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정세은 충남대 교수, 출처: KBS

(장태민 칼럼) 대통령이 귀담아 듣는 '부동산 조세 만능론자' 교수의 위험성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10시부터 3시간 넘게 진행된 '부동산대토론회'는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파하는 자리에 불과했다는 평가들도 상당히 많았다.
일부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 아마추어들을 불러 놓고 엉뚱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는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패널이나 토론 참석자 선정이 불공정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정부 입맛에 맞는 현실감 없는 성리학자들을 모아 부동산 세금 인상 등 정책 정당성을 위한 병풍으로 활용했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후 1년 동안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 집값을 띄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전날 정책토론회는 정책 방향 전환을 시사하기 보다, 규제 강화의 명분을 얻는 행사처럼 보였다.
특히 최근 주택 소유자들이 '보유세'를 걱정하고 있는 만큼 '세금 인상'을 강력히 주장하는 목소리는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의 걱정을 키웠다.
■ '보유세 강화 주장해온 참여연대 활동가' 정세은
전날 토론에서 가장 눈에 띈 사람 중 한 명은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였다.
정 교수는 전날 부동산대토론회를 포함해 최근 정부의 토론회에 참석해온 사람으로 보유세 강화를 주장해왔다.
보유세 강화를 '몸에 좋은 쓴 약'으로 보는 사람이다.
정 교수는 사실상 민주당 씽크탱크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면서 부동산 보유세(종부세·재산세) 강화, 부자 감세 저지, 자산 불평등 해소, 복지 재정 확충 등을 주장해온 사람이다.
그는 전날 토론회에서 10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 '실효세율 기준 1%' 수준까지 보유세를 물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 30평대 15억원 내외 아파트 보유세는 200~300만원 내외 수준이다. 정 교수의 안을 수용하면 세금이 1,500만원 내외로 올라 매달 국가에 월세 100만원 이상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 초고가 기준 10억 동의하는가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초고가 주택의 기준과 세 부담 수준을 얼마로 봐야 하냐고 묻자 정 교수는 10억원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정 교수는 "전국 평균 아파트 가격이 5억원 정도 되니, 보통 두 배 정도가 되면 ‘초고가’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 10억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10억원까지는 정당한 내 집 마련이자 실수요로 인정해 줄 수 있겠지만, 10억 원을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누진적인 과세를 적용해 세 부담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싼 집에 사는 1주택자들도 세금 부담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세제는 1주택자라는 이유만으로 고가 아파트 보유자에게까지 양도세나 종부세 감면 등 과도한 혜택을 다 퍼주고 있다"면서 "이것이 결국 ‘똘똘한 한 채’로 몰리는 투기 현상을 만들어낸 근본 원인"이라고 했다.
부동산 시장을 조금이라고 관찰해 본 사람이라며,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은 문재인 정부 때의 다주택자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안다.
하지만 정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움직이는 메카니즘에 대한 관심은 없어 보였다.
정 교수는 특히 "서울의 20억, 30억원짜리 아파트가 어떻게 단순한 주거 공간이냐. 이건 사실상 ‘피카소의 명품 그림’을 집에 걸어두고 소장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자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에 대해서는 보유세를 대폭 강화해 확실하게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보유세를 올린다고 해서 다주택자나 고가주택자들에게 양도세를 낮춰주는 식으로 출구를 열어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 정세은 교수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호응
이재명 대통령은 정 교수의 발언, 즉 '똘똘한 한 채 규제'와 '10억 초과 누진 과세' 주장에 "일리 있다"고 했다.
시장에선 대통령의 반응을 본 뒤 "갈아타기가 막히고 1주택 실거주자들이 보유세 폭탄을 맞는 것 아닌가"하고 불안해 하기도 했다.
이미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지금은 심지어 서울 외곽이나 경기 상급지에서도 10억원을 넘는 주택이 많다.
부동산 카페에선 "강남, 마용성은 커녕 서울 외곽 25평 신축도 10억이 넘는데 이런 집이 피카소 그림 같은 초고가 명품이냐"라는 글들이 올랐다.
정 교수가 2005년 지방에 5억짜리 집을 샀는데 아직도 5억이라며 서울에 집 가진 사람들의 불로소득에 대해 화를 내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 이런 주장에 호응하면 거주여건 악화, 집값 추가 급등 발생
정 교수의 주장대로 10억이상 1주택자의 세제 혜택을 없애고, 양도세 출구(감면)마저 막아버리면 어떻게 되는가.
주거 환경 개선을 원하는 1주택 실거주자들의 '상급지 이동 사다리'가 무너진다.
기존 집을 팔 때 양도세 등을 물어 현금이 줄어드는 데다 이동하려는 상급지, 혹은 좀더 나은 집은 10억 초과 누진 과세로 보유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성리학자들의 주장에 정책가들이 현혹되는 순간 많은 사람들은 결국 지금 사는 집에서 꼼짝할 수 없이 발이 묶이게 된다.
무엇보다 집값은 더 뛸 것이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모두 강화하는 식으로 세제를 개편할 경우 매물 잠김과 전세가·매매가 상승 등 역효과가 나면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보유세를 올리되 양도세를 낮춰 출구(매도)를 열어줘야 다주택자나 고가주택 보유자가 집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다.
그러나 정 교수 말대로 양도세 혜택까지 줄이고 출구를 막은 상태에서 보유세만 대폭 올리면, 집주인들은 '세금 내느니 팔지 않고 버틴다'는 전략을 취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매물이 완전히 말라 붙으면서 희소해진 매물 중심으로 신고가가 찍혀 집값이 더 오르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규제가 커질수록 지방이나 외곽 주택부터 먼저 매도하게 된다.
어차피 세금을 맞을 바엔 확실하게 오를 서울 핵심지나 상급지에 자산을 모아둬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이후 10년간 지속되는 잘못된 주택 정책은 수도권·지방 간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서울 상급지와 하급지의 격차를 키웠다.
현재 서울 등 선호 지역의 신축 공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세금으로만 수요를 누르려 하면, 공급 절벽과 맞물려 장기적으로 주택가격 추가급등만 부를 뿐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