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8-05 (수)

(장태민 칼럼) 단일종목레버리지 책임자는 누구인가

  • 입력 2026-08-05 13:1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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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20년 경력의 50대 주식투자자 A씨는 여전히 단일종목레버리지ETF 손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반도체 호황에 따른 주식 급등 장세'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탓에 올해 5월 하순 뒤늦게 단일종목레버리지를 질렀다가 큰 피해를 봤다.

한국 주식시장이 7월 폭락장을 거친 뒤 어제, 오늘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A씨의 수익률은 여전히 처참하다.

A씨는 5월 27일 단일종목레버리지 상장 후 며칠 간 삼성, 미래에셋, 키움 등에서 운용하는 레버리지를 샀다고 했다.

하지만 이 종목들의 수익률은 8월 5일 현재 여전히 -60%대, -70%대를 기록 중이라고 전했다.

A씨는 주가 폭락에 음의 복리효과까지 더해져 발생한 손실을 만회할 길이 없다면서 허탈해하는 중이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니 손실액은 대략 5억원~10억원 사이로 보였다.

A씨는 1차적인 책임은 당연히 투자자(자기자신)에게 있다면서도, 금융당국자 중 누구도 속시원하게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면서 분노했다.

금융당국의 누가 이렇게 위험한 상품을 전광석화 같이 도입했는지 밝혀져야 조금이나마 자신의 속도 풀어질 것 같다고 했다.

단일종목레버리지ETF, 남 일 얘기하듯이 평온했던 한국경제 사령탑의 '답변'

지난주 국회 재경위(7월 29일).

물가, 성장률 등 한국 거시경제 전반의 문제점 등을 따지는 상임위에서도 최대 관심사는 단일종목레버리지였다.

이날 회의에 경제부총리(재경부 장관), 한은 총재, 예산처장관이 모두 참석했지만, 야당 국회의원들은 구윤철 부총리에게 '누가, 왜, 레버리지를 도입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야당의 정책위의장을 역임한 김상훈 국힘 의원은 레버리지 도입 책임자가 김용범 정책실장이라는 세간의 주장을 거론하면서 구윤철 부총리를 압박했다.

김 의원은 "세간에선 실질적인 경제사령탑이 구윤철 아니라 김용범이라는 말들을 한다"면서 "김용범 실장의 도 넘는 정책 제안에 대한 당신의 소신을 밝혀 보라"고 했다.

구 부총리는 재경부 출신 선배에 대한 말을 아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레버리지 도입 악영향 등으로 '주가가 또 폭락했는데 계속 저평가인가'라고 묻자 부총리는 "주식시장은 내부적으로 양극화 상황이 크다"고 답했다.

부총리는 "주식시장에서 특정 2종목이 50%로 가다보니 변동성이 높아졌다. 미국 반도체 회사도 변동성 크다"고 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부총리의 답변은 질문의 요지에서 벗어났다.

구 부총리는 레버리지를 도입한 사연에 대해 "해외 투자로 유출되는 부분이 있어서 국내도 제도를 만들어놓으면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해서 도입했다. 1차 보완방안은 마련해 놓은 상태"라고 답했다.

이준석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은 주식이 생산적 가치가 있는 투자라고 하지 않았느냐"면서 레버리지 도입 효과로 젊은층 등의 자산이 녹았다고 했다.

부총리는 레버리지 도입과 관련해 있었던 구체적인 내용도 밝히지 않았으며, 적극적인 사과도 하지 않았다.

부총리는 "주식시장 플럭츄에이션엔 레버리지만 책임이 있지 않다.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 정부가 보완 대책을 마련했고 부족하면 또 마련할 것"이라고 드라이하게 말했다.

부총리가 다른 나라 주식시장도 변동성이 크다고 하자 야당 의원들이 흥분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경제통인 박수영 의원이 "부총리가 주가 급락 이유에 대해 복합적이라고 했는데, S&P 500은 두달 동안 1%대 하락을 나타냈다. 일본, 대만의 낙폭도 한국과 비교가 안 된다. 한국이 이렇게 된 데엔 레버리지ETF가 있다"면서 부총리의 너무나 평온한 답변을 질타했다.

지난 주 국회 재경위의 구윤철 부총리의 말은 듣는 많은 사람들은 인내심을 발휘해야 했다.

A씨도 흥분했다. 큰 돈을 잃으면 크게 흥분하는 법이다.

A씨는 한국경제 수장이라는 사람의 이런 어이없는 답변을 들은 뒤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고 했다.

단일종목레버리지 도입 때의 재경부 입장을 묻자, 구 부총리는 "상품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건 전문가 영역이며, 우리는(재경부) 관여 안 했다"고 답변했다.

답변을 듣는 순간 필자의 고개도 자연스럽게 돌아가고 말았다.

부총리는 "주식시장에서 반도체 포션이 커지고 반도체 변동성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가져왔다. 어떻게 해야할지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개별종목 레버리지 다른 측면(예상치 못한 부작용) 나타났다면 보완하는 게 맞다"고 했다.

여당에서도 일부 의원이 답답해하면서 경제수장에게 적극적인 태도를 요구했다.

오기형 민주당 재경위 간사가 "레버리지 배율 축소같은 것도 좀 고민해보라. 홍콩도 한다고 한다. 우리도 해 보라"고 했다.

구 부총리는 상품설계 자체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어서 관련기관과 협의해 보완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 금융위원장·금감원장의 알맹이 없는 답변

지난 주 국회 재경위가 열리고 있을 때 옆방에선 정무위도 가동 중이었다.

정부 금융당국의 수장이자 레버리지ETF의 실질적 도입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답변을 하고 있다.

형식적으로 볼 때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제도를 도입하고 상품 출시를 최종 허용한 행정적 책임자이라고 볼 수 있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이 "레버리지는 누가 최초 기획했는가"라고 묻자 이억원 금융위원장 "소관부처는 금융위다. 여러 부처와 협의해서 만들었다"라고 답했다.

구윤철 부총리의 답변처럼 이억원 위원장의 답변 역시 계속해서 변죽을 때리는 식이었다.

박 의원이 "금융위는 당초 레버리지를 반대했는데, 김용범 정책실장이 호통쳐서 찬성했다는 소문은 거짓인가"라고 묻자 이 위원장은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

금융위원장은 "당국(금융위)이 금융시장 최종 책임자로서 여러가지 신뢰 측면에서 제대로 호응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이 "금융위가 자체적으로 레버리지 검토했는가, 아니면 시장이 요청했는가"라고 묻자 이억원 위원장은 "당시 시장, 언론을 보면 홍콩은 2배 짜리가 있는데 왜 우리는 없냐고..."라며 말을 얼버무렸다.

단일종목레버리지 도입의 진정한 책임자를 찾기는 어려웠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단일종목레버리지의 진짜 책임자는 누구인가. 이재명·김용범·이억원 중 누가 진짜 책임자인가"라고 한탄했다.

최근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는 말로 유명세를 탔던 이찬진 금감원장도 정무위 답변자 자리에 있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송언석 의원이 "금감원장은 드러누워서라도 레버리지를 반대했어야 했다고 했다. 반대의견은 제시했는가"라고 묻자 이찬진 원장은 "금감원도 논의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다. 협의해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송 의원이 "금감원에선 레버리지를 반대했었는가, 안 했었는가, 했지만 못 밝히겠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이 원장은 "같이 협의한 것"이라고 했다.

송 의원이 "금감원도 레버리지와 관련해서 공식적으로 반대한 것은 없다는 것인가"라고 재차 확인하자, 이 원장은 "없다(공식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 금융당국 수장들의 이날 답변은 하나같이 답답했다.

주식시장에선 실질적으로 김용범 정책실장이 책임자이니, 답변들이 저 모양 아니겠는가라는 반응도 보였다.

■ 브라질에 가서까지 투자자 염장 지른 김용범 실장

정부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은 누가 보더라도 정책 실패다.

주가가 폭락 아니라 폭등했어도 실패일 수밖에 없는 정책이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시총이 절반인 상황에서 이들의 움직임을 2배로 하는 상품을 도입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이상했다.

단일종목레버리지 상품 도입이 문제를 일으킬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데는 대단한 지적 능력이나 수학적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안 그래도 한국 투자자들은 누군가의 말처럼 매우 역동적인 사람들이다.

레버리지 도입과 관련한 가장 큰 비난을 받은 김용범 실장은 계속해서 투자자들의 속을 긁었다.

김용범 실장은 국내시간 29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우리나라 증시의 변동성이 큰 것은 개인 투자자들이 역동적으로 투자하는 시장 특성과 맞물려 있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했다.

우리의 정책실장은 "글로벌 시장이 10만큼 흔들릴 때 우리 시장이 20~30 수준으로 크게 증폭되어 출렁이는 것은 개미들의 역동적인 투자 성향 때문"이라는 소신을 당당히 밝혔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눈치없는 사람'이란 비아냥을 넘어서 입에 담기 힘든 욕설까지 난무했다.

■ 알려진 레버리지 도입 일정 간단히 정리해 보면...

레버리지 도입과 관련해 지금까지 알려져 내용을 정리해보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올해 1월 13일 증권사, 자산운용사 대표들과 비공식 간담회를 진행했다.

금융위원회는 1월 30일 입법예고를 했다.

정부 국무회의에선 4월 21일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통과됐다.

금융위는 4월 21일 '국내-해외상장 ETF 간 비대칭 규제 해소를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나 국무총리가 주재한 당시 회의 결과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

금융위는 그간 다양한 ETF 상품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국내에서 충족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지만, 이번에 금융당국 큰 일을 했다고 자평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16종은 5월 27일 시장에 상장됐다.

일각에선 6.3 지방선거와 레버리지 도입이 얽혀 있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내부 싸움이나 즐기는 국민의힘보다 훨씬 인기가 좋았던 민주당은 예상대로 지방선거에 12:4로 압승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서울시장 탈환 실패의 책임을 물어 논란이 벌어졌다.

이후 6월 22일 이찬진 금감원장의 유명 발언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 단일종목레버리지 사태, 반드시 책임자 문책해야

지금은 해외에서도 한국 주식시장을 도박판이라며 조롱하고 있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투자부적합 시장이라며, 한국 투자자들이 이번 일로 자국 시장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모간스탠리는 8월 2일 36만개 계좌가 강제청산을 당하고 이 중 62%가 35세 이하 투자자의 계좌라고 주장했다.

코스피지수는 6월 19일 장중 최고점 9385.59을 찍은 뒤 지난달 중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증폭 효과'에 5천대까지 폭락했다.

많은 주식 투자자들이 A씨처럼 여전히 '레버리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주식시장을 도박판으로 만든 책임자가 누구인지 명백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도 걱정스럽다.

큰 권한엔 책임이 따라야 한다.

현실적으로 큰 권한에 '큰' 책임을 물리는 건 불가능하다. 인사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최소한 이번 사태를 주동한 사람은 사퇴시켜야 한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국가 시스템을 위태롭게 한 공무원에게 '간단한' 책임마저 물리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정부 정책은 더욱 신뢰를 얻기 어려워질 것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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