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보건복지부가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거론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1일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올해 하반기에 추진할 것"이라며 "재정 소요에 대한 실무 검토는 이미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정 장관은 국민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1,000명을 대상으로 인식 조사를 한 결과 급여화에 대한 긍정적인 답이 나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정 장관의 이같은 발언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건강보험 재정이 풍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용 목적'의 치료에 국민세금을 쓰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여당 내 의료정책을 담당하는 김윤 민주당 원내부대표가 나서서 '탈모의 의료보험 적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 김윤 민주당 원내부대표 "탈모에 건강보험 적용해야"
김윤 민주당 의원(원내부대표)은 23일 "탈모로 고통 받는 대한민국 청년을 위한 합리적인 해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리 건강보험이 국민의 건강과 삶을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건강보험은 생명을 살리는 데 집중해 왔지만, 이제 우리 건강보험은 국민의 삶의 질을 책임지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는 단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면서 "그간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건강보험에서 소외된 영역이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더 나아가 탈모뿐 아니라 희귀 질환, 중증 질환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그는 "탈모약 급여화 논의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우리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패러다임 전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국민의 삶의 질을 포함하여 보장성 강화의 원칙을 우선순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장성 강화의 로드맵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의원이 말하는 '패러다임 전환'은 결국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용'을 위해 사실상의 세금을 쓸 만큼 한국의 건강보험이 여유로운 상황인지를 생각하면 아득하다.
■ 위험한 성리학자 김윤...'그 착한 마음' 때문에 한국 시스템 망가져
김윤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을 이끈 주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의대생들을 대거 뽑아서 의사들의 수입을 낮추면 국민들이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의대생 2천명 증원을 추동했던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의 엉뚱한 정책 때문에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접근성을 자랑하던 한국의료의 근간은 많이 망가진 상태다.
1만 명이 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료 현장을 이탈해 이들이 전문의로 성장하는 수련 고리가 끊어지면서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내외산소' 중심의 필수의료 전문의 공급망 수년간 단절되는 치명상을 입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윤석열을 부추긴 대표적인 인물이 김윤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를 가스라이팅 한 뒤 결국 민주당으로 입당해서 국회의원을 해먹고 있다.
그런 그가 여당의 의료정책에 목소리를 내면서 이제 국민 건강보험마저 흔들려 하고 있다.
김윤 의원 자체는 매우 심성이 착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누구보다 없는 사람들을 위하는 척한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한 결과 한국 의료시스템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으며, 이제 건강보험마저 망가뜨리려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된다.
참고로 윤석열 정부 시절 한국 의료 시스템 파괴에 앞장선 인물엔 윤석열(대통령)·조규홍(복지장관)·박민수(복지차관)·이관섭(비서실장)·이주호(교육장관)·장상윤(사회수석)·성태윤(정책실장)·한덕수(국무총리)와 현재도 해피하게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을 해먹고 있는 김윤, 안상훈 등이 있다.
2024년 초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 발표 및 의료대란 초기 국면에서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총괄하는 보건의료정책실장으로서 실무 지휘를 했던 전병왕도 빼놓을 수 없다.
전병왕은 의료 공백 사태가 한창 지속되던 2024년 6월에 돌연 복지부에 명예퇴직을 신청해 옷을 벗은 뒤 불과 한 달 만인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상근심사위원으로 튀어 '인생은 전병왕처럼'이라는 밈을 유행시켰다.
■ 새로운 정책 할 때는 제발 '돈' 좀 따져보자
한국 건강보험 재정에 여유가 넘쳐 난다면, 김윤 의원 말처럼 탈모도 치료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탈모 뿐만 아니라 성형 수술 등 온갖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건강보험 재정은 위기에 처해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은 곧 수조원대 적자로 전환된다.
이러다 보니 매년 최소 1800억원에서 수천억원이 추가 전용될 탈모 급여화는 '모(毛)퓰리즘'이라는 비판까지 받는 것이다.
안 그래도 건강보험 재정이 위태로워서 경증 질환의 건보 지원은 축소해야 할 판에 '탈모'에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건강보험은 필수·중증 질환에 먼저 사용돼야 한다. 이게 상식이다.
많은 환자들이 고가 항암치료제나 희귀난치성 질환 신약을 돈이 없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생명이 위급한 환자가 고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허다한 나라에서 '생명과 무관한 탈모약'에 건보 재정을 먼저 투입하는 것은 말 그대로 아주 질나쁜 '의료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지금의 의료현장은 상황도 좋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어이없는 2천명 의대생 증원 추진이 남긴 부작용 속에 필수의료 현장은 더욱 어려워졌다.
필수의료 현장이 인력 부족과 재정 악화로 무너지는 상황에서 한가하게 '탈모 지원'을 논의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이상하지 않은가.
■ 정치적 이해득실 계산 때문이라면 정말 비판 받을 일
최근 '모(毛)퓰리즘'에 대한 비판이 일자 정부는 지원 대상을 20~30대 등 청년층으로 한정해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입장도 보였다.
그러자 중장년층 탈모인들이 발끈했다.
사실 중년 남자들의 상당수는 탈모약을 처방해 봤을 것이다.
고백컨대 필자도 사라지는 머리카락을 조금이라고 더 지키기 위해 온갖 묘수를 다 써본 사람이다. 각종 약물 복용, 침 치료, 식이 요법, 샴푸 교체, 민간 요법 등 안 해 본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모의 건강보험 적용'엔 강력히 반대한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선 젊은 층에게 인기가 없는 이재명 정부가 '젊은 탈모인'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이 정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혹시라도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비판 받을 일이다.
■ 탈모에 건강보험 적용하는 건...'보험의 기본정신' 위반 행위
건강보험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생계가 위협받거나 천문학적인 치료비로 가정이 파탄 나는 '재난적 의료비 리스크'를 연대해 분산하는 제도다.
즉 보험의 최우선 목적이 '생명과 신체의 안전 보장'이라는 점에서 생명과 무관한 '탈모'에 공적 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사회보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천만한 포퓰리즘이다.
또 보험 재정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니다. 국민들이 낸 보험료로 이루어진 '한정된 공적 자원'이다. 따라서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위험에 우선 투입돼야 한다.
현재 한국의 보건의료 현장에선 소아과·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인프라가 무너지고 있다.
암 환자들은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고가 항암 신약의 건보 적용(비급여의 급여화)을 기다리다 치료를 포기하고 있는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건강보험이 탈모인 권익보호에 앞장서라'고 할 수 있는가.
건강보험 재정을 탈모약에 전용하는 것은 더 시급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재원을 낭비하는 일이다. 즉 경제적으로 볼 때는 심각한 기회비용 손실을 낳는 행위다.
공적 사회보험의 본질은 사회적 위험을 공동으로 분담하는 '연대 정신'이 바탕이 돼야 한다. '위험에 처해 있지도 않은' 탈모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더 망가뜨리는 행위는 용납하기 어렵다.
아울러 건강보험이 탈모 치료에 그 문을 열어두는 순간 도덕적 해이도 급증해 건강보험 재정을 더욱 압박하게 될 것이다.
건강보험은 가장 아프고 사정이 절박한 환자부터 지켜야 한다. 정치인·공무원들이여, 제발 이러지 말자.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