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황희 의원 페이스북

(장태민 칼럼) 도시공학 박사의 '폐버스 주택' 아이디어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주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독특한 주택정책'이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황희 양천구갑 의원은 폐버스를 활용한 청년 주택, 즉 버스 하우스 아이디어를 제시하면서 부족한 청년 주택을 보충하자고 했다.
황 의원은 서울 내 대표적인 중산층 거주지인 목동 아파트 단지를 지역구로 하는 의원이다.
하지만 젊은층들과 대부분의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황희 의원의 아이디어를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 도시공학자 황희의 진지했던 '폐버스 주택' 제안
황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폐기 처분되는 버스를 대당 약 5천만원을 들여 임시 주거 공간(버스 하우스)으로 리모델링해 청년들에게 제공하자"는 의견을 냈다.
현재 주택 공급 속도가 나지 않고 공급 병목이 심화된 상황에서 민주당 내 도시설계 전문가가 나선 것이다.
황 의원은 고시원 등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에게 저렴한 임시 거처를 마련해 줄 수 있다면 이런 독특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황 의원은 국회 상임위 국토위원회 소속 3선 의원이다.
그는 특히 주택 공급과 도시 재생 정책 등을 다루는 도시공학 분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모두 취득한 전문가였다. 문재인 정부 때는 도시재생특별위원회 부위원장(2019~2020년)을 지냈다.
일부 사람들은 황 의원이 도시공학 박사라는 장기를 살려 너무 '신박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칭송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대부분은 비난을 퍼부었다.
도시공학 박사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이 내놓은 대안이 이런 수준이냐면서 흥분하는 사람도 있었다.
황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친문(친문재인)의 핵심 중 한명으로 꼽혔던 사람이다. 문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했다.
■ 감정적 대응 내려놓고 폐버스 주택 장점 따져보자
일각에선 국내 유일의 도시공학 박사 국회의원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예컨대 황희 의원이 주장한 폐버스 주택의 장점도 있는 것이다. 냉정하게 장점도 따져보자.
폐버스 주택은 무엇보다 주택 공급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 일반적인 청년 임대주택은 부지 선정, 인허가, 설계, 건축까지 수년이 걸린다. 하지만 버스 하우스는 기존의 차체를 개조하므로 단 몇 달 만에 공급할 수 있다.
비용도 줄어든다. 황희 의원의 말대로 5천만원 정도의 리모델링 비용만 들이면 주거공간을 뚝딱 만들 수 있다. 막대한 건축비가 들어가는 공공임대주택보다 재정 부담이 훨씬 줄어드는 것이다.
자투리 땅이나 공터, 유휴 부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공간 활용의 유연성'이라는 장점도 있다. 대학가 주변에 건물을 짓기 힘든 공간을 '폐버스 주택'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주택의 이동성이라는 '다른 주택이 갖지 못한' 장점도 누릴 수 있다. 예컨대 폐버스 주택과 관련한 청년 주거 수요가 줄어들거나 부지 계약이 끝나면 차량을 다른 유휴 부지로 이동시켜 재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정책은 상당수 민주당 지지자들이 원하는 '친환경 정책'이기도 하다. 폐차되는 버스 자원을 주거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환경 친화적 업사이클링(Upcycling) 모델이 탄생하는 것이다.
황 의원은 도시공학 박사인 만큼 이 아이디어를 '네덜란드 사례'에서 얻었다는 점을 거론했다.
네덜란드의 선박 개조 주택(보트 하우스) 사례를 거론하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했다.
그는 "청년들이 고시원이나 지하방같은 열악한 환경에 머무는 것보다 기동성 있고 저렴한 독립 공간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차원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고 했다.
■ 도시공학 박사의 아이디어 '기각'...코스타리카를 욕보이지 마라
하지만 한국 국회의원 중 유일한 도시공학 박사의 아이디어는 한국 사람들 사이에 기각당하고 말았다.
민주당조차 자당 도시공학 박사의 아이디어에 대해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긋고 말았다.
도시공학과 관련해 박사, 석사는커녕 학사 학위도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황 의원을 질타했다.
예컨대 한국의 덥고 습한 여름, 춥고 건조한 겨울을 감안할 때 버스 주택이 가능하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여기에 단열·수도·오폐수 등 도시공학자라면 신경써야 할 문제는 제대로 검토했느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부동산중개인들은 서울 대학가 근처 땅값이 결코 싸지 않기 때문에 폐버스를 쓴다고 하더라도 청년 주거비가 획기적으로 낮아지지 않는다고 비아냥거렸다.
또 황희 의원이 네덜란드 사례를 참고한 아이디어라고 했지만, 실제론 코스타리카 사례를 참고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보였다.
선진국 네덜란드가 아니라, 후진국(?) 코스타리카의 사례를 가져와 한국에서 실험을 하려고 한다는 비난하는 사람들마저 있었던 것이다.
이런 비난은 그러나 코스타리카가 들으면 매우 섭섭할 말씀이다.
코스타리카는 지속 가능한 건축(Sustainable Architecture) 이슈와 관련해 세계적인 메카로 꼽히는 곳이다.
코스타리카는 폐기한 스쿨버스를 고급 객실이나 청년 예술가들의 임시 레지던스 주택으로 개조해 운영하고 있다.
■ 그러나...모두가 황희의 아이디어를 좋아하지 않았다
한국 청년들과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여당 도시공학 박사의 아이디어를 좋아하지 않았다.
코스타리카의 폐버스 주택은 자연 속 휴양이나 이색 체험을 위한 공간이다. 또 자발적인 미니멀 라이프를 위한 것이며, 친환경에도 여러가지로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정부가 잘못된 주택정책을 통해 임대료를 대폭 올리더니, 청년들에게 도로 위 난민이 되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황 의원이 한국 청년들의 현실적인 주거 눈높이를 전혀 모른 채 '탁상공론식 해법'을 내놓았다고 질타를 받았다.
특히 일부 청년들은 "황희 의원이 정작 본인 자녀에게는 수천만원짜리 초호화 교육을 시키더니, 가난한 청년들에겐 버스에 들어가 살라고 한다"면서 분노하기도 했다.
정부와 민주당이 제대로된 주택 공급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국회 국토위 상임위에서 일하는 최고의 도시공학 전문가가 '폐버스 아이디어'를 냈다.
하지만 사람들은 황희 의원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국회의원 사무실부터 폐버스로 옮기길 바란다는 염원을 표출했다.
황 의원의 사려 깊은(!) 아이디어는 안타깝게도 '서울 지역 가난한 청년과 무주택자를 향한 조롱'으로 치부되고 말았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