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주가 하루 만에 급반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합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된 데다 최근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전 거래일보다 8.1% 급등했다. 반도체 업종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SOXX)도 8% 넘게 상승했다.
반도체주는 지난 5일 10% 가까이 폭락한 데 이어 이번 주 초에도 약세 흐름을 이어가며 AI 투자 열풍이 정점을 통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이날 주요 종목들이 일제히 반등하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됐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11% 급등했고 AMD는 8% 이상 올랐다. 인텔은 9.3% 상승하며 주요 반도체주 가운데 강세를 주도했다. 엔비디아도 2.2% 상승하며 반등 흐름에 동참했다.
특히 인텔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투자 의견을 '언더퍼폼'에서 '매수'로 두 단계 상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대폭 높인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BofA는 인텔이 첨단 반도체 패키징과 파운드리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AI 에이전트 확산에 따라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며 인텔의 시장 점유율 확대 가능성에 주목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관심이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AI 에이전트 운영에 필요한 CPU와 데이터센터 인프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반도체주 강세는 중동 긴장 완화 기대와도 맞물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장중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의 협상이 최고지도부 승인 단계에 도달했다며 당일 예정됐던 대이란 공습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후 백악관에서는 이란과의 종전 합의 문안이 최종 조율 단계에 있으며 이르면 이번 주말 유럽에서 서명식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은 전장보다 2.58% 내린 배럴당 87.71달러에 마감했고, 브렌트유 8월물은 2.92% 하락한 배럴당 90.38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이란 외무부는 미국과의 합의가 아직 최종 타결되지 않았다고 반박해 향후 협상 과정에 대한 불확실성은 남겨뒀다.
시장의 관심은 12일 예정된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에도 집중됐다.
스페이스X는 기업가치가 1조7천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평가되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IPO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감이 재차 부각되면서 반도체 업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 반도체주 급락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스페이스X IPO를 지목하고 있다. 대규모 공모주 청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급등했던 AI 반도체주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나왔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AI 투자 사이클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데이터센터 증설과 AI 인프라 투자가 지속되면서 반도체 수요 확대 흐름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오라클은 AI 인프라 확충을 위해 주식과 채권 발행을 통해 200억달러를 추가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주가가 11% 가까이 하락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