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9-09 (수)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中 CPI보다 더 뛴 PPI…커지는 비용 압력·더딘 내수 회복

  • 입력 2026-09-09 14:02
  • 김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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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中 CPI보다 더 뛴 PPI…커지는 비용 압력·더딘 내수 회복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김경목 기자] 중국의 8월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나란히 상승폭을 확대하면서 장기간 이어졌던 디플레이션 우려가 한층 완화됐다.

다만 소비자물가 상승은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은 반면 생산자물가는 원자재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더 빠르게 뛰었다. 중국 내수의 본격적인 회복보다는 외부에서 유입된 비용 상승 압력이 물가를 끌어올린 측면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기업들의 생산비용 상승이 최종 소비자가격으로 충분히 전가되지 못하는 'PPI-CPI 격차'가 중국 경제의 새로운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9일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0.8%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7월 0.5%보다 상승폭이 0.3%포인트 확대됐다. 전월 대비로도 0.4% 올라 7월의 0.1% 하락에서 상승으로 돌아섰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1.0% 올라 7월 0.9%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CPI 반등 이끈 에너지…내수 회복 신호로 보기엔 한계

8월 CPI의 반등을 이끈 핵심은 에너지였다.

에너지 가격 상승률은 7월 0.6%에서 8월 4.1%로 확대돼 전체 CPI 상승률을 약 0.28%포인트 끌어올렸다. 휘발유 가격은 전년 대비 9.3% 뛰었다.

에너지를 제외한 공업 소비재 가격도 1.8% 상승했다. 금 장신구 가격이 33.6% 급등했고 태블릿PC와 컴퓨터, 휴대전화 가격은 각각 21.5%, 19.6%, 11.0% 올랐다.

반면 중국 가계의 수요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식품 가격은 전년 대비 1.4% 하락했다. 돼지고기가 11.8% 떨어졌고 신선채소와 과일, 곡물, 식용유, 수산물, 유제품 가격도 0.5~2.8% 하락했다.

서비스 가격은 0.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여름 휴가철에도 서비스 물가 상승세가 예년보다 강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CPI가 7월보다 반등했다는 사실만으로 중국 내수 회복이 본격화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중국 부동산시장 침체와 높은 가계 저축, 고용시장 부진 등이 소비를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7월 중국 도시지역 청년실업률은 17.9%까지 올라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PPI 3.8%로 상승폭 확대…원유·금속에 AI 수요까지

기업들의 비용 환경을 보여주는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했다.

8월 PPI는 전년 동월보다 3.8% 올라 7월의 3.5%보다 상승폭을 0.3%포인트 확대했다. 전월 대비로도 0.4% 상승해 7월 0.7% 하락에서 반등했다.

중국 PPI는 2022년 10월 이후 3년 넘게 마이너스 흐름을 지속하다 올해 3월 0.5% 상승하면서 41개월 연속 하락세에서 벗어났다. 이후 2~4%대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8월에는 생산재 가격이 5.0% 상승했다. 이 가운데 채굴업 가격은 17.8%, 원자재 산업은 6.7%, 가공산업은 3.1% 각각 올랐다. 반면 생활재 가격은 0.5% 하락했다.

업종별 차이는 더욱 컸다. 석탄 채굴·세척업 가격이 26.6% 급등했고 비철금속 제련·압연업도 20.8% 올랐다. 석유·천연가스 채굴업은 10.5%, 석유·석탄 및 기타 연료가공업은 11.1%, 화학원료·화학제품 제조업은 9.1% 상승했다.

전기기계·장비 제조업과 컴퓨터·통신·전자장비 제조업 가격도 각각 5.9%, 5.3% 올랐다. 이들 7개 업종은 전체 PPI 상승률을 약 4.24%포인트 끌어올렸다.

중국 물가에도 AI 효과…반도체 부족→전자제품 가격 상승

이번 중국 물가지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인공지능(AI)과 첨단산업 수요가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국가통계국은 산업구조 전환과 고도화 과정에서 일부 산업의 수요가 증가한 점을 PPI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전자회로 제조가격은 전월보다 3.5%, 가상현실(VR) 장비 제조가격은 1.9%, 서비스용 로봇 제조가격은 0.3%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연산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데이터저장장치 가격이 전월 대비 각각 2.3%, 2.1%, 2.1% 올랐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전자제품 가격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중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기존 원유·석탄·금속 등 전통적인 원자재 영역뿐 아니라 AI와 반도체, 전자장비 등 첨단산업으로 일부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CPI 0.8% vs PPI 3.8%…기업 비용전가 어려워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中 CPI보다 더 뛴 PPI…커지는 비용 압력·더딘 내수 회복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경제 입장에서 보다 주목할 부분은 CPI와 PPI 사이의 격차다.

8월 CPI 상승률은 0.8%에 그친 반면 PPI 상승률은 3.8%에 달했다. 생산단계의 가격이 소비단계보다 3%포인트 빠르게 상승한 셈이다.

특히 생산재 가격이 5.0% 오른 반면 생활재 가격은 오히려 0.5% 하락했다는 점은 원자재와 중간재 단계에서 발생한 비용 상승이 최종 소비재 가격으로 원활하게 전가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유·금속·반도체 등 원재료와 부품 가격은 오르지만 소비 부진 때문에 판매가격을 그만큼 올리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기업의 마진 축소로 이어지고 투자와 고용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해외 분석에서도 8월 생산자물가 상승이 에너지 관련 업종에 집중된 반면 소비재 가격은 계속 하락해 중국의 약한 수요와 일부 산업의 공급과잉 상황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내권' 억제 효과도 주목…디플레 탈출 다음 과제는 내수

중국 정부가 추진해온 이른바 '내권(內卷·과도한 출혈경쟁)' 억제 정책도 PPI 회복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기업들은 공급과잉 속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춰왔고 이는 장기간 PPI를 압박하는 요인이 됐다. 중국 당국은 철강과 태양광, 자동차, 배터리 등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과잉생산과 저가경쟁을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다만 8월 물가지표를 중국 경제의 본격적인 리플레이션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유가와 비철금속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외부 요인이 PPI 반등의 상당 부분을 설명하고 있고 CPI 역시 에너지 가격의 기여도가 컸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 물가의 다음 관전 포인트는 '가격이 오르느냐'에서 '수요가 살아나 가격이 오르느냐'로 이동할 전망이다.

부동산시장 침체와 고용 불안이 완화되고 가계 소비가 회복돼 기업들이 높아진 생산비용을 소비자가격으로 자연스럽게 전가할 수 있을지가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탈출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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