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8-10 (월)

(장태민 칼럼) 덜 똘똘한 한 채 띄우기

  • 입력 2026-08-07 15:3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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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서울 마포갑이 지역구인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을 듣고 10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조 의원이 '마포 안 똘똘한 한 채'를 35억원 이하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조 의원은 "저의 지역구 마포 부동산 사장님들 휴대전화에 불이 났다고 한다"면서 "초고가 집을 피해서 35억원 미만 덜 똘똘한 한채를 묻지도 않고 계약하는 일들이 지금 며칠 동안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 의원은 35억원 미만 마포 아파트를 '덜 똘똘한 한채'로 표현하면서 지역 공인중개사들로부터 들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 난리를 왜 만든 것인가"고 했다.

이번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부동산 시장을 크게 자극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한 것이다.

■ 10년만 해도 마포는 서울 촌동네였다?

조정훈 의원의 말을 듣는 순간 10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필자는 박근혜 정부(2013년 2월~2017년 3월) 말기 여의도 증권가의 펀드매니저들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당시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서울 촌동네인 마포 아파트가 무슨 놈의 6억원 돌파입니까, 말이 된다고 보시나요?"

우리는 불과 10년 전에 이런 식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여의도에서 증권을 사고 파는 소위 잘난 펀드매니저들이 '서울 시골 동네 마포의 아파트 6억원은 너무 비싸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기간 서울 아파트값이 2배, 3배로 뛰었으며, 최근엔 더 뛰었다.

마포에 사는 사람들이 화를 낼지 모르겠지만, 10년 사이 마포는 일부 증권가 올드 보이들이 부르던 '촌동네'에서 강남3구와 함께 대표적인 서울 상급지가 됐다.

서울 아파트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가운데 마포도 꽤 오래 전 마용성의 한축을 차지했다.

서울 25개구 중 1급지(최상급지)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이어 마용성(용산·마포·성동)은 1.5급지~2급지(상급지)로 꼽힌다.

마포에선 최근 마포자이힐스테이트라첼스가 30억원 넘게 거래되기도 했으며, 마포 프레스티지자이 1단지는 30억원에 바짝 붙어 거래되기도 했다.

마래푸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도 25억원 넘는 거래가격을 보여줬다.

그런데 조정훈 의원은 지역구 공인중개사들의 말을 빌어 며칠 사이 마포의 '35억 미만의 덜 똘똘한 한채'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고 했다.

이번주 월요일(3일) 저녁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뒤 며칠 사이에 정책 효과가 나타난 것일까?

■ 당정 "8.3 부동산 세제개편, 민생안정을 위한 조세 정상화"

이번주 3일 세제 개편안이 나온 뒤 정부와 여당은 정교한 정책을 자화자찬하면서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했다.

정부가 3일 저녁 세제개편안을 내놓은 뒤 여당의 고위층들은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띄웠다.

한병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4일 "부동산 세제개편은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는 보호하고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에 과도하게 집중된 혜택은 주택가액과 실제 거주 여부에 맞게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정책"이라고 칭송했다.

한 대행은 세제개편이 민생안정을 위한 조세 정상화라고 했다.

그는 "거주용 1주택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는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아진다. 10년 이상 장기 거주한 양도가액 30억원 이하 주택은 양도소득세 기본공제를 250만 원에서 2,500만 원으로 10배 확대한다"면서 특정 가액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에겐 이번 세제개편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고령 1주택자의 종부세 납부 유예 기간 요건을 완화하고 취학·근무·질병 치료 등으로 부득이하게 거주하지 못한 기간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매도 의사가 있는 다주택자에게는 2028년까지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한다"면서 일부에서 주장하는 세금 폭탄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부동산 세제가 소유가 아닌 거주를 중심으로 바뀌는 것을 크게 환영했다. 다수의 선량한 1주택 실거주자는 세제 혜택을 입을 수 있다는 점까지 거론했다.

한 의장은 "실거주자의 주거 안정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온 만큼 대다수의 1주택 실거주자의 보유세 부담이 완화되거나 증가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크게 환영한다"고 했다.

거주용 1주택은 최대한 보호하되 일정 가액 이상의 주택과 비거주 또는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세 부담을 정상화하는 제대로된 세제개편안이라고 했다.

종부세 부과 기준을 가액 기준으로 단일화하고 실거주 주택과 투자용 비거주 주택에 대한 혜택을 차등화한 점, 고가 주택 과세를 정상화한 것은 바른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또 2년에서 3년에 걸친 단계적인 정상화를 통해서 국민적 수용성을 높인 것 역시 정책적으로 평가할 만한다고 했다.

■ 부동산 시장, '덜 똘똘한 한 채 띄우기 정책' 평가 많아

정부와 여당이 이번 부동산 대책에 대해 '자화자찬'하면서 세제 정상화를 말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 공인중개사 등은 임대시장 추가 불안을 우려했다.

전월세 매물이 없어 서울 무주택자들의 고통이 극심화된 상황에서 이번 정책은 '실거주'를 더욱 강요하면서 임차인들을 궁지로 몰 수 있다.

동시에 이번 정책은 '덜 똘똘한 한 채'를 띄우는 정책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정부 세제개편안은 초고가 주택과 실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을 겨냥한다. 따라서 시장의 유동성은 세금 폭탄이 떨어지는 최상급지나 초고가 똘똘한 한 채를 피해 한 단계 낮은 영역의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

조정훈 의원이 이날 35억 이하의 '덜 똘똘한 마포 아파트' 사려는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지만, 마포도 이미 부자들이 사는 '상급지'가 돼 꿈 꿀 수도 없는 땅이 됐다는 평가도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번 개편안에서 실거주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이 기존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된 만큼 시세 20억원 이하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 탄력을 키울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서울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이번 정책 풍선효과에 따라 서울 지역 내 10억원 내외, 15억원 내외 아파트들이 더욱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세 15억, 16억원, 17억 등에 형성된 서울 비강남권 아파트들이 세금 부담이 크지 않은 안전가격(?)인 20억원까지는 무난히 뛸 것이란 기대감들도 보였다.

■ 종부세 계산해보기...현재 강남 부자들은 자산 점검 중

종부세 과세표준, 즉 '(공시가격-기본공제액)×공정시장가액'으로 접근해서 세금 부담을 계산해보자.

종부세 과세표준 6억원(시세 30억원대 초반) 이상 구간부터는 세율이 현행 1.0%에서 1.3%로 뛰는 등 고가 주택의 세금이 높아진다.

초고가 주택일수록 보유세가 크게 늘어난다.

조정훈 의원이 '35억원'을 거론한 이유는 종부세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번 계산해 보자.

아파트 시세가 35억원이면 공시가격(시세의 약 70%)은 대략 24.5억원 내외가 된다. 1주택자 기본공제 14억원을 차감하면 10.5억원이 공제 후 금액이 된다.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하면 과세표준이 된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100%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재' 60%에서 70%로 높아질 예정이다. 이러면 과표는 6.3억원에서 7.35억원으로 1억원 남짓 높아진다.

종부세 과표구간의 세율표를 보면 현재 3억 이하가 0.5%, 3억 초과~6억 이하가 0.7%, 6억 초과~12억 이하(누진공제액 150만원)가 1.0%다.

국회가 8.3 개정안대로 처리하면 6억 초과~12억 이하 구간은 1.3%로 늘어난다.

과표 7.35억원 주택의 종부세를 세율 1.3%를 곱한 뒤 누진공제액 330만원을 차감해 계산해 보면 625.5만원으로 나온다. 현행 세율 1%에선 585만원이다.

35억원 정도 집이면 종부세가 많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산세가 함께 청구된다.

재산세 과세표준은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60%)을 곱하면 되지만, 현재 1세대 1주택자의 세부담을 완화해 주기 위해 한시적 경감 제도(특례)를 운영하고 있다. 공시가격은 6억원 초과 주택은 45%가 적용된다.

1주택자 특례 45%를 적용하면 과세표준은 11억 250만원으로 나온다. 주택 재산세의 최상위 구간은 '과표 3억 원 초과(세율 0.4%, 누진공제 63만 원)'이다. 계산해보면 재산세는 378만원으로 나온다.

재산세 고지서에는 본세 외에도 도시지역분(과표의 0.14%)과 지방교육세(재산세본세의 20%)가 추가 부과된다. 이 금액들이 각각 154만원, 76만원 정도 된다. 이를 더하면 재산세 합계는 608만원 수준으로 나온다. 실제 납부시엔 7월과 9월에 절반씩 내게된다.

다만 실제로는 종부세를 낼 때 이미 낸 재산세 중 ‘중복되는 부분’을 깎아준다(이중과세 배제 제도).

동일한 주택 가액에 대해 재산세(지방세)와 종부세(국세)가 둘 다 매겨지면 이중과세가 되기 때문에 세법에 따라 종부세 과세표준에 해당하는 재산세 상당액을 종부세 산출세액에서 차감해준다.

이 계산에선 14억원 초과~24.5억원 부분, 즉 10.5억원 구간은 재산세도 내고 종부세도 내는 중복 구간이어서 재산세 상당액(200만원 남짓)을 종부세에서 빼준다.

즉 현재는 기본 종부세 산출세액에서 재산세 중복분 차감액, 1주택자 고령·장기보유 세액공제(최대 80%)를 차감해 최종 종부세 본세를 구한 뒤 농어촌특별세(최종 종부세 본세의 20%)를 더하면 국세청 고지서에 찍히는 최종 납부금액이 계산된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고령·장기보유세액공제에 대해서도 혜택을 줄이기로 했다. 단순 소유가 아닌 '실거주' 중심으로 공제 체계를 개편해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의 세감면 혜택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따라서 강남 '부재 지주'들도 세금 상담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아무튼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35억원 주택 소유자는 1천만원 남짓한 세금을 내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변에선 정부가 세제개편을 통해 '복잡한 세금 계산' 훈련을 시키고 있다면서 이에 대비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일부에선 이제 고가주택 보유자, 집이 없는 임차인 모두 세금과의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서울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필자의 지인 A씨는 "이번 세제개편에서 가장 큰 것은 양도세 공제한도 10억원이다. 비싼 아파트에 산다고 이렇게까지 규제를 하니 못 살겠다"면서 양도세, 보유세(종부세·재산세) 등과 관련한 세금 상담을 받았다고 했다.

IT 관련 업체 사장인 A씨는 "사실 어제 개인 PB, 그리고 세무사와 상담을 했다. 지금 많은 강남 아파트 소유자들이 세금 때문에 큰 일이 난 것처럼 느끼고 있다"면서 "곧 단지 사람들과 대책 회의도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 무주택자 B씨는 "이제야 진실을 알았다. 임차인은 지금 이미 급등한 전월세의 추가 급등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부자는 월세를 안 내는 줄 알았는데, 이들도 정부에 월세를 내야 하니 우리(임차인)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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