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해임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다만 별도 사건에서는 독립기관 인사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 권한을 폭넓게 인정해 연준과 다른 독립기관을 구분하는 판단을 내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이날 5대 4 판결로 쿡 이사가 해임 무효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연준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쿡 이사에게 법률상 보장된 절차적 권리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쿡 이사는 해임의 적법성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직위를 유지하게 됐다.
다만 이번 결정은 해임 자체의 적법성을 판단한 것은 아니다. NYT는 이번 판결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현직을 유지하도록 한 제한적인 결정이며, 쿡 이사의 해임이 법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는 향후 본안 소송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쿡 이사가 주택담보대출 과정에서 사기를 저질렀다며 해임을 발표했다. 미국 대통령이 연준 이사의 해임을 시도한 것은 연준 역사상 처음이다.
쿡 이사 측은 관련 의혹이 고의가 아닌 부주의에 따른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자신의 측근들로 교체하기 위해 해임을 강행했다고 맞서왔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연준이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독특한 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통령의 독립기관 수장 해임 권한을 인정한 기존 법리가 연준으로까지 확대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대법원은 이날 별도 사건에서는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독립기관 인사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 권한을 인정했다. 민주당 추천 인사인 레베카 슬로터 FTC 위원 해임 사건에서는 6대 3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며 독립기관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폭넓게 인정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연준에 대해서는 독립성을 고려해 해임 시도에 제동을 걸면서도, 다른 독립기관에 대해서는 대통령 권한을 확대하는 상반된 판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큰 승리"라고 평가하면서도 쿡 이사 사건에 대해서는 "절차상의 문제 때문"이라며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설 뜻을 밝혔다.
이번 판결은 연준의 정책 독립성을 당분간 유지하는 계기가 됐지만, 쿡 이사 해임의 적법성 여부는 향후 본안 소송에서 다시 판단받게 될 전망이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