 국민 바보 취급하기

필자는 이 장면을 돌려보면서 머리통을 감싸 쥘 수밖에 없었다.

국정감사장에서 펼쳐진 이 대화엔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무능함과 비현실성, 그리고 당국자의 책임 회피가 모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무능한 정책 당국자가 마치 국민을 바보로 보면서 발언을 하는 것 같았다. 사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을 때 시장을 아는 사람들은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 지역 반발과 과천시·농림부 등 부처 간 협의 결렬로 사실상 무산됐던 '과천 경마장 부지' 같은 카드까지 다시 꺼내 들어 150만 호라는 자극적인 숫자를 만들어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땅 수용권과 강력한 공권력을 동원해도 신도시 하나 완성하는 데 짧게는 7년, 길게는 20년이 걸리는 게 엄연한 현실이었다.

구체적인 부지 확보나 관계 기관 협의조차 마무리되지 않은 유령 부지들을 긁어모아 만든 '150만 호'라는 숫자를 만들면 누가 믿어줄 것인가.

이러다보니 정부의 공급대책이란 게 실질적 공급이 아닌 행정적인 허세(Bluffing)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아는 사람들은 이재명 정부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숫자로 당장의 비판만 면해보려는' 임시방편을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임 실장 자신도 공급에 대해 자신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면서 "서민 주거 안정이 중요하다. 자본이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식의 도덕적 성리학만 강조했다.

장관급 인사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질문의 핵심을 비켜나가 당위론만 되풀이하는 것은 사실상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이나 서울 매매·전세·월세 급등에 고통받는 사람들은 임 실장의 답에 화를 내기도 했다.

'전국민 올-코트 프레싱'이라는 뜬금 없는 발언에 헛웃음을 짓거나, 당국자들의 무능함에 한숨을 쉬기도 했다.

서울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국무조정실장이란 사람이 정책 실패에 대해 반성하기는 커녕 전국민에게 올-코트 프레싱을 훈계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들이 집값 폭등 정책을 써놓고는 집값 안정을 위한 정책을 충실히 하고 있단다. 어떻게 이렇게들 멍청하면서도 뻔뻔스러울 수 있는가"라며 분개했다.

■ 임기근 실장이 보여준 무책임·무공감·무대책 '3무 행정'

임 실장의 '책임 떠넘기기 발언'은 13일 국감장에서 큰 논란이 됐다.

당시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무능은 통계로 증명이 됐다. 서울 아파트가격이 86주 연속으로 문재인 정부의 85주를 넘어섰다. 해당기간 가격 상승률은 17.6%로 문재인 때의 상승률 7.7%의 2.3배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그런데 부동산과 관련해 국민도 노력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제 하다하다 국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냐"라고 했다.

박 의원은 "이것은 국민에 대한 협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계곡 정비보다 쉽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건가. 대체 국민이 무슨 노력을 하면 되는가. 이재명 대통령이 알려준 '더불어근저당'(셀러 파이낸싱)처럼 국민도 꼼수를 쓰면서 집을 매매하기 위해 노력해 달라는 것인가. 그런 뜻인가"라고 물었다.

임 실장은 그건 아니라고 답했다.

필자는 이번주 국정감사장에서 '정책조정실장'의 부동산에 대한 어이없는 답변을 들으면서 서울 집값 상승세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 그 끝을 가늠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임 실장의 발언을 들어보면, 정부가 자신들의 부동산 정책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는 듯했다.

그러면서 '인프라 구축 중'이라는 이상한 소리를 하더니, '십시일반 다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식의 답까지 했다.

서울 집값이 이렇게 급등한 이유는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이다. 서울 부동산 시장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정부와 행정부의 과오다.

그러나 국무조정실장의 입에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올-코트 프레싱을 해야 한다"는 책임 분산 발언만 나온 꼴이다.

1년 전 부동산 시장을 아는 사람들이 경고하던 '실거주 1주택 정책 쓰면 임차인들 다 죽는다'는 말을 귓등으로 듣더니, 아직 뭐가 문제인지도 모른다.

이제 전국민이 농구 경기의 수비수 노릇까지 하는 올-코트 프레싱을 하자고 한다. 임 실장의 발언은 정부의 무능과 정책 실패를 '국민적 협조 부족' 탓으로 돌리려는 궤변에 불과하다.

임기근 실장의 무책임·무공감·무대책, 즉 '3무(無) 행정'을 보면서 가슴만 답답해졌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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