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中 PPI 4년여 만에 최고…AI·중동발 비용 압력 속 내수 회복은 '제자리'](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1014133040093680fe484494201184110825.jpg&nmt=59)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中 PPI 4년여 만에 최고…AI·중동발 비용 압력 속 내수 회복은 '제자리'](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595&simg=20261014133040093680fe484494201184110825.jpg&nmt=59)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中 PPI 4년여 만에 최고…AI·중동발 비용 압력 속 내수 회복은 '제자리'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4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인공지능(AI) 관련 산업의 수요 확대까지 가세하면서 생산 단계의 물가 압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1%를 밑돌았다. 생산자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는 완만한 오름세에 그치면서 기업들의 비용 부담과 가계 소비 부진이 동시에 드러나는 모습이다.
특히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격차가 한 달 만에 3.0%포인트에서 4.1%포인트로 확대됐다. 중국 경제가 장기간의 디플레이션 압력에서는 벗어나고 있지만 수요 회복을 동반한 균형 있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9월 PPI는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했다. 8월 상승률 3.8%보다 1.2%포인트 높아졌으며 시장 예상치 4.5%도 웃돌았다. 이는 202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반면 9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0.9% 상승해 8월 0.8%보다 0.1%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시장 예상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 PPI 5.0% 급등…중동발 에너지 충격에 원자재 가격 상승
9월 중국 생산자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에너지와 원자재였다.
PPI는 전월 대비로도 1.2% 상승해 8월 0.4%보다 상승폭이 0.8%포인트 확대됐다.
생산재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6.5% 올랐다. 이 가운데 채굴업 가격이 25.4% 급등했고 원자재공업과 가공공업 가격도 각각 9.4%, 3.4%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석탄 채굴·세척업 가격이 35.3% 급등했다. 석유·천연가스 채굴업은 24.5%, 석유·석탄 및 기타 연료가공업은 21.6%, 화학원료·화학제품 제조업은 12.1% 상승했다.
비철금속 채굴업과 비철금속 제련·압연업 가격도 각각 21.4% 올랐다.
중국 통계국은 국제 원유와 비철금속 가격 상승이 관련 산업의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석유 채굴과 정제석유제품 제조가격은 전월 대비 각각 14.5%, 7.4% 상승했다. 유기화학 원료 제조가격도 5.4% 올랐다.
겨울철 난방용 석탄 수요 증가와 주요 생산지역의 일시적인 공급 부족, 국제 석탄가격 상승 기대도 생산자물가를 자극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응우옌 호앙 남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분쟁에 따른 원자재 공급 차질이 물가 상승 압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전쟁과 운송 차질, 지정학적 긴장 등이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을 밀어 올리면서 중국 제조업체들의 생산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 AI 투자 붐도 물가 자극…전자·반도체 관련 가격 상승세 지속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에는 글로벌 AI 투자 확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통계국은 AI와 전력·컴퓨팅 인프라의 연계 발전이 일부 산업의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9월 전기기계·장비 제조업과 컴퓨터·통신·기타 전자장비 제조업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6.2%, 5.8%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도 두 업종 모두 0.4% 올랐다.
소비자물가에서도 첨단 전자제품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9월 데이터저장장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6.7% 급등했다. 태블릿PC는 23.6%, 컴퓨터는 21.8%, 휴대전화는 14.9% 상승했다.
이들 제품의 가격 상승은 전체 CPI 상승률을 약 0.23%포인트 끌어올렸다.
지난 8월에도 태블릿PC와 컴퓨터, 휴대전화 가격이 각각 21.5%, 19.6%, 11.0% 상승한 바 있다.
AI 관련 연산 수요 확대와 반도체·전자부품 가격 상승이 전자제품 가격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중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원유와 석탄, 비철금속 등 전통적인 원자재 영역을 넘어 AI와 전자장비 등 첨단산업으로도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첨단산업의 가격 상승이 전체 제조업과 가계 소비의 광범위한 수요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 CPI 0.9%에 그쳐…휘발유 급등에도 식품 가격 하락
생산자물가가 빠르게 오르는 것과 달리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9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0.9%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0.2% 올라 8월 상승률 0.4%보다 둔화됐다.
소비자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은 에너지였다.
9월 휘발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6.6% 상승해 8월 9.3%보다 상승폭이 7.3%포인트 확대됐다.
휘발유 가격 상승만으로 전체 CPI 상승률이 약 0.47%포인트 높아졌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률도 8월 4.1%에서 9월 7.3%로 확대됐다.
반면 식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7% 하락해 전체 CPI 상승률을 약 0.29%포인트 낮췄다.
돼지고기 가격은 10.0%, 신선 채소 가격은 8.1% 떨어졌다. 곡물과 식용유, 유제품, 신선과일 가격도 하락했다.
서비스 가격은 0.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여행 관련 서비스 가격은 2.1%, 의료서비스 가격은 4.0% 올랐지만 전반적인 서비스 물가 상승 압력은 크지 않았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1.0%로 8월과 같았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근원물가 상승률이 확대되지 않았다는 점은 중국의 기조적인 소비 수요가 여전히 강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 PPI-CPI 격차 4.1%p로 확대…기업 수익성에 부담
이번 물가지표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격차다.
지난 8월 PPI 상승률은 3.8%, CPI 상승률은 0.8%로 양 지표 간 격차가 3.0%포인트였다.
9월에는 PPI가 5.0%로 상승한 반면 CPI는 0.9%에 그치면서 격차가 4.1%포인트로 확대됐다.
한 달 만에 격차가 1.1%포인트 더 벌어진 것이다. 이는 생산 단계에서 발생한 가격 상승 압력이 최종 소비 단계의 물가 상승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9월 생산재 가격이 6.5% 상승한 반면 생활재 가격은 오히려 0.1% 하락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생활재 가운데 식품과 의류 가격은 각각 1.8%, 1.2% 하락했다. 일반 일용품 가격도 0.6% 떨어졌다.
원유와 금속, 화학원료 등 기업들이 구매하는 원자재 가격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최종 소비재 가격은 여전히 약세를 나타내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높이는 동시에 수익성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기업들이 높아진 생산비용을 판매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이익률이 축소되고, 이는 다시 설비투자와 고용, 임금 증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PPI와 CPI는 조사 대상과 품목 구성이 서로 다른 만큼 양 지표의 상승률 격차가 기업의 실제 이익률 하락을 직접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생산재 가격 급등과 생활재 가격 약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제조업의 비용 전가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 수출 36% 급증에도 내수 부진…불균형한 회복 지속
중국 경제의 불균형은 물가지표뿐 아니라 실물경제에서도 확인된다.
이날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9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36.3% 증가한 4천471억8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8월 증가율 25.0%와 시장 예상치 25.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수입액도 전년 대비 31.0% 증가한 3천136억5천만달러를 기록했으며 무역흑자는 1천335억3천만달러에 달했다.
글로벌 AI 투자 확대와 대외 수요가 중국 제조업과 수출을 뒷받침하는 가운데 가계 소비는 상대적으로 더딘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는 중국 경제가 소비보다 수출에 의존하는 불균형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 재정지출과 주택담보대출 지원 등에 나서고 있지만 가계 소비와 민간 부문의 신뢰 회복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앞서 중국 정부는 인프라 투자 등을 지원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은 지방정부 채권 발행 한도 5천500억위안을 추가 활용하도록 승인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 침체와 고용 불안, 가계의 소비심리 위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정 부양책이 실질적인 소비 확대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디플레 탈출 이후 과제는 내수…2027년 회복의 질 주목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4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장기간 이어진 디플레이션 우려는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다.
중국 PPI는 2022년 10월 이후 3년 넘게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오다가 올해 3월 상승 전환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물가 상승은 내수 확대보다는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AI 관련 산업의 수요 증가 등 특정 요인에 집중돼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과잉생산과 저가경쟁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와 비금속 광물 등 일부 업종의 생산자물가는 여전히 하락하고 있다.
9월 자동차 제조업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0%, 비금속 광물 제조업 가격은 2.5% 떨어졌다.
생산자물가 상승이 중국 산업 전반으로 고르게 확산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향후 산업 생산의 회복세가 고용과 소득 증가, 소비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궈타이쥔안인터내셔널의 저우하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산업 부문의 개선이 고용과 소득, 소비심리로 전달되는 경로가 강화된다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사이의 격차가 수요 측면에서 좁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경우 2027년에는 보다 균형 있고 지속 가능한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중국 경제의 다음 관전 포인트는 단순히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는지가 아니라 높아진 생산비용을 감당할 만큼 가계 소비와 기업의 가격 결정력이 회복될 수 있는지에 있다.
중동 전쟁에 따른 원자재 공급 충격과 글로벌 AI 투자 붐이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내수 회복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중국 경제는 물가 상승과 기업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수출 호조가 고용과 소득 증가로 연결되고 부동산시장과 소비심리가 개선된다면 생산자물가 상승이 보다 광범위한 수요 회복으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중국의 디플레이션 탈출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은 결국 생산자물가 상승 자체보다 그 상승을 뒷받침할 내수의 회복 속도와 지속성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