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8-24 (월)

(상보) 빅테크 채권폭탄, 美국채금리 높여...5대 하이퍼스케일러, 올 발행액 2천억弗 돌파

  • 입력 2026-08-24 07:53
  • 김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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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김경목 기자]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경쟁에 나선 미국 빅테크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미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새로운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투자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면서 과거 자체 현금으로 설비투자를 충당하던 하이퍼스케일러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국채와 투자자 자금을 놓고 경쟁하면서 장기금리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 미국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올해 회사채 발행 규모는 2천억달러를 넘어섰다.

NYT가 집계한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 오라클 등 4개사의 발행액만 지난달 7일까지 약 1천94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이들 기업이 지난해 한 해 발행한 약 1천80억달러보다 79% 많은 수준이다.

5대 하이퍼스케일러 가운데 최근 1년간 회사채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은 기업은 MS뿐이다.

과거 이들 빅테크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등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대부분 영업현금흐름과 보유 현금으로 충당했다.

하지만 생성형 AI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설비, 네트워크 등에 투입되는 자금이 급증하자 회사채를 통한 외부 조달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이들 하이퍼스케일러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2020~2024년 연평균 30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해에는 1천억달러를 넘어섰고 올해는 이미 2천억달러를 돌파했다.

골드만삭스는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회사채 발행액이 올해 약 2천500억달러, 2027년에는 4천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하이퍼스케일러뿐 아니라 반도체 기업과 데이터센터 개발사, 전력회사 등을 포함한 AI 관련 회사채 발행이 향후 더욱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뱅가드가 인용한 전망에 따르면 AI 관련 회사채 발행액은 올해 3천억~5천7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연간 자본지출은 올해 약 8천억달러에 접근하고 2027~2030년에는 매년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루카스 베인스 뱅가드 수석 투자전략가는 "지난 10년 대부분의 기간 대형 기술기업들은 영업현금흐름으로 투자비를 조달했다"며 "그 시대가 끝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빅테크들의 차입 확대가 회사채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국채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면서 제한된 투자자 자금을 놓고 경쟁하게 되고, 투자자들이 채권을 소화하기 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면서 전반적인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누빈 자산운용의 토니 로드리게스 채권 전략가는 "채권 발행자가 정부건 하이퍼스케일러건 일반 기업이건 차입자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라며 "채권 금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회사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증가가 올해 미 10년물 국채금리를 약 30bp 끌어올린 것으로 추산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빅테크 회사채와 미 국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알파벳이 최근 발행한 30년 만기 회사채의 금리는 약 6.4%로 비슷한 만기의 미 국채보다 약 115bp 높았다. 메타의 데이터센터 연계 채권은 7.5% 이상의 수익률을 제시하기도 했다.

회사채의 가산금리도 확대되고 있다. 알파벳이 지난 4월 발행한 10년물 회사채의 가산금리는 같은 만기 미 국채보다 63bp 높았지만 이달 다시 발행한 10년물에서는 85bp로 확대됐다. 아마존의 10년물 가산금리 역시 지난해 11월 55bp에서 올해 7월 80bp로 상승했다.

5대 기업 가운데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오라클은 지난해 9월 10년물을 미 국채보다 105bp 높은 금리로 발행했지만 올해 2월에는 가산금리가 145bp까지 확대됐다.

맷 이건 루미스세일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빅테크의 조달금리가 오르는 것이 기업의 부도 위험 때문이라기보다 시장이 급증한 채권 공급을 소화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이 채무불이행에 빠질 위험은 없다"며 앞으로 더 높은 수익률의 채권이 계속 발행될 경우 기존 채권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채권을 떠안게 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투자등급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국채 비중은 낮아진 반면 회사채 평균 비중은 약 30%까지 올라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AI 투자가 국채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경로는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이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네트워크 등에 막대한 투자가 집중되면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효과가 나타나지만 동시에 노동력과 전력, 원자재 등의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되면 국채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더해질 수 있다.

미 장기 국채금리는 최근 20년 가까이 보지 못했던 수준까지 상승했다.

3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18일 장중 5.34%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 재무부가 19일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확대한다고 발표하면서 금리가 일시 급락했지만 이후 다시 반등했다.

재무부는 장기물 유동성 지원용 바이백의 회당 규모를 기존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빅테크 회사채만으로 최근의 장기금리 상승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구조적인 재정적자 확대와 대규모 국채 발행,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동시에 장기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맷 킹 사토리인사이트 설립자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차입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추가 자본지출은 더 이상 공짜가 아니다"라며 "실질 장기금리가 상승하면서 나머지 경제 부문의 비용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AI 투자 확대가 빅테크의 조달비용뿐 아니라 미국 정부와 기업, 가계 전반의 차입비용을 높이는 구조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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