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 "자산·소득 복합 양극화 심화…생산성·소비 활력 저해"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한국은행이 우리 경제가 자산격차 확대와 소득격차 재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 양극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부동산 중심의 자산 양극화가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가로막고 있는 가운데 소득 양극화까지 다시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성장 잠재력과 내수 활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11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영향'에서 "복합 양극화가 경제 전반의 생산성과 소비 활력을 떨어뜨리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 자산 불평등은 최근 들어 다시 심화되고 있다.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2년 0.617에서 2017년 0.584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2025년 0.625까지 높아졌다.
특히 부동산 자산이 고연령층에 집중되면서 세대 간 자산 격차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청년층 가운데 근로소득만으로 자산 형성 사다리에 진입하기 어려운 계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평가했다.
소득 분배 개선 흐름도 최근 주춤하는 모습이다. 처분가능소득 기준 소득 지니계수는 2016년 0.353에서 2023년 0.323까지 하락했지만 지난해 0.325로 소폭 반등했다. 한은은 산업별 성장 격차 확대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노동 대체 가능성이 향후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자산과 소득 양극화가 동시에 심화되면서 청년층과 무주택층의 경제적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순자산과 소득이 모두 하위 20%에 속하는 가구 가운데 20~30대 비중은 2020년 7.9%에서 올해 15.2%로 크게 상승했다.
양극화는 성장 잠재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이 120개국의 1980~2023년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자산 상위 10%의 보유 비중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총요소생산성(TFP)은 0.1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위 10% 순자산 점유율이 2022년 43.0%에서 올해 46.1%로 높아졌다.
고령층에 자산이 집중되면서 상속이 지연되는 '노노(老老) 상속'과 자산이 시장에서 활용되지 못하는 '자산 잠김(wealth lock-in)' 현상도 자원 배분의 비효율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소비 측면에서도 양극화의 부정적 영향이 확인됐다. 주거비 부담과 주택 구입 비용 상승으로 소비성향이 높은 청년층과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이 위축되는 반면, 고소득·고자산층은 한계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낮아 소비 확대 효과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한은은 "양극화 심화는 경제적 비용뿐 아니라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약화시켜 근로 의욕과 사회적 신뢰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복합 양극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기존의 소득 보전 중심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를 개선하고 생산적 자산 형성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AI 등 기술 변화에 대응해 조세·복지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신성장 산업 생태계를 강화해 성장의 과실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