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골드만삭스 "중동정세 악화시 브렌트유, 120달러 갈 수도"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선박 공격에 따른 해상 운송 차질이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원유 재고마저 줄고 있어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단 스트루이벤 글로벌 상품조사 공동책임자는 최근 중동 정세와 관련해 선박에 대한 공격이 확대되고 강도가 높아질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트루이벤은 "최근 며칠간의 상황은 해상 운송 차질이 더 넓게 확산하고 심화할 위험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중동의 원유 수출과 해상 운송 상황에 따라 향후 국제유가 경로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선박 공격이 확대되고 운송 차질이 심화하는 시나리오에서는 브렌트유가 12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는 반면 중동지역 원유 수출이 정상화하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국제유가는 중동지역의 군사적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배럴당 100달러 선에 근접했다.
이날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8.06달러까지 상승해 지난 7월 말 이후 처음으로 98달러를 넘어섰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장중 93.29달러까지 올랐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해상 운송로를 둘러싼 공방으로 확대되면서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다시 높아졌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미 해군 전함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에 대응해 미군이 이란 유조선을 공격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시설까지 공격받으면서 중동의 에너지 공급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 외곽에서 이뤄지는 선박 간 원유 환적까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시장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최근 수개월 동안 해상 환적이 중동산 원유 공급을 유지하는 우회 통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원유 재고 감소도 유가 상승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에너지 애스펙츠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지역의 비축유는 전쟁 발발 이후 4억배럴 이상 감소했고 해상 유조선에 실린 원유 물량도 수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전쟁 초기 국제유가 급등을 억제했던 전략비축유 방출 여력이 이전보다 약해진 가운데 상품 펀드들도 최근 유가에 대한 전망을 강세 쪽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원유 구매 움직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전쟁 초기 유가 급등 당시 구매를 줄이고 비축유를 방출했던 중국이 최근 높은 가격에도 중동산 원유 구매에 다시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골드만삭스는 다만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를 경우 중국의 수입 감소가 원유시장의 가격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트루이벤은 지정학적 위험에 대응하는 투자 대상으로는 원유보다 천연가스와 디젤 등 정제유에 더욱 주목했다.
그는 천연가스와 정제유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급 충격이 원유보다 더 크다고 평가했다. 원유는 다른 산유국의 증산이나 수요 감소 등을 통해 공급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지만 천연가스와 정제유 시장에서는 이 같은 완충 장치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제유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이 이미 가격에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유 도매가격은 최근 원유보다 배럴당 100달러 이상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모건스탠리의 마틴 랫츠는 경유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원유 가격의 두 배 수준에서 거래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동지역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 차질에 더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까지 이어지면서 글로벌 정제유 공급 여건이 악화한 영향이다.
골드만삭스는 이에 따라 중동에서 선박 공격이 유조선뿐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선이나 정제유 운반선으로 확대될 경우 원유보다 천연가스와 디젤 등에서 더욱 큰 가격 충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는 지난 4월 말 배럴당 126달러 수준까지 치솟은 뒤 미국과 이란의 휴전 및 종전 기대가 확산하면서 7월 초 70달러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최근 양측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해상 운송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시장에서는 향후 유가 흐름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중동지역 원유 수송의 정상화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전망대로 중동 원유 수출이 정상화할 경우 브렌트유가 80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여지가 있지만 선박 공격과 운송 차질이 더욱 확대될 경우 120달러까지 상승할 위험이 다시 현실적인 시장 변수로 부상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