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 "반도체 호황, 소비로 확산…내년 성장률 최대 0.09%p 높일 수도"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성과급 증가를 통해 관련 지역의 소비를 끌어올리는 등 내수로 파급되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내년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지급 규모가 올해보다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비를 통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제고 효과가 최대 0.09%포인트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총괄팀 정희완 과장과 이재호 차장은 31일 공개한 '반도체 수혜지역의 소비는 어떻게 될까-지역 미시데이터로 살펴본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호황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IT 부문의 성과가 소비를 통해 내수 전반으로 확산되는 '소비경로'가 향후 우리 경제의 견조한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시군구별 카드 결제액 등 지역 미시데이터를 이용해 반도체 산업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지역의 소비가 실제 증가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반도체 종사자의 거주 비중이 높은 이천·화성·청주 등 '반도체 고(高)노출 지역'의 월별 소비는 지난해 1월 이후 성과급이 지급되면서 비노출 지역보다 최대 4%가량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반도체 수혜지역의 누적 소비 증가액은 약 1조1천억원으로 추산됐다. 현재까지의 소비 패턴이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올해 말에는 누적 소비 증가액이 약 1조7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2025~2026년 연평균 소비 증가액은 약 8천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민간소비 증가액 41조3천억원의 약 2%에 해당한다.
성과급 가운데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비율도 비교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세후 성과급 대비 소비 증가액으로 계산한 '소비파급률'은 지난해 27%에서 올해 21%로 다소 낮아졌다. 한은은 다만 기존 연구 결과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소비 증가는 이미 경제성장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반도체 호황이 없었을 경우와 비교해 소비 증가가 GDP 수준을 지난해 0.01%, 올해 0.03% 각각 높인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내년에는 소비를 통한 성장 효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지급 규모가 올해보다 약 5배 늘어날 예정인 점을 감안하면 소비파급률에 따라 내년 GDP 수준을 0.08~0.12% 높이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연간 성장률로 환산하면
2027년 경제성장률을 0.06~0.09%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다.


한은 "반도체 호황, 소비로 확산…내년 성장률 최대 0.09%p 높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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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반도체 호황의 내수 파급력이 얼마나 확대될지는 고용 증가 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지목됐다.
한은이 과거 조선·철강·자동차·화학 산업의 호황기를 분석한 결과 해당 산업의 임금총액 증가가 기존 근로자의 1인당 임금 상승보다 고용 확대를 통해 이뤄질수록 지역 소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더 컸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로 국내 기업들이 생산능력 확충을 앞당기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반도체 일자리가 전년 대비 5.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향후 소비 파급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됐다.
과거 2010년대 반도체 호황기에도 초기에는 임금 상승이 소득 증가를 주도했지만 시차를 두고 고용의 기여도가 확대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늘어난 소득이 소비와 자산시장 가운데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중요한 변수다.
한은 분석에서는 같은 SK하이닉스 성과급의 영향을 받더라도 청주시의 소비 반응이 이천시보다 크게 나타났다.
한은은 청주에서는 추가 소득이 주택시장보다 소비로 흘러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으로 판단했다. 반면 이천에서는 성과급 규모가 확대된 올해 초를 전후해 가구·가전과 부동산 중개서비스 등 주택 관련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
내년 1인당 성과급 지급 규모가 올해보다 커질 예정인 가운데 추가 소득이 자산시장보다 소비로 유입될수록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소비가 어떤 품목으로 확산되는지도 관건으로 꼽혔다.
현재까지 반도체 수혜지역의 소비 증가는 자동차와 백화점 등 고가 재량재에 상대적으로 집중됐다. 이들 품목은 수입 유발 효과 등이 있어 소비 증가가 다시 국내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소비→소득→소비'의 선순환 효과가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한은은 앞으로 소비 증가가 서비스 등 보다 다양한 품목으로 확산될 경우 부가가치와 고용 창출을 통해 반도체 호황의 효과가 더 폭넓은 가계로 파급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2010년대 초 울산지역의 자동차·화학 산업 호황기에는 임금 상승 이후 시차를 두고 서비스 소비가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종합적으로 반도체 산업 호황이 이미 국내 소비에 유의미한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 성과급 규모가 커지면서 소비경로를 통한 내수 파급효과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파급효과의 크기는 ▲반도체 호황이 얼마나 많은 고용 증가로 연결되는지 ▲추가 소득이 자산시장보다 소비로 얼마나 흘러가는지 ▲소비가 서비스 등 다양한 품목으로 얼마나 확산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반도체 산업의 성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려면 소재·부품·장비를 아우르는 국내 산업생태계를 강화해 다른 산업의 고용과 생산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늘어난 소득이 자산시장보다 소비와 실물경제로 원활하게 환류되는 여건을 조성하고, 소비가 부가가치와 고용 유발효과가 높은 서비스 부문 등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과 저소득층 등 취약 부문에 대한 지원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