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7-22 (수)

(장태민 칼럼) 대통령이 직접 시연한 '사금융 기술'

  • 입력 2026-07-21 14:3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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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부동산 커뮤니티 최대 화제는 단연 이재명 대통령의 분당 집 매도 소식이었다.

이 대통령 부부가 공동명의로 보유해 온 분당 양지마을 아파트(전용 164㎡)가 지난 7월 14일 29억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는 내용이 주목을 받은 것이다.

이 거래와 관련해선 대통령이 구사한 '사금융 기술'이 큰 주목을 끌었다.

등기부에 이 대통령 부부가 매수인들을 채무자로 해서 채권 최고액 17억7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이 대통령이 주택의 재건축 가치와 29억원의 매매가격을 지키기 위해 '선등기·후잔금'이라는 금융 꼼수를 동원했다는 비판이 넘쳐났다.

■ 대통령의 거래기술, 실은 문재인 시대 때 유행한 '기술'

이재명 대통령 부부는 잔금을 못 받은 대신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명의를 넘겼다.

대통령의 집을 매수한 사람들의 현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방법이 아주 낯설진 않다. 부동산 관련 대출이 막힐 때 이미 활용돼 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이 폭등하자 대출을 막아버린 적이 있다. 이 때 '사금융 시장'에서 횡행했던 수법이다.

지난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으로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을 때 강남을 중심으로 성행한 바 있다.

지금도 2019년 당시처럼 대출에 큰 제약이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소득이나 담보인정비율(LTV)과 상관없이 주택가격에 따른 대출 총액 상한선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현재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4억 원까지 대출된다. 25억원 초과 주택은 최대 2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그런데 최근 추가적인 대출 악재가 발생했다. 시중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출을 더 조인 것이다.

KB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축소한다고 발표한 뒤 7월 10일부터 전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러자 다른 은행들도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은행들은 정부 눈치를 보고 설정한 가계대출 연간 목표치가 이미 80% 가량 소진되자 7월들어 대출 문턱을 높이는 중이다.

결국 돈을 빌려야 하는 사람들은 제2금융권, 사금융 등 다른 대출처를 찾을 수 밖에 없었다.

■ 대통령의 거래기술, '작년에도' 꽤 있었다...이 초식 쓸 만한 사람은 쓴다

작년 강남 아파트 거래 때도 이재명 대통령이 구사한 초식을 쓰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강남 집값이 폭등하고 정부가 대출을 규제하는 흐름에선 '문재인 시대 거래의 기술'이 다시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실 집값이 뛰는데 정부가 규제하면 이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사금융'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울러 집을 사는 사람들은 '미래 주택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성격도 강했다.

이런 주택 사금융 거래는 사실상 LBO와 유사하다.

‘매수 대상 자산 자체’를 담보로 삼아 신용과 레버리지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기업 인수합병에서 사용되는 LBO(Leverage Buyout)와 닮아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재명 대통령의 집을 '현금없이' 산 사람 역시 집값 상승에 베팅한 사람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 사금융이 답...대통령이 몸소 보여준 셀러 파이낸싱

정부가 대출을 조인 뒤 지금은 은행들마저 대출 한도를 줄이고 있다.

이러면 집을 구해야 하는 사람들은 사금융까지 활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의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집을 매수하는 사람을 위해 순순히 돈을 빌려줬다.

대출을 규제한 당사자(대통령)가 '사금융'을 적극 활용해 돈 없는 매수인에게 자금을 빌려준 것이다.

그 금액이 무려 17.7억원에 달한다.

대통령은 25억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묶었지만, 자신의 집을 사는 매수인을 위해 무려 17억 7,000만원이라는 거액의 사적 근저당(매도인 금융)을 설정해 잔금을 유예해 준 것이다.

■ 전세 '사금융'을 비판하던 대통령...'사금융 거래의 백미' 보여줘

전날 이재명 대통령의 주택 매도 소식이 전해진 뒤 부동산 카페 등에서 각종 비난과 비판, 패러디 등이 봇물을 이뤘다.

비판자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전세 제도를 불법 사금융 취급하더니, 정작 본인이 잔금을 빌려주고 근저당을 잡는 사금융을 활성화시키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조롱했다.

이들 중엔 "대통령 본인이 초고가 주택 대출 규제를 사금융 꼼수로 우회하는 해법을 몸소 제시해 줬다"고 극찬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특수한 사금융"이라며 사라져야 할 사금융인 것처럼 발언했다.

당시 대통령은 "과도한 전세 대출이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는 말도 했다.

정부가 그동안 전세자금 대출을 너무 쉽게 많이 해줘 이 부분이 갭투자를 유발하고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면서 집값을 끌어올린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최근 전세가 줄어들고 월세로 전환되는 흐름을 두고 매물 실종이나 주거 불안이 아니라, 비정상적이었던 사금융이 축소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자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 과정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랬던 대통령이 '사적 대출'을 몸소 시연한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선 '대통령의 부동산 거래'를 희화화하는 패러디가 넘쳐난다. 어떤 사람은 이런 글을 올려 '큰 공감'을 얻기도 했다.

"강남 아파트 매도합니다. 대출 막히셨죠? 저도 대통령처럼 매도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드립니다. 채권최고액 15억 근저당 잡아드릴 테니 등기 먼저 가져가세요."

■ 정부와 여당, "대통령 집 매각은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대한 의지"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의 주택 매매가 '이상한'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정부 측은 매수자의 사정으로 잔금을 치르기 전 등기부터 완료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매수인이 잔금은 10월 쯤 치른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은 또 대통령의 선의를 '왜곡해선' 안 된다는 지적들도 내놓으면서 오해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전용기 민주당 원내소통수석은 21일 "이재명 대통령이 30년 가까이 실거주한 주택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각했다"면서 "국정의 총책임자로서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 원내소통수석은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순수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마음 착한 이재명 대통령이 주택을 사는(buy) 것이 아닌 사는(live) 곳으로 보고 있는 만큼 현재 살고 있지 않은 집을, 그것도 '시세보다 싸게' 내놓았다는 것이다.

■ 대통령이 7월 안에 매도한 이유...분당 주택의 재건축 이슈?

이재명 대통령이 주택을 매도한 양지마을은 대규모 재건축 사업인 1기 신도시 선도 지구로 선정돼 있으며, 오는 7월 말 사업 시행자 지정 고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성남 분당구는 지난해 10·15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상태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 주택 양도와 관련해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사업 시행자 지정 이후 매매 계약이 이뤄지면 매도인은 10년 이상 주택을 보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 한해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다.

조합원 지위를 얻지 못하면 현금 청산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998년 6월 3억6600만원에 이 아파트를 취득했다.

하지만 2018년 11월 이 대통령이 지분 2분의 1을 부인에게 증여하면서 부부 한 쪽이 '10년 보유 요건'을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사업 시행자가 지정되고 나면 조합원 지위 양도가 불가능해지기 대문에 이 대통령이 7월에 서둘러 등기를 한 것이란 추론이 많았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대통령 부인이 약 7년 8개월을 보유해 '10년 보유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7월 말 분당 양지마을의 재건축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가 떨어지면 매수인이 조합원 지위를 승계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었다. 대통령은 고시 직전인 7월 14일에 계약한 후 단 이틀 만인 16일에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초고속으로 완료했다. 과거 규제를 직접 만든 당사자답게 빠져나갈 구멍과 매도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잡았다"고 극찬했다.

■ 부동산 커뮤니티 등 '대통령 꼼수거래 비판' 넘쳐나

부동산 규제에 진심이라던 한국의 현직 대통령이 매매 대금의 60%가 넘는 거액을 직접 빌려주며 소유권부터 넘겨주는 ‘매도인 금융’ 기술을 썼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부부 한 쪽이 ‘10년 이상 보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조합원 지위 양도가 막히고 자칫 현금청산 대상인 이른바 ‘물딱지’가 될 수 있었다. 대출 규제에 막히자 직접 돈을 빌려주는 방식을 통해 물딱지가 되기 전에 등기부터 넘긴 것"이라며 칭찬하거나,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글도 있었다.

이재명 정부 부동산 규제 정책 큰 기둥 중 하나는 '대출받아 집 사지 말라'다.

하지만 우리의 대통령은 '사적 대출'을 활용해 재건축 프리미엄을 양보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듯해 매우 인간적인 풍모도 풍겼다.

대통령이 서민 대출에 대해선 자물쇠를 잔뜩 채운 뒤 정작 자신의 집을 팔 때는 '자신이 만든' 대출규제를 우회하려고 매수인에겐 18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빌려주는 일도 망설이지 않았다.

여당과 정부가 '대통령의 착한 거래'라고 항변하지만, 필자의 눈에도 그저 최고권력자의 꼼수거래로 보일 뿐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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