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유상대 한은 부총재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유상대 한은 부총재, 오랜 한은맨의 퇴임 메시지는 '물가안정'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11일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강해지고 물가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유 부총재는 다만 "추가 금리 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향후 경제지표를 확인하면서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총재는 이번 금리인상기의 특징으로 이번 금리 인상기의 특징으로는 과거와 달리 강한 대외 부문과 명목소득 증가를 꼽았다.
유 부총재는 "교역조건 개선에 힘입어 전례 없는 명목 GDP 확대와 경상수지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올해 1~6월 경상수지는 1,910억달러로 지난해 연간 1,231억달러의 1.6배 수준에 달했다. 1분기 명목 GDP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7.1%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 부총재의 낙관적 경기관, 우려스러운 물가관...고물가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
부총재는 소득 증가세가 앞으로 내수에도 파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 수출가격 상승이 교역조건 개선을 주도했던 시기에는 수입가격이 주도한 경우보다 소비가 유의하게 증가했고 투자도 초기부터 빠르게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상당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유 부총재는 중동사태로 높아진 비용 압력의 파급과 경기 개선에 따른 수요 측 압력이 맞물리면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부총재는 "헤드라인 물가 상승폭 자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보다 작을 수 있지만 높은 물가가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번 금리 인상기의 물가 상승은 공급과 수요 양쪽에서 압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선제적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공급 측에서는 국제유가 상승의 직접적인 효과뿐 아니라 가치사슬을 통한 간접적인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수요 측에서는 이례적인 반도체 경기 호조가 임금과 내수로 파급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고물가 시기의 경험을 들어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을 장기간 웃도는 상황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부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을 오래 상회할수록 기대인플레이션과 임금 상승 등을 통한 파급 경로가 강화될 수 있다"면서 "물가 목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기초적인 물가 둔화가 더디고 생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 오랜 한은맨, '물가안정' 메시지 전하며 퇴임 준비
유 부총재의 메시지를 단순히 '퇴임을 앞둔 1명의 금통위원' 차원에서 볼 수 없다.
한은 부총재가 실질적으로 한은 집행부의 의견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한은 집행부를 대표하는 부총재는 금통위 내에서 매파적인 쪽이었다.
유 부총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 부총재는 지난 5월 금통위 당시 장용성 위원과 함께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후 다음 번 회의인 전달(7월)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됐다.
2024년 10월 한은이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한 뒤 11월 연속 인하에 나설 때는 장용성 위원과 함께 동결 소수의견을 내기도 했다.
2024~2025년 금리인하 사이클에서 기준금리는 2025년 5월까지 4차례 인하됐다.
이후 2026년 7월부터 한국은 금리인상 사이클에 돌입한 상태다.
한은이 2024년 인하 사이클을 '연속 인하'로 시작한 가운데 2026년 인상 사이클을 '연속 인상'으로 시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시장, 부총재 '물가안정' 강조가 연속 인상으로 이어질지 주목
이날 유 부총재가 금리인상 '시기'와 관련해 8월이라고 못 박지는 않았지만, 물가 안정을 강조한 상태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부총재가 물가안정을 강조했다는 점에선 8월 금리인상에 무게를 실을 수 있으나, 딱히 8월이라고 못박지는 않았다"면서 "8월에 할 수도 있고, 건너 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딜러는 "부총재가 딱히 8월 인상을 주장하진 않았지만 이 정도로 물가를 강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8월 연속 인상에 무게를 실어줄 만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8월에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최종금리가 특정 수준을 넘지 않는다면 시장이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도 보였다.
또 다른 딜러는 "한은의 8월 금리인상 여부 만큼 최종금리가 3.5%를 넘어설 수 있느냐고 중요하다"면서 "3.5%를 최종 기준금리로 본다면 연속 금리 인상이 채권시장에 미치는 충격파는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상대 부총재는 1986년 2월 한국은행에 입행해 2021년 5월 부총재보 역임 후 퇴임했다.
이후 2021년 7월부터 2023년 8월까지 한국주택금융공사 부사장을 지냈다. 그런 뒤 2023년 8월 21일 한국은행으로 복귀(부총재 겸 금통위원)했다.
유 부총재는 이달 20일 퇴임하기 때문에 8월 금리결정회의(27일)엔 참석하지 못한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