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美, 이란 '경제적 고립' 작전 발표…"중국도 예외 아냐"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재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란과 그 조력자를 상대로 '경제적 고립' 작전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 정권이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선택지를 차단할 것"이라며 이란을 지탱하는 경제적 생명선을 끊어 국제 경제에서 고립시키겠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디지털 자산과 기술, 금, 항공, 해운 등 5개 분야를 중심으로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기관에 대한 2차 제재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란의 핵·미사일 기술 확보와 사이버 작전, 석유 수익 창출 등을 지원한 전 세계 약 60개 단체와 개인, 선박도 신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베선트 장관은 "재무부는 이란이 석유를 밀수하고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사용해온 모든 거점과 중개자, 네트워크를 파악했다"며 "이란 정권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모든 잠재적 수입원을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란을 대신해 자금 세탁을 지원하는 기관은 미국 달러화 금융시스템에서 배제될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이번 작전이 사실상 '누출 제로(zero leakage)'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무부는 이란 정부 소유 최대 은행인 뱅크 멜리(Bank Melli)에 대해서도 압박 수위를 높였다.
베선트 장관은 전 세계에 운영되고 있는 뱅크 멜리의 지점과 자회사들이 폐쇄돼야 한다며 이란과의 금융 거래를 지속하는 기관에는 달러 결제망 접근 차단 등의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미국이 이란의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곧바로 전면적인 2차 제재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베선트 장관은 각국 정부와 기업에 이란과의 거래를 중단할 수 있는 일정 기간의 '시정 기간'을 부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인내심은 무한하지 않다"고 경고하며 이번 주 중 이란과 거래하는 한 대형 금융기관에 추가 제재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각국 정상과 직접 통화하며 이란과 특정 거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선트 장관은 최근 이란과 모든 무역·금융 거래를 중단한 아랍에미리트(UAE)의 결정에 대해 "우연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제재의 실효성을 결정할 최대 변수가 중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으로, 이란이 수출하는 원유의 약 80~90%를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산 원유를 구매한 중국의 일부 독립 정유사와 소규모 기업을 제재하면서도 중국 대형 은행이나 금융기관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는 자제해왔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 은행과 기업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누구도 미국의 제재를 피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는 중국 역시 필요할 경우 2차 제재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전면적인 경제 충돌 가능성은 제재 집행 과정에서 부담 요인이다. 중국이 핵심광물 수출 제한 등으로 맞대응할 경우 미국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와 압박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추가 압박이 예고된 가운데 이란 경제의 불안도 심화되고 있다.
이란 리알화는 이날 비공식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202만리알 수준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란 중앙은행의 공식 환율은 달러당 약 150만리알이지만 실제 거래에서는 시장 환율이 주로 적용된다.
전쟁 장기화와 미국의 해상 봉쇄 등의 영향으로 이란의 물가 부담도 크게 확대됐다. 전쟁 이후 쌀 가격은 약 60%, 소고기 가격은 150% 이상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란 국내총생산(GDP)이 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란의 핵심 외화 수입원인 원유 수출 역시 크게 위축됐다.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이란의 원유 수출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란은 미국의 경제 압박에 강하게 반발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어떠한 행동도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우리의 손은 묶여 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관계자도 미국의 경제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의 행위를 사실상 전쟁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압박 수위도 높이고 있다. 이란 측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 통항 규정을 위반했다며 유조선 등 45척을 블랙리스트에 올렸으며 이들 선박과 해상 환적을 하는 선박에도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 압박에서 경제적 압박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향후 제재의 실효성은 중국 등 주요 교역국에 대한 2차 제재 집행 강도에 좌우될 전망이다.
중국 대형 금융기관이나 원유 수입업체까지 제재 범위가 확대될 경우 이란 경제에는 추가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중국과의 갈등 심화와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를 통해 국제유가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