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미 30년물 수익률 5.3% 돌파, 19년 만에 최고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미국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5.3%를 돌파하며 2007년 이후 약 19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대규모 재정적자에 따른 국채 공급 부담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회사채 발행 증가,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장기채 매도세를 부추겼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장보다 약 5bp(1bp=0.01%포인트) 상승한 5.31%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5.317%까지 오르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30년물 수익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였던 2007년 6월 기록한 5.44% 수준에 근접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전장 4.695% 수준에서 약 3bp 오른 4.72%대로 상승했다. 경기 둔화 신호에도 장기물을 중심으로 금리 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장기채 약세는 국채 입찰에서도 확인됐다. 미 재무부가 지난 13일 실시한 250억달러 규모의 30년물 국채 입찰에서 낙찰금리는 5.216%를 기록했다. 30년물 입찰금리로는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루 앞서 실시된 10년물 입찰에서도 낙찰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장기 국채 수익률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는 미국의 재정적자와 이에 따른 국채 공급 확대가 꼽힌다.
미국 연방정부의 연간 재정적자가 약 2조달러에 이르는 가운데 이를 충당하기 위한 대규모 국채 발행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이 장기물을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투자 붐도 장기 채권시장에 공급 부담을 더하고 있다. 빅테크와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을 확대하면서 장기 투자자금을 놓고 미 국채와 회사채가 경쟁하는 양상이다.
반면 장기 국채를 꾸준히 매수해왔던 전통적인 투자자들의 수요는 약화하면서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슐 프라단 바클레이스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장기물 매도세에 맞서지 말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면서 장기채에 긍정적으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재정 상황 개선과 AI 관련 채권 발행 둔화, 미 재무부의 국채 발행 전략 변화, 지속적인 경기 둔화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최근 미국 경기지표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금리 상승세는 더욱 눈에 띈다.
미국의 7월 고용지표가 부진한 데다 소매판매도 감소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는 다소 약해졌다. 통상 경기 둔화는 국채 수익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하지만 시장은 단기적인 경기 둔화보다 미국의 재정과 물가, 장기 국채 공급에 따른 위험을 더 크게 반영하는 모습이다.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하는 등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점도 장기금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수익률곡선도 가팔라지고 있다. 경기 둔화로 단기물 금리의 상승 압력은 제한되는 반면 장기물에는 재정과 인플레이션, 공급 부담이 집중되면서 2년물과 30년물 수익률 격차는 약 114bp까지 확대됐다.
미국 장기금리 상승은 트럼프 행정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국채 수익률까지 오르면서 정부의 이자비용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민간의 차입비용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에도 장기물 수익률이 19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미 채권시장의 관심은 연준의 단기 정책금리 경로보다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장기채 공급 부담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