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오랜만에 부동산 투기꾼들에게 '엑스(X) 경고'를 날렸다.
이 대통령은 일요일(30일) 자신의 X에 "내년 1분기 한은 금리 3.5% 예상, 이 부분을 유의해야 한다"고 적었다.
대통령은 또 "주택담보대출 연체와 경매물건이 많이 늘고 있다. 낙찰률도 관심 가져보라"고 적었다.
대통령은 이처럼 집값 하락 가능성을 경고한 뒤 공급엔 속도를 내겠다면서 부동산 투기꾼들과 각을 세웠다.
■ 대통령, '높아지는 금리' 상황에서 집 사면 위험하다?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꾼에 경고하기 위해 먼저 거론한 카드는 '금리'다.
올해 7월과 8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인상한 상태다. 이제 기준금리는 3%로 높아졌다.
한은의 '6개월 점도표'는 한은이 내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를 1차례 더 올려서 정책금리를 3.25%에 맞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통령도 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부동산 투기꾼을 위협하는 중이다.
대통령은 "금리 방향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미국의 금리 수준, 한미 금리 역전 현상, 그리고 금리 정상화를 가로막았던 저성장이 빠르게 해소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리 인상기를 맞이한 만큼 금리 인하 등에 기댄 뒤 빚을 내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실제 부동산 시장에선 '대통령의 3.5% 기준금리 위협'과 관련 높아진 대출금리를 걱정하는 모습도 보인다.
최근 금융채 5년물 금리 상승 여파 등으로 주택담보대출(5년 혼합, 고정형) 금리 하단이 4%대 후반까지 올라서고 상단은 7%를 넘어섰다는 우려들도 보였다.
주택담보대출 변동형(코픽스 기준)의 상단은 6%대 중반이다.
하지만 최근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상승 전망을 반영해 온 상황이며, 여기서 정책금리를 50bp 더 올리더라도 서울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또 향후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금리에 추가로 반영되더라도 시장금리가 급격히 올라가는 시대는 아니어서 금리의 부동산 위협이 대통령이 겁주는 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들도 보인다.
증권사의 A 팀장은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트윗은 심리전의 일환으로 본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속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의 금리 상승은 2022년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이 급격히 금리를 올려 한국도 따라 올리고 서울 부동산이 충격을 받았을 때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 지금 빚 내서 사면 경매에 넘어간다?
대통령은 "주택담보대출 연체율과 경매 매물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면서 "낙찰률에도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했다.
빚을 내서 집을 샀다가 버티지 못하고 경매로 넘어가는 물건이 급증하고 있으니, 지금 무리해서 집을 샀다간 집값 급락과 하락장의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로 해석된다.
경매 물건 증가는 시중에 '급매물'이나 '저가 매물'이 대량으로 공급되는 효과를 낸다.
즉 경매 매물 증가는 일반 매매시장의 매물 가격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하방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통령은 낙찰률(경매에 나온 물건 중 낙찰된 비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까지 거론했다.
낙찰률이 내려가는 것은 감정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나와도 집값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로 매수하려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경매 시장에서 유찰이 이어지면서 낙찰가가 떨어지면, 이는 일반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가 기준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아무튼 대통령의 메시지는 비교적 선명하다.
고금리에 대한 경고와 함께 경매를 거론하면서 영끌 매수를 제어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즉 고금리 상황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뒤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자산을 탕진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대통령의 이런 경고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중인' 서울 아파트 가격을 제어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서울 아파트는 여전히 강한 대기 수요와 신축 공급 부족으로 인해 경매 지표가 악화되더라도 크게 하락 압력을 받긴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실제론 경매로 넘어오는 물건 상당수가 비선호 지역이나 한계 차주의 '안 좋은' 물건일 수 밖에 없어 경매 때문에 서울 아파트 가격이 빠진다고 예상하기도 어렵다.
■ 정부가 공급으로 압박하니 조심하라?
이 대통령은 "정부는 금융·세제 개혁뿐 아니라 주택 공급량 확대와 공급 가속화를 위해 모든 국가 역량을 동원할 것"이라며 공급으로 집값 상승세를 누를 수 있다는 듯이 말했다.
대통령의 이 문장을 쪼개서 보면 일단 규제를 통한 가격 제어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즉 대통령은 대출 규제(LTV·DSR 등) 조정이나 부동산 관련 세제(재산세·종부세·양도세·취득세 등)를 통해 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
금융, 세제 규제와 함께 공급량 확대와 공급 속도 가속화를 자신했다.
정부는 최근 주택 인허가 절차 축소, 용적률 완화, 구청장 권한 위임 등 행정 절차를 파격적으로 개선해 '실제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일 것임을 시사했다.
즉 공급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비친 것이다.
하지만 많은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정부의 공급이 '입으로만 이뤄질 뿐'이라는 인색한 평가를 하곤 한다.
사실 민간에선 정비사업과 관련한 사업성을 맞추기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공사비 인상, 높은 금리, 조합원 갈등, 시공사 수주 외면 등 민간의 사업성이 악화돼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절차를 최대한 당긴다고 하더라도' 실제 큰 효과가 없을 것이란 예상들도 나오는 중이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서울 시내에 양질의 신축 아파트를 공급하는 일이 단기간에 일어날 것으로 보기 쉽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정부 공급정책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다.
그동안 각 정부가 정부 역량을 총동원해 공급을 늘린다고 발표했으나 실제 '입주' 성과는 크지 않았다. 문재인, 윤석열, 이재명 정부 모두 공급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 조롱 받았던 8·13 공급대책
사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공급 '능력'을 별로 평가해주지 않고 있다.
정부가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통해 '수도권 23만 가구+α 추가 공급 및 착공 속도 획기적 단축'을 골자로 한 공급·금융 종합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을 감동시키지 못했다.
수도권 신규 택지 10만 호를 포함해 23만 가구 이상을 추가로 발굴하고 공급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으나 많은 사람들은 당장 손에 잡히는 게 없다고 했다.
물론 눈에 띄는 조치들은 있었다.
우선 공공택지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택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68개월에서 37개월로 단축하겠다고 한 것은 상당한 변화다. 다만 실제 그렇게 단축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가계부채 총량 목표를 상향(1.5% → 3.0%)해 30조원 규모의 대출 여력을 확보하고, 조기 착공 사업장에 PF 대출이자 보조 및 개발부담금 면제 등 인센티브 제공키로 한 것도 주목을 끈 조치였다.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관련해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 상한을 완화(75% → 70%)하고 이주비 대출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한 것도 진일보한 조치였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수요와 정부가 원하는 공급이 따로 논다는 비판들도 이어지는 중이다.
정부가 '서울 공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공공 임대' 등으로 용도를 제약하는 데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8.13 공급 대책에서 나온 '서울 지역 공급'은 염창동 1천호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청년·신혼부부 대상 공공임대나 장기전세 위주로 추진된다.
제대로 된 공급도 없는 데다 정부가 원하는 공급은 '사람들이 의심의 눈으로 보는' 공공 임대 등을 통하는 것이다.
서울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 사람들이 원하는 공급은 자가 소유가 가능한 민간 브랜드의 대단지 신축"이라며 "하지만 이 정부는 공공 임대주택이 마치 모든 공급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중개사는 "이재명 대통령도, 정부 관료들도 부동산 생리를 전혀 모른다.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의 규제를 풀어 실질적인 민간 분양 물량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공공 주도, 그리고 서울 외곽 중심 공급 대책은 서울 신축 아파트의 희소 가치와 가격만 더 올려놓는다"고 했다.
그는 "물론 정비사업 과정에서 이주와 철거 후 아파트를 새로 지어 입주하기까지는 최소 4~6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전세난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늦추면 늦출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전세난이 우려된다고 사업 자체를 막아버리면 향후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 대통령, '뜬금없는' 집값 폭락에 대비
이 대통령은 X 글에서 집값 폭락에도 대비하고 있음을 알려 많은 사람을 갸웃하게 만들었다.
대통령은 "정부는 조기 대량 공급으로 인한 투기 수요 억제, 고금리로 인한 대출 연체 및 경매 급증 등으로 주택 가격이 폭락하는 경우에 대비해 일정 기준 이하 주택을 대량 매입해 공공주택을 유지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제 개혁, 부동산 개혁, 의료 개혁과 마찬가지로 기존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개혁은 기존 제도 하에서 기득권을 잃은 사람들의 불안, 고통, 저항 때문에 혁명보다 더 어렵다고들 한다"면서 "국민으로부터 개혁의 책임과 권한을 위임받고 개혁을 수행할 권력과 의무를 짊어진 이상, 개혁 과정에서의 고통과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많은 실질적인 개혁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무주택자들이 원하는 '서울 집값 급락'도 오기 어려운 데다 공공주택 마련을 위해 막대한 국가 재정을 쓰는 게 맞는 일인가 하는 비판도 많다.
국민 세금으로 사들인 주택이 대통령의 예상(?) 대로 급락하면 재정손실은 국민이 물어내야 한다.
앞의 서울 지역 공인중개사는 "대통령은 지금 '서울 전월세 삭제 정책'을 통해 그나마 서민이 살(buy) 수 있었던 중랑구 같은 곳의 아파트값도 폭등시켰다"면서 "집값 폭등 정책을 쓴 뒤 자신의 X엔 집값 폭락을 거론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취임 1년만에 서울 아파트가 두 자릿수로 폭등한 이유는 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모르면 가만 있으라 했건만, 자꾸 뭔가를 하려고 하니 집값이 더 자극을 받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