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9-20 (일)

(장태민 칼럼) 정부 '토허제 실거주' 추가 후퇴

  • 입력 2026-09-18 14:1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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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정부가 전날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임대 중인 주택의 거래여건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5월 발표한 실거주 유예 조치의 신청 기한(~26.12.31)을 내년 말까지(~27.12.31) 연장하기로 했다.

현재의 임대차 계약 기간에 추가해 임대차 갱신계약까지 실거주 유예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거래시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어 매수자가 바로 입주하기 어려운 주택에 대해, 내년 말까지 실거주 유예를 신청할 수 있게 된다"면서 "다만 무주택 실수요자 요건과 입주 후 2년 거주의무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전했다.

지난 15일 여당 원내대책회의에선 이런 내용을 이미 예고한 바 있다.

국토부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완화, 조정대상지역 매입임대 아파트 세제 혜택 단계적 폐지 등 세제 개편에 따른 주택 거래 여건을 보완하고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안은 9월 18일부터 입법예고를 거쳐 10월 1일부터 시행한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선 현실적으로 정부의 후퇴는 불가피했다는 지적들도 많았다.

정부가 계속해서 '실거주 1주택 정책'을 내세워 서울의 무주택자들, 서울의 가난한 자들, 서울의 임차인을 괴롭히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정책 후퇴'를 두고 '무주택자 위한 갭투자 지원 정책'이란 평가들도 많았다.

■ '실거주' 정책은 임차인 죽이는 정책...정부, 뒤늦게 깨달은 것일까

정부가 '토허제 실거주' 정책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었던 중대한 이유는 쫓겨나는 임차인들의 불만과 전세난 때문이다.

정부 정책은 기본적으로 자가가 없는, 서울지역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기존 규제대로 매수자의 '즉시 실거주 의무'를 엄격히 적용하면, 집을 파는 과정에서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강제로 퇴거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전세 물량이 부족한 토지거래허가구역(서울 등) 내에서 대규모로 세입자가 튕겨나가면 전세 가격이 급등한다.

결국 정부는 임차인 주거 안정을 위해 유예 조치가 불가피했다.

토허제 둔 채 자기모순적 정책 펼쳤던 정부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조정대상지역 세제 혜택의 단계적 폐지 등을 통해 다주택자의 매물을 시장으로 유도하고자 했다.

하지만 정부가 의도한 대로의 공급은 이뤄질 리가 없었다.

일단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는 세입자가 있는 주택의 거래가 '매수자 즉시 입주 불가능' 조건 때문에 막힐 수밖에 없었다.

결국 토허제를 그대로 둔 채 이런 식으로 정책을 펴면 정책 간 병목 현상(거래 절벽)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주택 매물을 유도한다는 정책이지만, 정작 거래를 못 하게 하는 '자기모순적인 정책'이었다.

결국 이를 보완하기 위해 토허제 내 임대 주택의 실거주 의무 유예 기간을 2027년 말까지 1년 더 연장하고, 갱신 계약까지 유예 대상에 포함하도록 정책을 좀더 물린 것이다.

■ 민주당 실거주 정책, '과거의 자신들'을 부인한 정책인 이유

민주당 정부가 내세운 '실거주 위주 정책'은 그들이 만든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 등)과 충돌했다.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통해 '더 살 수 있게' 만들었지만, 실거주 1주택 정책에 따른 매수자의 입주 의무가 현장에서 격렬하게 충돌했다.

사실 '임대차 2년+2년'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제도였다.

이 법안으로 기존 임차인들이 더 싸게 거주할 수 있었지만, 신규로 전세를 얻으려는 사람들의 속을 태웠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임차료가 급등한 바 있다. 임차 물건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물건을 찾는' 사람의 속이 타면 가격은 급등하는 게 순리다.

하지만 정부는 자신들이 만든 법과 상충되는 제도를 만들어 임차인들의 삶을 더욱 흔들었다.

주택시장에선 현실적으로 기존 '임대차 계약 잔여 기간과 갱신 요구'를 무시하고 거래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반발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법적 분쟁도 대폭 증가했다.

정부가 제도를 통해 '매수인-매도인-임대인-임차인'의 싸움을 부추겼다고 봐야 한다.

■ 법의 충돌

사실 부동산 시장을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정부가 보완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이 많았다.

정부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서울의 가난한 자들'을 적(敵)으로 삼아 답이 없는 정책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과 관련해 부동산과 관련한 두 법안이 충돌했다.

행정법(부동산거래신고법)과 민사법(주택임대차보호법)이 완전히 정반대의 의무를 강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거래신고법의 토지거래허가제는 매수인이 허가 후 4개월 이내에 입주해 2년간 의무적으로 실거주해야 한다.

위반 시 이행강제금(토지가액의 최대 10%) 부과나 형사처벌(2년 이하 징역 또는 30% 이하 벌금) 위험에 처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임차인 갱신청구권에선 세입자가 1회(2년)에 한해 계약 갱신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집주인은 본인이 직접 실거주할 때만 이를 거절할 수 있다.

대법원은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 거절의 경우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미 소유권을 이전받은 실거주자'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즉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집을 산 매수인(아직 등기 전)은 세입자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법적 권리가 없다.

■ 민주당이 유발한 '집주인'과 '세입자'의 싸움

정부가 실거주를 강제하면서 소송이 늘어났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을 산 사람은 본인이 실거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세입자에게 퇴거를 요구한다.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주장하며 퇴거를 거부한다.

결국 매수인은 세입자를 상대로 건물명도 소송을 제기한다.

엉뚱한 정책을 편 정부는 문제 해결을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준조세를 걷는 길을 택한다.

매수인은 수개월~1년 이상 입주를 못 해 행정관청으로부터 실거주 의무 위반 조사를 받거나 이행강제금 부과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

주택 매매 관련 위약금이나 손해배상 관련 분쟁도 대폭 늘어났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매도인과 매수인은 '세입자가 퇴거하기로 했다'는 조건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한다.

그런데 세입자가 잔금 지급일을 앞두고 마음을 바꿔 갱신청구권을 행사해 퇴거를 거부한다.

매수인은 토지거래허가 조건을 충족할 수 없어 계약이 파기된다.

매도인과 매수인은 위약금 귀책사유를 두고 민사 소송을 건다.

또 집을 산 사람들이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걸기도 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지자체가 실거주 의무 기간 내 입주하지 않은 매수인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그러면 매수인은 '세입자가 안 나가서 못 들어간 것이다.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서 지자체를 상대로 이행강제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다.

사실 이런 소송은 정부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무시하고 실거주를 밀어붙였기 때문에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걱정하던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무시하면서 정책을 밀어붙여 결국 '매도인-매수인', '집주인-세입자'들이 싸울 수 있게 전쟁터를 조성한 것이다.

■ 돈 있는 무주택자 위한 '갭투자' 지원 정책

시장에선 정부의 실거주 유예 기간 연장 및 갱신계약 인정 조치를 두고 "사실상 갭투자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는 해석들도 나왔다.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게 되면서, 매수자는 주택 가격 전체가 아닌 '매매가-전세보증금'에 해당하는 전세 갭(Gap) 금액만 마련하면 집을 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당장 실거주할 여력이 없거나 기존 주택 상급지로 갈아타기를 원하는 무주택자나 실수요자들은 전세를 끼고 사두는 ‘선매수(갭투자)’ 수요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정책의 수요자는 '무주택 현금 보유자'다.

다주택자나 법인의 투기성 갭투자는 차단되며, 무주택 실수요자만 이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세를 끼고 산 뒤 계속 전세를 돌리는 전형적인 '시세차익형 장기 갭투자'는 불가하다.

서울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이번 정책은 멍청한 정부의 일하는 방식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며 "정부가 유주택자의 투기적 갭투자를 막았다고 하겠지만, 무주택자에겐 갭 투자의 물꼬를 터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현장의 법적 분쟁과 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현실적 타협안을 내놓으면서 갭투자 용인이라는 부작용을 감수한 것"이라며 "스스로를 부인해 버린 정책"이라고 했다.

■ 무능한 공무원들이 열심히 하면 국민만 고생

정부가 토허제 지역에서 4개월 내 실거주를 고집하면 세입자가 있는 매물은 거래 자체가 불법화된다.

아울러 세입자 권리와도 충돌한다.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인정해 주면서 신규 매수자에게 '네가 산 집에 들어가서 살라'고 할 방법도 없다.

결국 정부는 무주택 매수인의 실거주 유예 기간을 2027년 말까지 늘려줌으로써 현장의 명도 소송 및 민사 분쟁 급증에 대응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정부는 물러설 수밖에 없었지만, 정부의 조치는 '임시방편'으로 보인다.

정부는 시행령이나 행정 지침을 통해 '2027년 말까지 유예해 주겠다'고 숨통을 터준 것일 뿐 두 상위 법률이 부딪히는 구조 자체를 바꾸지 못했다.

유예 기간이 종료되는 2027년 12월 31일 이후에는 똑같은 갈등과 소송 대란이 재발할 수 있다. 문제 발생만 1~2년 뒤로 미룬 채 시한폭탄을 제거하지 않은 것이다.

불확실성은 계속된다.

일부에선 내 집을 사고도 2027년 말까지 남의 집에 거주하거나 전월세를 전전해야 한다. 또 유예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세입자가 순순히 나갈지도 장담할 수 없어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을 수도 있다.

임차인은 유예 기간 덕분에 당장의 퇴거 위기는 면했지만, 2027년 말이라는 '퇴거 시한'이 정해진 셈이어서 장기적인 주거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한다.

정부 정책이 이런 식이다 보니 이미 정책의 신뢰는 바닥을 기고 있다.

정책이 시장의 실제 상황에 밀려 5월 발표 후 몇 달 만에 후퇴하는 식이면, 대체 어떤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겠는가.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가 규제하더라도 일단 버티면 정부가 또 유예해 줄 수밖에 없다"는 판단하에 '이상한' 액션을 취할 수도 있다.

정부 정책이란 건 기본적으로 국민 신뢰에 바탕하면서 예측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임시 처방'은 기한 만료가 다가올 때마다 연장을 요구하는 등 사회적 갈등을 부를 수밖에 없다.

사실 주택시장에다 대고 '토지거래허가'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정책이었다. 집값 안정 효과는 없고 국민들의 세상살이만 피곤하게 만드는 정책이었다.

아울러 전세2년이라는 기본 틀을 왜곡해버린 계약갱신청구권 제도도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이 제도는 문재인 정부 후반부 전셋값, 매매가 폭등의 주범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주택 규제에 중독돼 버렸다.

이미 너무 먼 길을 와 버렸다. 무능한 자들이 열심히 일을 하면 국민이 고생을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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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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