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9-22 (화)

(상보) 신현송 "원화 대외충격 면역력 생겨…대미투자 환율 부담 제한적"

  • 입력 2026-08-31 06:00
  • 김경목 기자
댓글
0
(상보) 신현송 "원화 대외충격 면역력 생겨…대미투자 환율 부담 제한적"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김경목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원화의 대외 충격 대응력이 과거보다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미국에 매년 최대 2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외환보유액과 운용수익 등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에 부담을 줄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한미 금리차만을 기준으로 한국은행이 기계적으로 금리를 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총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을 계기로 한국 특파원단과 만나 최근 외환시장과 통화정책 여건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최근 한은의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원·달러 환율 하락을 거론하면서 한국 경제가 외부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다고 진단했다.

신 총재는 "환율도 어느 정도 잡고 어떤 종류의 쇼크가 와도 상당히 잘 준비된 상황"이라며 "이제 원화는 어느 정도 면역력이 생겼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달러인덱스가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원화가 강세를 나타낸 점을 근거로 들었다.

지난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72.5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7월 24일의 1,367.2원 이후 약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신 총재는 최근 환율 하락 배경으로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관련 자금 유입과 수출기업의 네고 물량 확대 등을 꼽았다.

그는 한국 경제에서 환율이 갖는 의미가 다른 선진국보다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신 총재는 "한국은 선진국이지만 외환위기 등의 트라우마로 환율이 갖는 의미가 막대하다"며 "단순히 교역조건을 보여주는 상대가격이라기보다 여러 지표를 아우르는 지표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특히 환율이 중요한 변수이고 통화제도의 신뢰를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이라며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가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미국에 연간 최대 2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지만 실제 투자 규모는 국내 외환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조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 총재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 합의한 것"이라며 "최대 200억달러를 투자하겠지만 우리 상황이 여의찮으면 그것보다 적게 하거나 안 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7월 기준 약 4천27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과 외환자산 운용수익 등을 감안하면 연간 최대 200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환율에 부담을 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 높은 평가를 내놨다.

신 총재는 워시 의장의 연설이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시장이 느꼈던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진단했다.

워시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과 연준의 2% 물가 목표,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금리의 역할을 명확히 연결했다는 설명이다.

신 총재는 "그간 갈증을 느꼈던 것을 많이 해소했다"며 "워시 의장이 큰 그림을 그리면서 시장에서 요구했던 요소들을 어느 정도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두고 "9월 FOMC에 대한 상당한 시사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워시 의장의 연설이 9월 금리 인상을 확정적으로 예고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신 총재는 시장이 연설을 소화하면서 "9월 회의가 중요해지겠구나"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시 의장 연설 이후 미 국채 금리의 움직임도 연준에 대한 시장 신뢰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했다.

정책금리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11.8bp 오른 4.348%까지 상승한 반면 30년물 금리는 제한적인 상승에 그쳤다.

신 총재는 "2년 금리는 많이 올랐고 장기금리는 많이 안 올랐다"며 장기금리 안정을 시장이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를 신뢰한 결과로 해석했다.

그는 워시 의장이 중앙은행의 과도한 시장 소통을 경계하는 데 대해서도 공감을 나타냈다.

중앙은행이 지속적으로 시장에 정보를 제공하면 시장 참가자들이 자체적인 경제 분석보다 중앙은행 발언에 의존하게 되고, 중앙은행이 다시 그 시장가격을 정책 판단에 활용하는 이른바 '거울의 방'(Hall of mirrors)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 총재는 "시장 기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계속 말만 하면 안 되고 항상 들어야 한다"며 시장을 관찰하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워시 의장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점도표와 관련해서는 한은이 최근 도입한 이른바 'K-점도표'를 당장 폐기하거나 수정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다"며 "도입 1년 후 금통위원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평가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앞으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더라도 한은이 한미 금리차만을 고려해 금리를 따라 올리지는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신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우리도 반드시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이 계속 금리를 올린다면 통화정책 수행 여건이 바뀌는 만큼 새롭게 판단하겠지만 기계적으로 금리차만 맞춰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안정 위험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택가격이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이고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데다 광의 유동성과 시장성 자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 불균형이 확대되기 전에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 총재는 "금융안정은 호미로 잡는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도 "가급적 호미로 막아야 하지만 필요하면 가래로라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잭슨홀 회의에서는 한은이 추진 중인 디지털화폐 실험 '프로젝트 한강'이 금융혁신과 지급결제 관련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

모바일화면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