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9-12 (토)

김민규 한은 국제총괄팀장 "외환보유액 순위, 대외건전성 판단 지표로 한계"

  • 입력 2026-09-03 14:05
  • 김경목 기자
댓글
0
[뉴스콤 김경목 기자] 김민규 한국은행 국제국 국제총괄팀장은 외환보유액의 국가별 순위만으로 한 나라의 대외건전성이나 외부 충격 대응 능력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의 외환보유액 순위가 낮아진 데 따른 부정적인 평가를 피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월별 보도자료에서 순위표를 삭제했다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김민규 팀장은 3일 뉴스콤과의 통화에서 "외환보유액 순위는 국가별 경제 규모나 대외포지션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절대 규모만 비교하는 것"이라며 "순위 자체만으로 외환보유액이 외화유동성 경색이나 외부 충격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보유액의 적정성과 대외건전성을 평가하려면 단기외채와 순대외채권, 경상수지 등 다양한 지표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2008년 말 세계 6위에서 올해 6월 말 10위로 낮아졌지만 주요 대외건전성 지표는 당시보다 개선됐다고 했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2008년 말 72.4%에서 올해 6월 말 46.5%로 낮아졌고,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도 46.6%에서 24.4%로 하락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순대외채권 규모는 같은 기간 2.5%에서 19.5%로 높아졌다.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0.2%에서 14.1%로 확대됐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368bp에서 26bp로 크게 낮아졌다.

김 팀장은 "순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외환위기에 대응할 능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외환보유액 규모와 함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나 총외채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 순대외채권과 경상수지 등을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7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발생 가능한 광범위한 외부 충격에 대응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이 외환보유액 순위표를 현시점에 삭제하기로 한 데는 올해 들어 금 가격 등의 영향으로 국가별 순위 변동이 잦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김 팀장은 "일부 국가의 경우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금 가격이 상승하면 별도의 자산 매입이 없어도 외환보유액 평가액이 늘어날 수 있다"며 "각국의 외환시장 개입 기조 등에 따라서도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대외부문 여건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 이런 요인으로 순위가 오르내리고, 그 자체가 외환건전성이 좋아지거나 나빠진 것으로 해석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들어 금 가격 변동 등으로 외환보유액 순위가 자주 바뀌는 과정에서 대외부문 펀더멘털과 괴리된 해석이 빈번해졌다고 판단했다.

최근 한국의 외환보유액 순위가 하락했거나 향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고려해 순위표를 없앤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김 팀장은 "외환당국에 불리한 정보를 숨기기 위해 순위표를 삭제한 것은 아니다"라며 "각국 외환보유액 자료는 이미 공개돼 있고 통계 이용자가 IMF 데이터베이스나 각국 중앙은행 자료를 이용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7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세계 10위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는 순위표 삭제가 외환보유액 관련 정보 자체를 비공개로 전환한다는 의미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부분 국가의 외환보유액은 IMF의 국제준비자산 및 외화유동성(IRFCL) 통계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IMF에 집계되지 않거나 통계 보고가 늦는 일부 국가는 해당국 중앙은행 자료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김 팀장은 "한국은행 월별 보도자료에서 분석적 의미가 제한적인 단순 순위표를 제공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외환보유액의 적정성은 순위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규모와 대외채무 구조, 외화유동성 여건 등을 함께 놓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